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디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차량 연료다. 성질이 달라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잘못 급유했다가는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휘발유도 다 같은 휘발유가 아니며,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반유와 고급유를 가르는 기준 중의 하나인 `옥탄가`에 대한 사실 말이다.
엔진을 망가뜨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 노킹
일반적으로 엔진은 일정한 옥탄가(Octane Number, 옥테인가라고도 함)의 연료를 공급할 것을 염두에 두어 설계된다. 만일 엔진이 요구하는 옥탄가보다 낮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할 경우 `노킹 현상(Knocking)`이 일어날 수 있다. 노킹이란 점화 플러그가 아닌 곳에서도 연료가 점화되는 비정상적인 점화를 뜻한다. 이러한 노킹 현상은 엔진을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은 소음을 유발하며, 엔진의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엔진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휘발유에 첨가하는 화합물을 `안티노크(AntiKnock)제`라고 말하며, 이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옥탄가다.
옥탄가 91? 옥탄가 94?
옥탄가의 표기는 탄화수소인 `아이소옥테인(Iso-Octane)`과 `노말헵테인(n-Heptane)` 혼합물을 기준으로, 두 물질의 혼합물에서 아이소옥테인이 차지하는 부피를 비율로 표기한다. 가령 측정대상 휘발유가 아이소옥테인 93% 노멀헵테인 7%와 같은 노킹을 일으킨다면, 옥탄가는 93이 되는 원리다. 측정대상 휘발유가 기준이 되는 아이소옥테인보다 더 노킹에 강할 수도 있다. 그때는 옥탄가가 100을 넘어선 값으로 표기된다. 국내 석유류 제품은 일반유가 RON 91 이상 94 미만, 고급유가 RON 94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RON? 옥탄가를 측정하는 종류 중 하나
`RON(Research Octane Number)`은 옥탄가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측정법 중 하나다. 국내를 포함해 일본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통제된 시험용 엔진을 이용해 옥탄가를 측정한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옥탄가 측정법으로 `MON(Motor Octane Number)`과 `AKI(Anti-Knock Index)`가 있다. MON은 RON보다 좀 더 실제 상황에 가까운 시험 방식을 취한다. 더 높은 RPM에서 부하를 주어 측정하며, 같은 휘발유임에도 RON 방식보다 낮은 옥탄가가 나온다. AKI는 미국이나 캐나다, 브라질 등지에서 사용되는 측정법으로, 같은 휘발유를 측정해도 RON보다 대략 4~5 정도 낮게 나올 정도로 수치가 낮게 측정된다.
내 차는 일반유일까, 고급유일까?
일반유보다 옥탄가가 높은 연료를 고급유라고 지칭한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국내 석유류 제품은 일반유가 RON 91 이상 94 미만, 고급유가 RON 94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고급유를 사용해야 하는 차량은 압축비가 11을 넘어 최고 14까지 올라가는 고출력 자연 흡배기 엔진이나 과급기를 단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다. 이는 노킹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제조사가 의도한 차량의 성능을 100% 끌어내기 위해서도 확인해야 할 부분. 만일 엔진이 요구하는 것보다 낮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할 경우 차량 성능이나 연비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엔진 성능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고급유를 구할 길이 없어 일반유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급가속 및 급제동을 하지 않으며, 고속으로 달리지 않는다. 여기에 엔진회전수를 3,00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유를 넣은 상황에서 엔진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옥탄가를 높여주는 첨가제의 일종인 옥탄부스터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불필요하게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낭비다.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출력 상승과는 일절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량 매뉴얼을 반드시 확인해 자신의 차에 맞는 옥탄가를 알아두고, 고급유 사용을 권장한다면 이를 지키는 것이 차에 이상을 일으키지 않고 성능을 유지할 방법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