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크루즈의 계보를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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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크루즈의 계보를 되돌아보다
  • 윤현수
  • 승인 201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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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가 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올 뉴 크루즈´로 변모했다. 현재 국산 준중형 차량 시장은 현대 아반떼가 독식 체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쉐보레 크루즈는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한국 GM의 2017년 히든카드다.



한국 GM은 그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준중형 시장에 공을 들였다. 대우차 시절부터 이어온 한국 GM의 준중형차들은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의미가 깊은 차들이었다. 그럼에도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GM, 그리고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준중형차 계보를 되짚어본다.



에스페로


시대를 앞서는 유려한 디자인이 특징이었던 에스페로는 사실 현대차의 중형차, 쏘나타를 겨냥하여 개발된 중형 세단이었다. 그러나 로얄 프린스의 후속 모델인 `프린스`가 중형 모델로 다시금 출시되면서 두 모델이 서로 간섭을 일으키는 형국을 맞았다. 따라서 대우차는 라인업의 교통정리를 위해 에스페로를 1.5리터 엔진을 얹은 준중형 세그먼트에 배치하고 프린스를 중형 세그먼트에배치하는 교통정리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유효하게 작용하여, 두 모델의 판매량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에스페로는 개발 초기부터 전륜구동 중형 세단으로 설계되었기에, 세피아를 비롯한 동급 모델들보다 큰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했다. 베르토네의 손길이 빚어낸 공기역학적 디자인 역시 에스페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다. 그러나 초기 품질 불량 문제를 비롯, 차급과는 맞지 않는 부적절한 파워트레인 선정이 악수로 작용했다.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준중형 시장의 슈퍼스타, 현대 `아반떼`의 출현으로 에스페로는 시장에서 퇴출직전까지 몰리고 말았다.



누비라


대우차는 준중형 시장을 정복한 아반떼를 견제할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다. 이름부터 순우리말로 지어진 누비라는 대우차가 처음으로 만든 순수 독자모델이었다. 1997년 출시된 누비라는 ´D5´라 이름 붙인 해치백과 ´스패건´이라 명명한 스테이션 왜건 등, 다양한 파생 모델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출시 2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 ´누비라 2´를 출시하며 도약을 노렸으나 아반떼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중형 시장의 영원한 패왕인 아반떼와 호각을 겨뤘던 차량이라는 사실은 유의미하다. 누비라는 크루즈 이전의 계보를 만들었던 선조들 중, 유일하게 아반떼의 월간 판매량을 앞선 전적이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라세티


누비라의 뒤를 이어 2002년 탄생한 라세티는 누비라의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된 차량이었다. 라세티는 GM대우 출범 이후의 첫 신모델이기도 했다.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에서 담당했다. 그러나 아반떼와 호각을 겨룬 누비라와는 달리 그 성적은 유난히 저조했다. 물론, 기아차의 쎄라토와 르노삼성의 SM3와 같은 매력적인 신예들이 등장한 이유도 한 몫했다.


라세티는 초기에는 세단형만 존재했다. 이후, 베리에이션 모델로 이탈디자인에서 디자인을 맡은 5도어 해치백을 추가했고, 최후기에 출시된 왜건 모델을 포함, 총 세 가지 모델로 판매했다. 추가되어 다양한 선택지를 자랑했으나 기본적인 판매량이 부족했다. 글로벌 기업인 모기업 덕에 얼굴과 엠블럼을 바꾸고 세계에서 각자 다른 이름으로 널리 판매되었다. 월드카로서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 차량이었으나, 부족한 차량의 완성도 등의 이유로, 한국에서는 그다지 흥행을 몰고 오지 못했다.



라세티 프리미어 (크루즈)


GM의 글로벌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라세티 후속 모델은 2008년 11월에 출시됐다. ´프리미어´라는 단어가 더해지며 남성적이며 날카로운 디자인을 자랑했다. GM 산하 독일 브랜드인 ´오펠´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하여 만들어져, 유럽의 DNA임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라세티 프리미어 경쟁 차종 대비 무거운 중량과 불리우는 6단 자동변속기의 부족한 성능 등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무거운 체중은 고장력 강판을 65%까지 늘리며 차체 강성을 강화했더니 찾아온 부작용이었다. 6단 자동변속기는 부실한 토크컨버터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엔진과 조화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2011년 GM대우가 사명을 한국 GM으로 바꾼 이후, 라세티 프리미어 역시 브랜드 교체에 따라 ´쉐보레 크루즈´로 차명을 바꿨다.




한국 GM이 빚어냈던 준중형차들은 이와 같이 아반떼의 벽을 넘지 못한 숙명을 가졌다. 흑역사와 같은 지우고 싶은 과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행착오와 과거가 있었기에 ´올 뉴 크루즈´와 같은 결과물을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시장은 준중형 시장의 볼륨이 크다. 실질적으로 준중형 세단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엔트리카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 GM은 올 뉴 크루즈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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