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S 쿠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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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 쿠페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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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 쿠페는 세단보다 한층 짧아 보인다. 뱃머리처럼 삼각형에 가깝게 오므린 뒷범퍼 때문. 그래서 무게가 뒤쪽으로 잔뜩 쏠린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제원을 보면, 70㎜ 짧을 뿐이다. 뒤태는 CTS 쿠페 디자인의 백미다. 박력 넘치되 늘씬하고 각을 세우되 매끄럽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실내는 세단과 같다. 센터페시아 위쪽엔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마련했다. 한글내비게이션과 위성 DMB가 기본. 아이팟 및 USB 연결 단자, 음악을 다운로드 받거나 라디오를 녹음하기 위한 40기가바이트 하드 디스크, 10개의 스피커를 곁들인 보스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시트는 얇으면서도 적당한 쿠션을 확보했다. GM의 ‘얇은 시트’ 기술로 완성했다. 앞좌석엔 통풍 및 열선이 기본.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그런데 드나들기 까다롭다. 앞좌석이 젖혀진 채 고정되지 않는 데다, 시트벨트가 입구를 가로막는다. 앉고 나면, 이번엔 도어 손잡이가 너무 멀다. 뒷좌석 승객이 스스로 닫기 어렵다. 디자인을 위한 희생이다. CTS 쿠페의 엔진은 V6 3.6L VVT 304마력. 미국차 브랜드 중 최초로 직분사 기술을 녹여 넣었던 엔진이다. 휘발유를 미리 공기와 섞지 않고, 35~120바의 거센 압력으로 실린더에 직접 뿜는다. 여기에 가변밸브 타이밍기구 ‘VVT’를 어울렸다. STS 3.6의 엔진과 같은데, CTS의 마력과 토크가 살짝 높다. 변속기는 하이드라매틱 자동 6단이다.



엔진은 회전이 매끄럽다. 드로틀을 활짝 열면 레드존이 시작되는 6900rpm까지 단숨에 치솟는다. 하지만 고회전 땐 쇳소리가 도드라지는 편이다. V8의 구성진 사운드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가속은 저돌적이다. 같은 엔진의 STS도 아쉽지 않았는데, 더 가벼운 CTS 쿠페니 당연한 결과다. 세단보다도 빠르다. 최종감속비를 공격적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답성은 기대만 못했다. 수치만큼 민첩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가속 페달의 유격이 큰 탓도 있었다. 처음 1㎝ 정도의 움직임은 무시했다. 그래서 깊이 밟아도 잠깐 뜸을 들였다 튀어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엔진보다 변속기에 있는 듯했다. 보다 민첩한 판단력이 아쉬웠다. 어설픈 깊이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변속기는 이따금씩 당황해서 허둥거렸다.



CTS는 출시 전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수없이 달렸다. 하체와 핸들링 세팅을 위해서였다. 쿠페는 세단보다 하체를 한층 단단히 다졌다. 뒤 트레드를 더 넓혔다. 또한, 스태빌라이저 바의 길이를 세단보다 앞은 2㎜ 줄이고, 뒤는 4.5㎜ 늘였다. 서스펜션의 빌스타인제 댐퍼는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LSD로 물렸다. 그 결과 횡가속도가 0.88G까지 늘었다. CTS 쿠페는 균형 감각이 빼어났다. 완만한 코너에서조차 이 같은 장점은 피부에 오롯이 와 닿았다. 서스펜션은 횡G의 물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냉정을 잃지 않았다. 무게중심은 예측할 수 있는 동선을 점진적으로 그리면서 옮겨 다녔다. 그런데 균형과 단단함은 다른 개념. CTS 쿠페의 서스펜션은 끝을 뭉툭하게 다듬어 미끈한 승차감까지 챙겼다.



하지만 CTS 쿠페가 너그럽고 만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엔진과 변속기는 종종 엇박자를 내며 울컥거렸다. 세단보다 꽁무니가 가벼운 탓인지,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성급하게 열면 헛바퀴가 돌며 꽁무니를 살짝살짝 흘렸다. 그런데 이처럼 다소 거친 느낌마저, 쿠페여서 용서할 만했다. 공격적인 외모와 어울리는 호전적 성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김기범|사진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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