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하지만 마음은 설렌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동계 스포츠, 스키의 계절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스키장에 타고 갈 차를 뽑아봤다. 처음에는 넉넉한 공간과 적재용량 자랑하는 SUV를 꼽았다. 무거운 장비와 간식거리 두둑히 싸서 가기 충분해서다. 하지만 다양성이 줄어든다. 그래서 네 바퀴 굴림으로 조건을 바꿨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안정성을 지향하는 네 바퀴 굴림이라면 겨울철 어디를 가던 든든할 것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G클래스는 군용차로 개발됐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중 최고의 험로 주파 능력을 갖춘 모델이다. 1979년 첫 모델을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많이 파는 차가 아니다. 오프로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이다. 지난 33년간 총 20만 대가 팔렸다. 현재도 군용차로 사용되고 있지만, 판매량의 80%는 개인 고객이다.
G클래스의 최고 매력은 남성적인 각진 외모다. 그럼에도 실내를 들여다보면 상반되는 고급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부드럽게 다듬어 내진 않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디자인 특성이 넘실거린다. 게다가 부드러운 가죽으로 꼼꼼히 감싼 실내는 럭셔리 오프로더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무게는 2.5톤에 달한다. 350 블루텍 모델은 최고출력 211마력의 V6 3.0L 디젤 엔진을 얹어 달린다. 최대토크가 55kg·m로 1600~2400rpm에서 나온다.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9.1초 만에 가속한다. 최고시속은 175km다.성능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훨씬 화끈한 63 AMG를 고르면 된다. V8 트윈 터보 엔진을 달아 54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77.5kg·m로 2000~5000rpm에서 나온다.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5.4초 만에 가속하며 스포츠카들을 앞선다. 최고속도는 210km.
완벽한 남자는 없듯이 G클래스도 단점이 있다. 350블루텍의 가격은 1억 4800만 원, 63 AMG의 가격은 2억 900만 원이다. 게다가 연비는 350 블루텍이 7.4km/L, 63 AMG가 5.6km/L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이 단점들이 사소하게 보일법하다. 국내에 들여온 초기물량 50대는 모두 팔렸다.
◆스바루 레거시
스바루는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서 우승을 차지한 회사 중 하나다. 지금은 WRC에 참가하고 있지 않지만, 랠리에서 습득한 기술을 고집스럽게 일반차에 접목하고 있다.
스바루의 특징이라면 박서엔진(수평 대향 엔진)과 대칭형 사륜 구동이다. 포르쉐에서도 쓰는 박서엔진을 고집한다. 엔진을 낮게 달아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서다. 운동성능을 향한 고집도 강하다. 그들은 네 바퀴 굴림차의 좌우의 설계와 무게를 최대한 똑같이 맞춘다. 이를 대칭형 사륜 구동이라고 한다. 양쪽에 실리는 무게와 힘을 일정하게 만들어 주행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레거시는 스바루를 대표하는 차 중 하나다. 스바루가 임프레자를 내놓기 전 WRC에 출전하던 차가 레거시다. 국내에 들어오는 레거시는 두 종류의 엔진을 얹는다. 수평대향 4기통 2.5L 엔진(175마력)과 수평대향 6기통 3.6L 엔진(260마력)이다. 두 모델 모두 네바퀴를 굴리지만 변속기는 다르다.
2.5L 엔진은 CVT를 맞물린다. 전자제어되는 가변 동력 전달 클러치를 이용해 앞뒤바퀴에 전해지는 구동 배분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연비는 11.1km/L.3.6L 엔진은 자동 5단 변속기를 맞물린다. 평소 주행시 앞바퀴에 45%, 뒷바퀴에 55%의 출력을 전달한다. 주행 및 도로조건에 따라 출력 배분은 능동적으로 재조정된다. 연비는 9.1km/L.
중형 사륜구동 세단이라는 패키징은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어색한 디자인이 고민이다. 하지만 디자인에 억매이지 않는다면, 훌륭한 패키지의 차를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레거시 3.6L의 가격은 4140만 원, 2.5L의 가격은 3650만 원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컴팩트 SUV다. 온로드 감각을 부채질하는 화려하고 스포티한 스타일링을 자랑한다. 혹자는 프리랜더 2를 바탕에 깔았다며 폄하할지 모른다. 뿌리는 같지만 부품의 90%를 재설계했다. 겹치는 부분이라면 디젤엔진의 구동계 정도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2L 디젤과 직렬 4기통 2.0L 터보로 나뉜다. 2.2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2.8kg·m를 낸다. 2.0L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를 낸다. 1.8톤에 가까운 공차중량 때문인지, 시속 100km까지 치닫는데는 2.2L 엔진이 8.5초, 2.0L 터보 엔진이 7.6초가 필요하다. 연비는 2.2L 디젤 엔진이 13.7km/L, 2.0 터보 엔진이 10.3km/L다.
온로드를 지향한 스타일링, 쿠페 모양의 차체 때문에 이보크를 도시형 SUV로 생각할 수 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구조의 서스펜션은 온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레인지로버의 피가 흐른다. 지형에 따라 세팅을 바꾸는 지형 반응 시스템(Terrarin Responce) 시스템을 챙겨달았다. 선택한 지형에 맞게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 서스펜션 움직임과 최저 지상고, 전자장비 개입 정도를 조절한다.
