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웃고 울리는 J.D 파워, 자세히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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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웃고 울리는 J.D 파워, 자세히 들여다보니
  • 이동익
  • 승인 2016.08.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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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기아자동차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J.D. 파워(J.D.Power)가 실시한 `2016 초기품질조사(IQS)`에서 1위를 차지한 것. 기아차는 83점으로 포르쉐와 토요타 등을 제치고 33개 제조사 중 1위에 올랐으며, 현대자동차도 92점으로 3위를 기록해 품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루아침에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은 아니다. 2000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현대차는 203점으로 전체 제조사 가운데 34위를 차지했고, 기아차는 251점으로 그보다 아래인 37위를 기록해 평균 이하의 등수를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J.D. 파워의 조사 결과에 웃고 우는 것은 현대-기아차뿐만이 아니다. 여러 글로벌 제조사들도 자사 차량의 품질과 내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J.D. 파워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내세운다. 과연 J.D. 파워가 어느 정도로 공신력 있는 회사이길래 제조사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1968년 설립된 J.D. 파워는 시장 조사를 통해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의 만족도 등을 조사하는 미국의 마케팅 정보회사다. 정식 사명은 `J.D. 파워 앤드 어소시에이츠(J.D. Power and Associates)`로, 설립자의 이름인 `제임스 데이비드 파워 3세(James David Power III)`에서 따왔다.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가전제품, 통신, 헬스케어, 여행 및 호텔,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자동차 분야의 소비자 만족 조사로 잘 알려져 있다. J.D 파워는 세계적으로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자료는 50여 개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언어로 전파된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J.D 파워의 조사 결과를 언급할 때 `권위 있는` 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실제로 J.D. 파워는 자동차 분야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J.D. 파워에서 발표하는 조사 결과에는 구매 전 받을 수 있는 금융 서비스부터 외관/인테리어, 자동차의 실제 성능까지 체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항목이 망라되어 있어 신차를 살 때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조사로는 `내구품질조사(VDS, The Vehicle Dependability)`와 `초기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가 있다. 매년 2월에 발표되는 내구품질조사는 자동차를 구매한 지 3년이 지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해 지난 1년간 자동차의 결함이나 불만 사항을 집계한다. 설문 항목은 외관/인테리어, 엔진/변속기, 승차감 등 총 177개 세부 항목으로 나뉘며, 100대당 불만 건수를 점수로 환산한다.



반면 매년 6월에 발표되는 초기품질조사는 기간이 더 짧다. 자동차를 구매한 지 3개월이 지난 소비자가 대상이다. 세부 항목은 총 233개이며 내구품질조사와 마찬가지로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불만이나 차량 결함을 100대당 불만 건수로 점수화한다. 불만이 없고 차량 결함이 없을수록, 즉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기아차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초기품질조사다. 요약하자면 내구품질조사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차량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반면, 초기품질조사는 3달 이내의 차량 만족도를 나타내는 차이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J.D. 파워는 이 밖에도 `상품성 만족도 조사(APEAL, 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도 실시 중이다. 신차 구매 후 90일이 지난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의 상품성과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를 파악하는 조사다. 세부 항목은 77개로 구성되며 만점은 1,000점이다. 이 외에 자동차 공장 생산 품질 평가, 고객 서비스 만족도, 신차 재구매율 조사 등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평가이니만큼 조사 방법은 설문을 이용한다. 소비자에게 구매한 자동차의 품질을 묻는 설문지를 돌린 뒤 불만 건수를 산출해 점수를 내는 방식이다. 오로지 소비자의 의견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J.D 파워 조사의 특징이다. 설문 항목은 정확성을 위해 자동차 산업 설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낸다. 전 세계 수많은 소비자의 설문을 거쳐 데이터를 산출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그 과정에 J.D. 파워가 직접 관여하지도 않기 때문에 공정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차량 결함으로 인한 불만뿐만이 아니라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 승차감이나 정숙성도 불만 사항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인의 선호도와 만족도를 나타내는 일면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족도가 상대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질에 더욱 엄격하고, 非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질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 비싼 값에 구매한 물건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을 반길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저가에 구매한 물건이 기대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면 이를 반기지 않을 소비자 또한 없다. 차량에 대한 만족도는 늘 상대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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