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부터 미군의 `발`은 내가 맡는다 - 오쉬코쉬 JL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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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부터 미군의 `발`은 내가 맡는다 - 오쉬코쉬 JLTV
  • 박병하
  • 승인 2016.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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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미군의 `발`이 되어 주었던 `험비(High-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 Humvee,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가 일선에서 점차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험비는 1985년에 태어나, 오늘날까지 미군이 참전한 전 세계의 전장을 누비면서 현대의 미군(특히 지상군)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군용 기동 차량이다.



근 30년에 달하는 복무를 마치고, 명예로운 퇴역을 시작한 험비의 빈 자리에는 2006년경에 시작된 `통합 경량 전술 기동차량(Joint Light Tactical Vehicle, 이하 JLTV)` 사업을 통해 채택된 새로운 차량이 자리하게 된다. 이 사업은 미군의 험비를 대체하는 대규모 장비 도입 사업으로,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제너럴 다이나믹스(General Dynamics),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BAE 시스템즈(BAE Systems) 등, 세계 유수의 방산업체들은 물론, 험비의 아버지인 AM제너럴, 나비스타(Navistar), 오쉬코쉬(Oshkosh) 등의 상용차/중장비 제조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 쟁쟁하기 짝이 없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차세대 미군의 발을 책임져 줄 JLTV로 선택된 차량은 오쉬코쉬 사에서 내놓은 `L-ATV`다. 오쉬코쉬 사는 중장비로 유명한 기업이며, 최근 미국이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vehicle, 지뢰 방호 장갑차량)의 대체재로 채용한 `M-ATV`를 제작한 바 있다.


JLTV 사업, 그리고 JLTV 도입의 이면에는 그 동안 미군이 참전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훈에 있다. 물론, 고기동성 차량인 험비는 아프간의 산악과 이라크의 사막에서 이름에 걸맞은 기동 성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기점으로 전쟁의 양상이 변화하면서 험비는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험비가 21세기 미군이 참전한 전장에서 한계를 드러낸 이유는 그 태생에 있다. 험비는 본래 2차 대전의 `지프(Jeep)`들을 교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량이었다. 직접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장갑차량이 아닌, 병력과 물자 등을 전장에 신속하게 전개하기 위한 기동용 차량이었던 것이다. 세계 각지의 험난한 지형지물을 돌파하며 이름에 걸맞은 우수한 기동력을 그간의 전장에서 증명해 왔다.


하지만 전장의 변화는 험비에게 더욱 많은 것을 요구했다. 전장의 중심은 야전에서 시가지로 넘어갔으며, 전쟁의 양상은 `저강도분쟁(低强度紛爭, Low Intensity Conflict)`의 형태를 띄게 되어 국지적인 무력충돌이 잦아졌다. 또한 美 육군의 경우, 개전 초기부터 마땅한 APC(Armored Personnel Carrier, 병력수송장갑차)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작전 기동에는 좋든 싫든 험비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험비에게는 이전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방어력`이 요구되었고, 험비의 부족한 방어력 문제는 끊임 없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험비도 영화 `블랙 호크 다운`으로 유명한 1993년 소말리아 사태를 전후하여 시가전 상황에서 방어력과 생존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 뒤로 일련의 개량사업을 통해 방어력을 증강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총탄에 대한 방어력을 소폭 확보한 데 그친 정도였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RPG-7 대전차 로켓과 급조폭발물(Improvised Explosive Device, 이하 IED) 등을 견뎌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 등지에 파견된 미군은 험비 대신, 남아공군에서 사용하는 MRAP을 대거 채용하여 험비 대신 사용했다. MRAP은 본래 아파르트헤이트 백인 정권 시절 남아공군이 흑인 게릴라와의 지속적인 비정규전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결과물로, 남아공에서만 사용되고 있었던 형태의 차량이었다. MRAP은 지뢰와 IED 등의 폭발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차체 하부를 `V`형태로 설계함은 물론, 일반적인 기동차량에 비해 한층 두터운 장갑으로 무장하여 방어력과 생존성을 높인 형태의 차량이다.


그러나 이 MRAP 역시 문제가 있었다. MRAP이 가진 `V`형태의 차체 하부는 차체 하부의 공간이 적었던 데다, 하부에서 일어나는 폭발에서 탑승자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를 필연적으로 높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전투용 차량으로서는 전고가 지나치게 높았으며, 이 때문에 무게중심도 따라서 높아졌다. MRAP의 드높은 무게중심은 차량의 주행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었다. 특히, 험준한 산악 지형이 이어지는 아프간에서는 전복사고를 속출하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여기에 두터운 장갑과 독특한 차체 구조, 비교적 소형에 해당하는 차량조차도 10톤을 훌쩍 상회하는 중량 때문에 기동성은 고사하고, 조종성도 떨어졌다.



미군이 JLTV 사업에서 제시한 요구사항은 험비의 기동력과 MRAP의 방어력을 동시에 만족하면서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양립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JLTV는 하나의 플랫폼을 가지고 탑재능력과 운용 교리에 따라, 세 가지 형태의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것을 요구했다. 미군이 제안한 차량의 세 가지 형태는 각각 카테고리 A, B, C로 나뉜다.



