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JX 3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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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JX 35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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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X는 인피니티의 크로스오버 카다. 시트는 3열까지 갖췄다. 7명을 3열 횡대로 앉힐 수 있다. 시트 구성과 승차정원, 껑충한 뱃바닥까지 QX와 판박이다. 그러나 비율을 축소하고 겸손한 엔진 얹어 의도적으로 간격을 띄웠다. JX는 미국 시장에 잘 맞는 차다. 그건 인피니티 브랜드의 특성이기도 하다. 물론 2008년 유럽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방인 신세다. 
 


JX는 덩치가 워낙 커서 가까이선 비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비율을 뽐낸다. 실내 구성 역시 미국적이다. 손바닥 한 뼘 공간 더 짜내려고 아등바등한 흔적이 없다. 기둥은 굵고 시트는 큼직하다. 2열 시트는 최대 140㎜ 밀거나 당길 수 있다. 따라서 2열 시트를 접지 않고도 3열에 쉽게 드나들 수 있다.

필요하면 확실하게 접을 수도 있다. 레버 한 번만 당기면 엉덩이 받침이 수직으로 벌떡 일어나 등받이와 포개진다. 그 상태로 1열 뒤에 바짝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2열 접어 ‘리무진 놀음’ 꿈꾸기엔 3열 시트가 빠듯하다. 등받이 각도가 수직에 가깝고 시트가 바닥에 딱 붙어 무릎을 세워야 하기 때문. 3열은 어디까지나 만일을 위한 ‘잉여’의 개념이다.



 

3열까지 정원 채워 태우지 않는다면 실내 공간은 전혀 아쉽지 않다. 특히 공간 활용성이 환상적이다. 2열은 6:4, 3열은 5:5로 나눠 접을 수 있다. 3열을 접으면 1277L, 2열까지 접으면 최대 2166L의 엄청난 짐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수납공간도 풍성하다. 가령 변속기 옆엔 앞뒤로 컵 홀더 두 개를 나란히 심었다. 센터콘솔도 호텔방의 간이 금고만큼 크고 깊다.

JX는 닛산의 D 플랫폼을 쓴다. FF나 FF 베이스의 AWD용이다. JX는 르노삼성 SM5 및 SM7과 뼈대를 나눈 사이다. 20인치 휠을 끼우고도 헐렁해 보이는 휠 하우스를 봐선 믿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 플랫폼은 이렇게 확장성이 좋다. 덩치가 위풍당당하지만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갖춰 주차는 걱정만큼 어렵지 않다. 다만 회전반경은 체격만큼 크다.


 



렉서스는 2009년 레이스 마니아인 토요타 아키오 사장 취임 이후 성격 변신에 여념 없다. 편안하고 조용한 차만으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래서 차체 강성을 키우는 등 기본기부터 다시 다지느라 바쁘다. 감성적 차이를 부각시키기 좋은 전자장비의 약발에도 적극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안정된 상태를 스스로 등지고 과도기로 되돌아갔다.

반면 인피니티는 이런 과정을 앞서 겪었다. 성급하게 닛산의 이란성쌍둥이만 가져다 럭셔리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성향도 애매했다. 일본차치곤 화끈하고 공격적이었다. BMW가 벤치마킹 대상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팔려니 승차감은 나긋했다. 디자인도 차종마다 중구난방이었다. 때문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늘 불안정했다.

그런데 이젠 인피니티의 색깔이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인피니티만의 감성을 꾸준히 각인시킨 덕분이다. 회전질감 좋은 VQ 엔진의 화끈한 가속과 구성진 사운드가 대표적. 조금은 아슬아슬한 느낌의 자극적 핸들링 역시 인피니티 고유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관절에 힘을 빼고 있는 BMW나 감성에 새삼 눈을 뜬 렉서스가 오히려 뒤쫓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JX의 구성만 봐선 아이들 통학시키느라 바쁜 엄마나 가족여행의 로망을 품고 사는 아빠에게 어울리는 차다. 하지만 운전감각은 전형적인 인피니티다. V6 3.5L 265마력 엔진이 이 차체엔 빠듯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기우였다. 가속페달 툭 쳐서 차를 팍 튕겨내는 순간 느낌이 온다. 페달 밟은 깊이와 상관없이 가속과 사운드에 팽팽한 긴장이 서렸다.

기어 갈아타는 짬마저 아낀 무단변속기도 긴박하고 비장한 가속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특히 ‘인피니티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에 둘 때의 자극은 중독성이 짙다. 때문에 일단 맛들이고 나면 좀처럼 연비 운전이 어렵다. 성능의 한계를 좇아 탐닉한 이틀간의 여정동안 JX는 평균 6㎞/L 안팎의 연비를 기록했다.   


 



물론 JX도 물리법칙에선 자유롭지 않다. 만만치 않은 덩치와 무게 때문에 몸놀림은 다소 늘어진다. 프런트 미드십 플랫폼을 쓰고 엉덩이를 바짝 올려붙인 FX의 자극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타이트한 코너에서 과감히 몰기 조심스럽다. 대신 코너 끝자락에서 바깥쪽 바퀴를 납작 주저앉히며 강렬한 가속으로 쏜살같이 빠져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같은 패턴만 파악하고 나면 JX를 보다 사뿐사뿐하게 휘두를 수 있다. 고유의 진동수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 인피니티 고유의 특성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덩치와 장르의 특성 때문에 재미를 포기해야하는 동급 라이벌과 차별화된 JX만의 장점이다. 회전이 굼뜨고 토크가 울컥울컥 치솟는 디젤 심장에선 기대할 수 없는 VQ 엔진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글 김기범|사진 인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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