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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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
  • 류민
  • 승인 201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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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아차는 쏘울을 신개념 CUV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막상 차의 면면을 들쳐보면 CUV라 주장하는 근거가 뭔지 아리송해진다. 사실 쏘울은 SUV마냥 덩치가 큰 소형 해치백일 뿐이다. 덩치 외엔 그들이 이야기하는 SUV, 미니밴, 세단의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 지만 쏘울이 CUV건 소형 해치백이건 상관없다. 뒷자리에 사람 3명과 냉장고를 싣고 험로를 신나게 달린다면 더욱 좋겠지만 쏘울은 그런 능력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쏘울의 매력은 첫째도 디자인, 둘째도 디자인, 셋째도 디자인이다.

 

 

 

 

1998 년, 기아차와 현대차는 한집안 식구로 거듭났다. 식구라지만 둘의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기아차의 입장에선 차별화가 절실했다. 그래서 찾은 기아차의 해답은 디자인이었다. 2006년 아우디·폭스바겐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이유였다. 이후 기아차는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며 ‘디자인 기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현 대차와 기아차의 기본 라인업은 비슷하다. 동급모델끼린 뼈대와 심장을 나눠쓴다. 아반떼와 포르테,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K7 등이 그렇다. 하지만 틈새시장에 대해선 공략모델이 서로 다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i40와 같은 세단, 쿠페, 왜건 등의 정통모델로 승부하는 반면 기아차는 레이, 쏘울, 카렌스, 카니발 등 박스형 경차, CUV, 미니밴 등 다양한 RV모델을 내세운다. 


기아차가 RV모델로 승부를 거는 건, RV모델 개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1993년 1세대 스포티지는 콤팩트 SUV 시장을 개척한 모델로 인정받으며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2008 년 등장한 쏘울은 기아차가 내세우는 디자인 경영에 부합하는 첨병이다. 기아차 전문분야인 RV스타일에 파격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했다. 쏘울은 일단 차체비율부터 평범하지 않다. 길이는 소형차인 프라이드 세단보다 짧다. 하지만 너비는 준중형차 포르테보다 넓고 높이는 SUV인 스포티지랑 비슷하다. 기아차가 쏘울을 CUV라 주장하는 근거는 이런 짧고 넓고 높은 차체에서 나온다. 

비 율만 독특한 건 아니다. 쏘울의 외모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바짝 세운 A필러와 툭 튀어나온 터스크(Tusk, 코끼리 상아) 범퍼로 단단한 앞모습을 연출했다. 터스크 범퍼는 앞뒤 범퍼 가운데 덧댄 보조범퍼를 말한다.


각 도를 세운 A필러는 검정 유광 플라스틱으로 덮어 앞과 옆 창문이 연결된 느낌을 냈다. 헤드램프는 아래쪽을 쑥 밀어 넣어 공기흡입구 느낌을 냈다.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시도다. 컨셉트카에선 이 부분이 뚫려있었지만 양산과정을 거치며 방향지시등으로 변경됐다. 얇고 길게 자른 ‘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은 앙증맞은 느낌을 낸다.


옆 모습은 앞창과 연결된 창문라인이 주도한다. A필러를 검게 처리한 탓에 지붕 앞부분이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다. 색상이 밝을수록 이런 느낌은 더 강해진다. 창문라인 윗변은 뒤로 갈수록 조금씩 아래로 떨어져 긴장감을 더한다. 앞 범퍼에서 시작해 어깨선을 따라 뒤 펜더 까지 뻗은 캐릭터 라인은 떡 벌어진 자세를 만든다.


앞 뒤 펜더는 휠 아치를 따라 선을 긋고 바깥으로 잡아 당겼다. 두툼한 차체에 작은 휠 하우스를 품고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내는 이유다. C필러 역시 바짝 세워 최대한 뒤 쪽으로 밀어내 존재감이 배가됐다. 넓은 실내를 확보한 비결이기도 하다.  

 

 

 

뒷 모습은 위쪽을 뾰족하게 다듬은 테일램프와 빵빵하게 부풀린 네모반듯한 트렁크로 개성을 뽐냈다. 뒤 범퍼 가운데는 가로로 길게 파내고 검게 칠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아래쪽 번호판 근처 역시 검게 처리해 스포티한 느낌을 냈다.


쏘 울은 흔치 않은 비율과 개성 짙은 각각의 요소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도 있었다. 허나 기아차는 균형과 비례감을 발휘해 이를 조화롭게 완성했다. 2009년, 쏘울은 한국차 최초로 독일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하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대 시보드는 좌우 대칭을 이뤘다. 계기판은 세 개원에 나눠 담고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달아 스포티한 느낌을 냈다. 타원 모양 센터페시아엔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정리해 담았다. 시트는 검정, 빨강, 베이지 등 세 가지 색을 선택 할 수 있다. 시트 색상에 맞춰 대시보드 색상도 바뀐다. 6:4로 접히는 뒤 시트와 높은 천정 덕분에 부피가 큰 짐을 실을 수 있다. 소형 해치백과 용도상 구분되는 유일한 장점이다.

쏘울의 실내는 아기자기하고 잘 정돈됐다. 하지만 개성을 뽐낸 외모에 못 미치는 디자인과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쏘 울은 가솔린 또는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있다. 두 엔진 모두 비교적 높은 성능과 효율을 낸다. 쏘울은 소형차보다 부피가 꽤 크지만 무게 차이는 생각보다 적다. 따라서 소형차와 가속성능 및 공인 연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가 솔린 모델의 직렬 4기통 1.6L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6단 자동 또는 수동을 선택할 수 있다. 공인연비는 자동변속기 15.7㎞/L, 수동변속기 16.4㎞/L다. 공회전 방지장치를 달아 연비를 높인 에코플러스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1L로 16.9㎞를 달린다. 디젤 모델은 최대 128마력, 26.5㎏·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공인연비는 18.0㎞/L다.


에 어백은 커튼을 포함 6개가 기본이다. 하지만 VSM(차체자세제어장치)는 디젤과 에코플러스모델에선 기본, 일반 가솔린 모델에서는 옵션이다. 무게중심이 높은 차인 만큼 전 모델이 기본으로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열선 스티어링 휠, 열선시트, 외장앰프와 서브우퍼를 포함한 7인치 내비게이션, 버튼시동 스마트키 등 소형차에 달 수 있는 대부분의 편의장비는 기본 혹은 옵션으로 달 수 있다.


사 실 쏘울은 기아차의 모험일 수도 있었다. 쏘울은 세계적으로도 경쟁자가 별로 없을 정도로 독특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성공했다. 미국에서 소형차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디자인을 내세워 시장을 개척했기에 그 효과는 더 컸다. 쏘울은 ‘디자인 기아’의 입지를 높였다. 쏘울의 성공으로 인해 한층 더 개성 넘치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국산차가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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