카테고리 A는 기본형 차량으로, 전투 병력 4명과 1.6톤의 적재중량을 가지며, CH-47 치누크(Chinook) 수송헬기나 CH-53 수퍼 스탤리온(Super Stallion) 수송헬기로 수송이 가능해야 하며, C-130 전술수송기에 2대를 적재하여 수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기동 차량인 험비와 가장 유사한 개념이다.



카테고리 B는 카테고리 A를 확대한 형태로, 기동차량이 아닌, 전투용 차량으로서의 성능을 중시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카테고리 A에 비해 더 무거운 1.8~2톤 가량의 적재중량을 요구한다. 전투 병력을 최대 6명을 승차시켜서 APC와 유사한 병력수송차량으로 이용하거나, 탑승 병력을 4명으로 줄이고 고속유탄발사기나 중기관총 등을 장비하는 화력 지원 차량 등으로 활용한다. 이 밖에도, 통신장비를 강화한 지휘형 차량이나 간이 구급차 버전들도 고려한 구성이다. 또한 카테고리 A와 마찬가지로, CH-47, CH-53, 그리고 C-130으로 수송이 가능해야 한다.


카테고리 C는 운전석 후방이 분리되는 형태를 가지며, 마치 탑차와 같은 구조를 띈다. 이를 활용하여, 적재중량 2.3톤의 수송용 트럭으로 사용하거나, 야전 구급차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앞선 두 가지 형태와 같이, 카테고리 C 역시 CH-47, CH-53, 그리고 C-130으로 수송이 가능해야 한다.


이 밖에 미군이 제시한 JLTV에 대한 요구 사항은 보다 충실한 방어력과 기동력을 모두 챙기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방어력의 요구는 MRAP의 설계 사상과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MRAP보다 작으면서도 MRAP에 준하는 수준의 방어력을 요구하고 있다. 연료탱크와 냉각 시스템, 엔진오일 팬 등은 각종 소화기류의 총탄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차체는 대인지뢰의 폭발을 견디는 것은 기본에, 대전차 로켓인 `RPG-7`의 고폭(High Explosive) 탄두를 측면에서 방호 가능해야 하며, IED에 대한 방어력 강화 역시 요구하고 있다.


기동력 면에서도 양보는 없다. JLTV의 600마일(약 965km)을 기능 고장 없이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회전반경은 25피트(7.62m)로 제한하고 있으며, 18인치(약 46cm)의 계단을 15mph(약 24km/h)의 속도로 주행해도 차체에 무리가 가서는 안된다. 여기에 1.5m깊이의 염수(鹽水)를 도하할 수 있어야 하며, 1미터 높이의 수직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이어는 런플랫 타이어를 채용하여 차륜이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기동력을 잃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탑승한 보병의 안전을 위해 걸림 방지(Jam-resistant) 도어를 갖춰야 한다. 이는 차량이 피격 당하거나 전복 등의 상황에서 차내의 보병을 신속하게 탈출시키기 위함이다. 차량의 화재를 자동으로 진압하는 소화 시스템 또한 갖춰야 한다. 이 역시 보병의 생존성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병 하나하나의 단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오늘날 미군에게는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수송을 위한 요구 사항은 현재 미군이 운용 중인 수송체계에 맞춘다. 최대 중량은 2만 파운드(약 9톤) 이내여야 한다. 이는 美 해병대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C-130 전술수송기를 사용하고 있는 현행의 수송 체계에 맞추기 위함이다. C-130이 재급유 없이 1천 마일의 항속거리를 내는 최대 허용 중량이 2만 파운드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분해 작업으로 육로와 항공 및 선박 등의 모든 운송수단으로 수송 가능해야 하며, NATO 가맹국들의 철도로 수송이 가능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있다. 또한 장시간 엔진을 정지한 상태에서도 발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차고 조절식 서스펜션을 탑재해야 한다. 또한, `C4ISR(Command, Control, Communications, Computers,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개념의 도입 역시 요구했다.



JLTV의 요구사항이 이렇게 다양하고 까다롭게 된 배경에는 이 차량이 전군 통합으로 채용 및 운용된다는 점에서 온다. 美 육군과 해병대, 그리고 SOCOM(특수전 사령부)가 원하는 사양이 서로 제각각 인데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당 가격도 35만 달러(한화 약 4억 1,772만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군이 작전 요구 성능을 재조정하면서 대당 가격을 23~27만달러(한화 약 2억 7,450만원~3억 2,224만원) 선으로 억제했고, 증가장갑 패키지 비용도 6만 5천달러(약 7,757만원) 선으로 억제했다. 그리고 오쉬코쉬 사가 제시한 L-ATV가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군의 요구에 충실하면서도 다년간 대량의 중장비를 생산해 온 양산 능력을 인정받아 차세대 미군의 발로 낙점되었다.


