연비 하나로 모든 게 용서된다 - 르노삼성 QM3 시승기

기사입력 201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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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르노삼성 QM3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소형 SUV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국산차 업계에서 두 번째로 시도된 소형 SUV인 QM3는 소형 SUV의 첫 타자라 할 수 있는 쉐보레 트랙스의 상업적 실패가 무색하게, 첫 번째 예판 물량 1,000대를 7분 만에 팔아 치울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복합 모드 기준 18.5km/l에 달하는 막강한 연비는 소형 SUV 시장에서 QM3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형 SUV 전성시대의 문을 연 르노삼성 QM3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라인업 최상위에 위치하는 `RE 시그너처` 모델로, VAT포함 가격은 2,523만원이다.




르노삼성 QM3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종이 아닌,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르노 캡처(Renault Captur)를 그대로 들여 온 모델이다. 비록 라디에이터 그릴과 트렁크 리드에 붙은 배지는 르노가 아닌, 르노삼성의 뱃지를 달고는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유럽 시장의 위한 르노 모델이다. 그렇다는 것은 1988년에 쌍용에서 수입한 적이 있었던 `르노 25` 이후, 햇수로 무려 25년만에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두 번째 르노 모델이라는 이야기다!





QM3는 외관에서부터 르노의 소형 자동차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르노의 간판 소형차인 `클리오`를 바탕에 깔고 있는 만큼, 현행 르노 클리오와의 유사성이 드러나지만, 인상은 사뭇 다르다. QM3의 외모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소형차의 발랄함에 SUV 풍의 디자인 요소들을 가미한 느낌이다. 또한, 지붕과 차체의 색상을 달리한 색상 배치로 QM3의 발랄한 분위기를 더욱 돋우며, 패션카스러운 감각 또한 맛볼 수 있다. 시승차의 경우, RE 시그너처 전용의 `소닉 레드 바디 및 블랙 루프`가 적용되어, 한층 강렬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르노 클리오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시승차인 RE 시그너처 모델의 경우, 블랙 컬러의 인테리어 패널 및 가죽시트를 바탕으로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실내의 장식에 레드 컬러의 메탈릭 페인팅을 입혀, 다소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은 작고 림이 굵은 편. 하지만 그립감은 개인 차가 있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그립부의 형상 때문에 손바닥 위쪽이 살짝 들뜨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감도 다소 아쉬운 부분.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기는 한데, 질감이 다소 거칠다. 계기판의 디자인과 시인성은 무난한 수준. 하지만 디지털 속도계의 반응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고 상단의 정보 창의 구성은 실망스럽다. 센터 페시아는 극단적으로 단순한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직관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어, 조작이 용이한 편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6.5인치로, 다소 작은 편. 센터 페시아 하단에는 AUX 및 USB 포트 각 1개와 휴대 전화 등을 둘 수 있는 공간을 지닌 트레이가 있으며, 상단에도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QM3의 실내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컵홀더와 팔걸이다. 컵홀더는 기본적인 크기가 작고, 팔걸이 바로 밑에 있어, 사용하기 불편하다. 음료를 꺼낼 때마다 매번 팔걸이를 올렸다 내렸다 해야 할 지경이다. 게다가, 이 팔걸이의 존재 때문에, 일반적인 255~355ml 용량의 캔도가 큰 용기를 사용하면 팔걸이와 간섭이 생긴다.



앞좌석은 다소 작은 편이며, 은근히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좌석의 위치 조정은 전부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높이 조절은 펌핑레버로, 각도는 다이얼로 조정한다. 그런데 다이얼의 위치가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팔걸이의 연결부 사이의 공간이 비좁아서 조작하기가 불편하다.




뒷좌석은 소형 해치백의 것과 같은 구성을 보이며, 착석감은 소형차로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뒷좌석은 전후 거리 조절이 가능하며, 6:4 분할 접이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의 공간은 성인 남성에게는 빈말로도 넉넉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QM3가 주로 자녀가 어린 젊은 가장이나 신혼 부부 등의 젊은 계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이보다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간과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트렁크 용량 역시 다소 부족한 편.



QM3는 르노의 1.5리터 dCi 디젤엔진과 게트락(Getrag)제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90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22.4kg.m/2,000rpm이다. QM3의 파워트레인은 곧, QM3의 핵심이자 흥행을 이끌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자동변속기 장착 모델 중 1위에 해당하는, 복합 18.5km/l에 달하는 공인 연비는 QM3의 상품성을 크게 올려주는 부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QM3는 B세그먼트 급의 작은 차체에 디젤 엔진을 실은 만큼, 소음과 진동 면에서는 확실히 불리하다. 가솔린 엔진보다 필연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큰 디젤 엔진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때문에 정숙성 면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승차감은 체급에 비해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서스펜션 설정은 통상적인 소형차가 갖는 탄탄함 대신 부드러운 성격이 강조된 편으로, 요철이 많거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에서도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편이다.