이보크의 가격은 엔진과 차체에 따라 7430만 원부터 8890만 원까지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감각이 물씬한 고급스러운 실내는 욕심이 난다. 하지만 가격이 제법 높다. 차별화된 독보적인 감각의 SUV를 찾는다면 권한다. 문 두개 달은 컴팩트 SUV는 아직 이보크 하나 뿐이다. (국내 시장 기준)
◆아우디 S8
A8은 아우디의 기함이다. 아우디의 최고급 모델답게 큰 사이즈와 편안한 승차감을 지녔다. 아우디 특유의 감성으로 다듬은 실내는 정갈함과 섬세함이 돋보인다. 뒷자리에 앉는다면 먼길 떠날 때 택하고 싶은 차다. 이 A8에 스포츠 성능을 더한 모델이 S8이다. 고급스러운 실내는 여전히 편안해 보이지만, 화끈한 엔진을 달아 도로를 들쑤실 수 있단 점이 다르다.
V8 4.0L 엔진에 두 개의 터보차저를 달아 52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도 66.3kg·m다. 1750~5500rpm의 넓은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내니 언제든 힘을 끌어 쓸 수 있다. 고성능을 발휘하지만 환경에 대한 배려도 챙겼다. 가변 실린더 기술이다. 항속주행 시 4개의 실린더만 작동시킨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7.7km/L다. 차체는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공차중량은 2155kg다. 하지만 4.2초 만에 시속 100km로 튀어나간다.
아우디 S8을 보면 먼 과거에 여행용으로 쓰였다던 특급열차가 떠오른다. 아우디의 콰트로는 레일처럼 탄탄히 네바퀴를 지면에 고정시킨다. 게다가 스포츠 디퍼런셜을 달아 뒷바퀴 양쪽에 힘을 배분해 날카로운 코너링을 돕는다.
안락함 또한 차고 넘친다. 안락한 실내와 더불어 컴포트 스포츠 시트,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스포츠 적응형 에어 서스펜션 등의 고급장비가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아우디 S8의 가격은 1억 7810만 원.
◆폭스바겐 cc 4모션
폭스바겐 CC는 파사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LS클래스가 닦아놓은 쿠페형 세단 열풍에 빠르게 합류했다. 날카롭게 면을 세운 파사트와 달리 CC에는 곳곳에 곡선이 넘실거린다.
실내는 파사트와 거의 같다. 단정하게 마무리한 실내는 조금 심심해보일지는 몰라도 기능에 충실하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파사트의 것을 CC에서 크게 바꿀 생각은 없었는 듯 하다.
CC를 꼽은 이유는 2.0L TDI 4모션을 눈여겨봐서다.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달고 네 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1750~2500rpm에서 최대토크를 내니 느긋한 항속주행에 어울리겠다. 연비는 13.9km/L.
CC는 할덱스사의 습식 다판 클러치를 이용해 네 바퀴를 굴린다. 패키지의 크기가 작아 엔진을 가로로 넣는 차의 좁은 엔진룸에 넣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평소 앞바퀴에 90%의 힘을 보낸다. 연비 주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와 주행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앞뒤 배분을 바꾼다. 상황에 따라서는 뒷바퀴에 100%의 힘을 보내기도 한다.
CC 2.0 TDI 4모션의 가격은 4910만 원이다. 앞바퀴굴림 모델에 비하면 약 200만 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200만 원의 가격차이를 납득할만큼 4모션은 제일을 충실히 해낸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카이엔은 포르쉐의 첫 SUV다. 스포츠카 메이커로 이름이 높은 포르쉐가 SUV를 만든다는 것에 많은 매니아들이 걱정과 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기우였을 뿐이다. 포르쉐 특유의 주행감각과 성능이 물씬하다.
카이엔 라인업의 최고봉인 터보는 V8 4.8L 엔진에 터보차저를 얹어 50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71.4kg·m. 공차중량이 2465kg에 달하는 차체를 4.7초 만에 시속 100km로 몰아붙일 힘을 갖췄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강한힘을 앞세워 굽이치는 도로를 마구 달려도 카이엔은 중심을 잃지 않는다. 거의 흔들림이 없다. PDCC(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콘트롤) 덕분이다. 액티브 안티롤바를 장착해 차체의 자세 변화를 억제해서다. 여타 SUV와 달리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 강하다.
카이엔의 최대 무기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겸비하는 주행성능이다. 포르쉐가 자랑하는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PASM(포르쉐 액티버 서스펜션 매니지먼트)를 갖추면 그 위력은 오프로드까지 통한다. 전자 가변 리어 디퍼렌셜 기능을 달아 바퀴들을 잠그고 풀며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배분하는 것이다. 일반 타이어로도 오프로드 코스를 공략하기에 충분하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가격은 1억 5390만 원. 시속 280km로 달리다가도 거친 험로를 공략하는 다재다능한 SUV의 가격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만큼 완벽한 SUV를 찾기도 힘들다. 6.7km/L에 달하는 연비를 참아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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