오쉬코쉬 사의 L-ATV는 단가를 비롯하여 군이 제시한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군이 요구 하는 기동 성능을 만족하기 위해, 적응형 댐퍼 등을 적용한 신형 서스펜션을 탑재하여 기동 성능과 안정성을 모두 챙겼다. 개발 과정에서 약 1천 마일(약 1,616km)에 달하는 오프로드 코스를 완주하면서 주행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오쉬코쉬에 따르면, L-ATV는 기존 험비에 비해 소화기 및 지뢰, IED에 대한 방어력이 크게 강화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자체 폭발물 테스트를 통해, 군이 요구하는 폭발물에 대한 내성을 확보했음을 증명했다. MRAP에서 가져온 V형의 차체 하부 구조와 높은 최저지상고, 폭발 에너지를 흡수하는 구조를 적용하여, 폭발 에너지를 분산 및 흡수하는 방호 체계를 확립했다. 좌석은 일반 차량의 바닥에 고정시키는 형태가 아닌, 천장에 고정하는 형태로 제작했다. 이러한 형태 역시 MRAP에서 가져온 것으로, 하부로부터 올라오는 폭압이 인체에 전달되는 것을 억제한다.



또한, 각종 탐지 장비에 대한 피탐성을 낮추기 위해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발열, 전자기 신호의 노출을 최대한으로 억제, 생존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복합적인 방어 구조를 제공한다. 승무원의 배치 구조를 개선하고 걸림 방지 도어를 채용하여 인력으로 도어를 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하여, 비상 시 모든 탑승 인원이 10초 안에 탈출할 수 있다. 엔진룸 등의 화재를 10초 안에 진압하는 신속한 자동 소화 시스템도 마련되었다. 오쉬코쉬 사에 따르면, L-ATV는 이미 자사가 MRAP의 대체재로 군에 납품한 바 있는 M-ATV에 준하는 방어력과 생존성을 끌어 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사용하는 장비의 전원 공급 체계에 따라 교류와 직류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군용의 고정밀 GPS를 사용할 수 있고, 플러그 앤 플레이 개념을 도입하여, 다양한 장비의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IED에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을 방해하여 기폭을 지연시키거나 무력화시키는 ECM(Electronic Countermeasure)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장시간의 엔진 가동 없이도 차량에 탑재된 무기 및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용량의 추가 전원 역시 확보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 NCW) 개념과 C4ISR 개념에도 부합하는 구성을 취하는 것 도한 가능하게 되었다.


JLTV의 카테고리 개념에 상응하는 차체 형태와 증가장갑 개념도 따르고 있다. 오쉬코쉬의 L-ATV는 기본형태인 A-kit 상태와 증가장갑을 장착한 B-kit 상태로 나뉜다. A-kit와 B-kit의 구분은 증가장갑의 증설 여부에 따른 것으로, 전환은 2명의 보병이 5시간 이내에 환장(換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L-ATV의 증가 장갑은 공간장갑 복합장갑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이 덕분에 추후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었을 때 개량 사업에서 용이하다.



무장은 기존의 험비에서도 사용한 바 있는, 방탄패널과 방탄유리로 보호되는 기관총좌를 비롯하여 M153 CROWS 등의 무인 기관총탑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무기의 탑재는 험비와 같이, 상부 중앙의 해치를 이용한다. 이 외에도 무반동총이나 TOW 대전차 미사일 기존의 험비가 사용했던 다양한 무기를 탑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엔진은 GM의 듀라맥스(Duramax) 6.6리터 V8 디젤 엔진을 기반으로 하며, 약 300마력의 출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저속 트랜스퍼케이스를 갖춘 앨리슨의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엔진의 경우는 오쉬코쉬의 프로펄스 디젤-전기 파워트레인(ProPulse Diesel-electric Powertrain)을 탑재할 수도 있다. 미군의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연료는 항공유인 JP-8을 사용한다.


A-kit 상태의 L-ATV는 자체중량만 6.4톤에 달하지만, 마르고 단단한 노면에서 0-48km/h 가속 시간 7초의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같은 노면 조건 하에서의 0-100km/h 가속 시간은 15초에 끝낸다. 또한 험로 주파 능력을 대대적으로 끌어 올려, 기존 기동차량에 비해 험지 주행 속도를 70% 가량 상승시켰으며, 장애물과 지형 극복 능력을 험비와 동등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MRAP에 비해 한참 낮아진 무게중심과 지능형 차고 조절식 서스펜션을 장착하여 안정적인 기동성능을 확보함과 동시에, 야지 주행 시의 승무원의 피로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점은 항공 수송에도 이점으로 작용하여 전술/전략수송기인 C-17 글로브마스터(Globemaster III)는 물론, 그보다 작은 전술수송기인 C-130에도 수송이 가능하다.



JLTV로 선정되어 올 해부터 배치를 개시하게 될 오쉬코쉬 L-ATV는 작년부터 약 67억 달러(한화 약 8조 212억원) 규모의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초도 생산분인 1만 6천여대가 美 육군과 해병대에 공급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대량 생산은 2018년부터 시작되며, 2022년경에는 육군과 해병대를 포함하여 총 5만 5천대를 배치 완료할 계획이다. 다목적으로 만들어진 JLTV는 기존 험비의 빈 자리를 모두 메우고, 험비 외의 각종 전술차량들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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