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차급을 완전히 일치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규격화된 국제 공통 표기법이 없을뿐더러 지역별 기준도 다른 탓이다. 같은 자동차를 보고도 중형이니, 미드사이즈니, D 세그먼트니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급을 구분하는 기준을 국내와 유럽, 미국의 예를 들어 정리했다. 이것만 잘 기억해도 지역별로 다른 차급 분류법을 헷갈릴 일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국내에서는 배기량과 자동차 크기에 따라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등으로 나눈다. 1,000cc 이하의 배기량이 경형에 해당하며 전장 X 전폭 X 전고(mm)는 각각 3,600 X 1,600 X 2,000 이하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1,600cc 미만은 소형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전장 X 전폭 X 전고(mm)가 각각 4,700 X 1,700 X 2,000 이하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배기량이 1,600~2,000cc 미만에 해당하거나 전장, 전폭, 전고 중 하나라도 소형 기준을 넘으면 중형으로 구분한다. 2,000cc 이상의 배기량을 가지고 있거나 전장, 전폭, 전고가 모두 소형 기준을 넘으면 대형으로 분류한다.
이 밖에도 자동차 제조사 측에서는 준중형(소형과 중형 사이), 준대형(중형과 대형 사이), 초대형(대형 이상) 등의 차급으로 자동차를 분류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차급이지만 한층 세분된 기준으로 자동차를 분류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 측에서 내세운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배기량을 기반으로 한 구분법은 자동차세 부과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자동차를 분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이번에는 유럽 시장에서의 차급 분류 기준을 보자. C 세그먼트, E 세그먼트 등 흔히 말하는 `세그먼트`는 유럽에서 온 말이다. 이곳에서는 A 세그먼트부터 F 세그먼트까지 전장에 따라 총 6개의 기준으로 차급을 정의한다. 전장 3,500mm 이하는 A 세그먼트(Mini-car), 전장 3,850mm 이하는 B 세그먼트(Small-car), 전장 4,300mm 이하는 C 세그먼트(Midium-car)로 분류된다. 또한, 4,700mm 이하는 D 세그먼트(Large-car), 전장 5,000mm 이하는 E 세그먼트(Executive-car), 5,000mm 초과는 F 세그먼트(Luxury-car)로 나뉜다.
SUV와 MPV, 스포츠카를 구분하는 세그먼트도 있다. J, M, S 세그먼트는 각각 SUV, MPV, 스포츠카를 나누는 세그먼트로 사용된다. 단, 유럽이라고 모두 세그먼트로 차급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이다. 영국은 차급을 마이크로카, 시티카, 수퍼미니, 스몰 패밀리 카, 라지 패밀리 카로 나누는 등 오히려 미국과 유사한 구분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차급 분류 기준이다. 미국은 국내나 유럽보다 그 기준이 훨씬 세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차급 내에서도 프리미엄과 비 프리미엄을 별도로 구분하기도 하며, 유럽 시장에서 S 세그먼트나 M 세그먼트로 뭉뚱그리는 차급을 상세히 나누기도 한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차급은 마이크로카, 서브컴팩트카, 컴팩트카, 미드사이즈카, 엔트리레벨 럭셔리카, 풀사이즈카, 미드사이즈 럭셔리카, 풀사이즈 럭셔리카 등으로 분류된다. 유럽 시장에서의 D 세그먼트를 미드사이즈카/엔트리레벨 럭셔리카로, E 세그먼트를 풀사이즈카/미드사이즈 럭셔리카로 나누어 프리미엄과 비 프리미엄을 별도의 차급으로 나눈 것을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크기가 아닌 실내 용적률이 기준이 된다는 점.
유럽의 S 세그먼트나 M 세그먼트도 미국에서는 종류에 따라 상세히 구분된다. 스포츠카를 `그랜드 투어러`, `슈퍼카`, `컨버터블`, `로드스터`로, 다목적차량은 `MPV`, `미니밴`, `카고밴`, `패신저밴`으로, SUV를 `미니 SUV`, `컴팩트 SUV`, `미드사이즈 SUV`, `풀사이즈 SUV` 등으로 나누는 것.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픽업 트럭도 크기에 따라 `미니 픽업트럭`, `미드사이즈 픽업트럭`, `풀사이즈 픽업트럭`, `헤비 듀티 픽업 트럭` 등으로 구분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