QM3는 제원 상 90마력에 불과한 최고출력 수치를 지니고 있지만, 체감 상의 능력은 그 이상이다. 1,300kg에 불과한 가벼운 중량과 디젤 엔진의 높은 저회전 토크 덕에, 초기 가속이 답답하지 않다. 변속은 1단 출발 후 40km/h 언저리에서 2단으로, 2단 60km/h 부근에서 3단으로, 3단 90km/h정도에서 4단으로 각각 변속된다. QM3에 적용된 게트락 제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절도 있는 동작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만큼이나 변속 충격이 적은 편이다.



코너링에서는 탄탄한 유럽식 소형차들이 보여주는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느낌은 비교적 부드러운 하체와 높은 무게중심, 느슨한 스티어링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는 SUV, 혹은 CUV의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하지만 근본은 유럽, 그것도 해치백 천국인 프랑스 출신이다. 다소 느슨한 스티어링 시스템에 적응되고 나면, 작은 차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한 몸놀림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약간 높은 편이어서 코너링 중 롤이 제법 큰 편이며, 안정감보다는 긴장감이 조금 더 든다. 스티어링 시스템을 조금만 더 타이트하게 설정하게 된다면 보다 즐겁게 운전할 수 있을 듯하다.



2015년형으로 판매되는 QM3 RE 시그너처 모델에는 그립 컨트롤 모드를 제공한다. 이 기능은 푸조의 3008 등의 것과 유사한 전자식 구동제어 기능으로, 노면의 상태에 따라, 구동륜의 회전을 조절하여 접지력을 끌어내는 기능이다. 모드는 로드(Automatic)/소프트 그라운드(Non-grip)/익스퍼트(All-roads)의 세 가지 모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동 직후의 기본 설정은 로드 모드다. 이 기능은 우천시, 혹은 비가 오고 난 뒤의 비포장 도로나 임도 등에서 의외로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구조 상 상시 4륜구동만큼의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륜구동의 크로스오버 차종에게는 다양한 노면 상황에 대응하기에 상당히 유용한 기능임에는 틀림 없다.


기자는 QM3의 연비를 체험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여정을 계획했다. 출발지인 안양 석수동, 도착지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로 잡았다. 편도 400km를 조금 넘는 코스로, 경로는 제2경인 고속도로 - 서해안 고속도로 - 영동 고속도로 -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지나 경부 고속도로 -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경유하였다. 목적지인 부산 시내에서 약 80km가량을 더 운행하였으며, 나머지는 고속도로를 운행한 거리이다. 기자는 QM3의 연비 측정 중, 극단적인 경제운행보다는 흐름에 맞춰 편하게 운행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운행했다. 다만, 고속도로에서는 ECO 버튼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주행했고, 부산 시내에서는 ECO모드를 활성화하지 않고 운행했다.


출발지에서 연료를 가득 주유하고, 연료계가 0에서 작은 눈금 하나만 남을 때까지 운행한 총 거리는 900.8km. 소비한 총 연료량은 40.0리터였으며, 총 평균 연비는 22.5km/l였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산에 도착하였을 무렵의 연료 잔량은 5/8에 조금 못 미쳤음을 감안하면, 400여km/l의 고속도로 운행에서 약 15리터 가량의 연료를 소모, 약 26km/l를 웃도는 고속도로 연비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에 비춰보면 부산 시내에서의 주행에서 연료를 다소 소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재급유 후 별도로 기록한 도심 연비는 혼잡한 경우 10.8km/l, 원활한 경우 14.4km/l의 평균 연비를 보였다. 스톱/스타트 기능이 탑재된다면 더욱 우수한 도심 연비를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르노삼성 QM3는 몇 가지 사소한 부분들에서의 완성도는 다소 부족한 점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SUV의 스타일`과 `우수한 연비`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충족했다는 점이 그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수한 연비`라는 부분은 국내 양산차 최고의 공인연비로 입증하고 있으며, QM3의 모든 단점들을 상쇄해 줄 수 있는 QM3의 핵심 가치다. 정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공간에 대한 문제와 소음 및 진동에 대한 불만을 상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연비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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