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자동차 생산 않는 이유,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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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자동차 생산 않는 이유, 알고 보니…
  • 이동익
  • 승인 201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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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현재 양산중인 56여종(승용차 기준)의 국산차 중 우리말 이름이 붙은 차량의 수다. 새삼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 이름이 외국어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역사 초기부터 우리말로 된 이름을 사용하는 데 인색했다. 최초의 국산 독자모델 승용차조차도 `조랑말`을 뜻하는 영단어에서 유래한 현대자동차의 `포니(Pony)`였다. 자동차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이룬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말 이름이 붙은 모델은 그 수가 10개 남짓(한자어를 차용 및 변형한 경우까지 포함)하다.


그러나 순수한 우리말 이름의 국산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1980년대 초반 생산된 `맵시`나 1990년대 후반 `누비라` 등의 우리말 차량은 `무쏘`까지 명맥을 이었다. 올해로 89주년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이름이 붙은 국산차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또한 어떠한 이유로 우리말의 국산차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는지도 함께 알아보았다.(국내에서 제작한 최초의 지프형 자동차 `시발(始發)`은 `최초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는 의미의 한자어인 관계로 제외했음을 미리 밝힌다).


우리말 자동차의 역사 : `야무진` `무쏘`처럼 `맵시`나게 `누비라`


1982년 새한자동차 `맵시` / 대우자동차 `맵시-나`



1982년 2월 새한자동차에서 기존 `제미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되어 1989년까지 생산된 후륜구동 방식의 소형 승용차, `맵시`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맵시는 기존 제미니의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한 채 차체 크기를 키워 안전성과 경제성을 개선했다(참고로 `제미니`는 황도 십이궁의 `쌍둥이자리`를 뜻하는 영단어로, `Gemini`라는 별도 영문 표기가 있다). 최고출력은 85마력, 최대토크는 12.5kg.m였다. 새한자동차는 맵시의 스타일, 경제성, 성능, 안전성 등을 내세워 홍보했으나 제미니를 개조한 차종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해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고, 같은 시기에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포니 II에 밀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1983년 1월, 새한자동차는 대우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하고 같은 해 4월, 자체 개발한 `4기통 1.5 리터 XQ 엔진`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9월에는 맵시에 XQ 엔진을 장착한 `맵시-나`가 등장한다. 가나다 순에 따라 두 번째 맵시라는 뜻을 가진 맵시-나는 1985년 3월 고급 트림인 `하이 디럭스`가 라인업에 추가된다. 1986년 7월 후속 차종인 `르망`이 출시되면서 단종된다. 그러나 영업용(택시)으로 한동안 병행 생산된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85마력, 12.5kg.m. 맵시와 맵시-나는 출시 이후 1986년 7월까지 총 42,729대가 생산되었다.


1993년 쌍용 `무쏘`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쌍용자동차에서 생산한 SUV다. 파생형으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생산된 픽업 트럭 `무쏘 스포츠`도 생산되었다.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순수 한국어 낱말인 `무소`를 경음화한 표현이다. 스페인어로는 musso가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지녀 스페인어권 국가에는 `코란도 훼미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프로젝트명은 FJ(Future Jeep)로, 고급 SUV를 표방하여 개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 146대의 테스트 자동차가 제작될 정도로 수많은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직수입한 2.9 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하였으며,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과 보그위너의5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했다. `갤로퍼` 등의 박스형 컨셉이 SUV 디자인의 전형으로 여겨지던 시기에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여 완전 개조 부문(T3) 7위, 디젤 부문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이력도 찾아볼 수 있다. `무쏘`와 `무쏘 스포츠`는 후속 차종인 `카이런`과 `액티언 스포츠`가 출시되면서 단종되었다.


1997년 대우 `누비라`



대우자동차가 1997년 출시한 `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모델로,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라는 뜻의 우리말 `누비다`에서 따왔다. 동급인 현대 아반떼, 기아 세피아보다 큰 차체와 넓은 실내 공간을 지녔으며 1.5 DOHC 엔진과 1.8 DOHC 엔진을 얹었다. 1.5 DOHC 엔진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107마력, 14.3kg.m, 1.8 DOHC 엔진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130마력, 18.4kg.m였다. 세단형을 기본으로 스테이션 왜건인 스패건, 해치백인 D5 등 3가지의 가지치기 모델이 존재했다. 그러나 왜건과 해치백에 대한 인기가 낮은 국내 여건상 스패건과 D5는 극소수만 판매되는 데 그쳤다.



1999년, 누비라는 출시 2년만에 누비라 II로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다. 2001년 휠과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변경한 2002년형으로 연식을 변경하여 판매했다. 2002년 10월에 후속 차종인 `라세티`의 출시와 함께 단종되었다.


1998년 삼성 `야무진`



`야무진`은 1998년 삼성상용차가 제작한 1톤 화물차다. 삼성상용차의 유일한 1톤 소형 트럭으로, 일본 닛산 자동차의 F23형 아틀라스 100을 베이스로 삼았다. 출시 당시 이름은 `SV110`이었으나 1999년 9월 `야무진`으로 변경된다. ```야무진`은 `Yes! Mount the Zone of Imagine`의 이니셜을 조합한 말이나, 우리말 `야무지다`의 형용사형과 같은 발음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고 삼성상용차측은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1톤 트럭 시장에 도전하였으나 현대자동차의 포터, 기아자동차의 봉고 등에 밀려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2000년 삼성상용차가 파산하면서 후속 차종 없이 단종되었다.


2010년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예쁘자나`는 파워프라자에서 제조한 전기 자동차로 2015 서울 모터쇼에서도 등장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차명인 예쁘자나는 `예쁘잖아`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이름이다.



파워프라자는 2007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2013년 서울모토쇼에 해치백 모델 `예쁘자나 S4`을 내놓는다.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토쇼에는 로드스터 모델인 `예쁘자나 R`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예쁘자나 R`은 아직은 달리지 못하는 쇼카(Show Car)에 불과하지만,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가 ``실제로 주행 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만큼 머지않아 실제 공도를 달리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시속 60km로 정속 주행시 최대 571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최고속도는 198km/h, 제로백은 4.6초다.


우리말 자동차 생산, 왜 꺼리나?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에 우리말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출 및 마케팅 비용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자동차 대중화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우리말 명칭은 세련되지 않다`라는 식의 소비자 의식 등으로 인해 마케팅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우리말로 이름 지어진 자동차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할까? 업계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서 나타나는 `알파뉴메릭` 방식(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언어체계)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이러한 방식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되면서 우리말 이름을 붙인 자동차를 찾아보기는 더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모든 나라가 외국어로 자동차 이름을 짓는 것은 아니다



여담으로 자국어를 잘 살려 자동차 이름으로 붙이는데 성공한 나라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발음하기 쉬운 단어를 자동차 이름으로 사용,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요타에서 생산한 `미라이(みらい(未來), 미래)`나, 관(冠)을 뜻하는 일본어 `카무리`(かむり)를 영어식으로 변형시킨 `캠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자동차 이름을 모두 한글로 한다. 현재 주식회사 평화자동차가 북한측에 판매중인 차량을 보면 `휘파람`, `뻐꾸기` 등 정겨운 한글 이름이 붙어있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그 나라 언어로 자동차 이름을 지은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에 수출중인 `밍투`(국내명 `쏘나타`)나 `랑동`(국내명 `아반떼 MD`)이 그 예다. 현지화 전략을 위해 차량의 이름을 바꿔 수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우리말 모델명 차량을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이 89주년 한글날을 목전에 둔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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