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6` 시리즈 성공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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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6` 시리즈 성공의 이면
  • 윤현수
  • 승인 2017.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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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의 기세가 매섭다. 고급 중형 세단으로 포지셔닝한 SM6와 SUV 라인업에 이름을 더한 QM6가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SM5 단일 모델로 창립 초창기부터 전성시대를 맞이했던 르노삼성. 그 르노삼성이 20여년 만에 `6 넘버링` 시리즈로 재도약을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중형차 시장을 장악했던 현대 쏘나타는 YF에서 LF로 세대가 바뀌며 되려 수수해졌다. 파격적인 디자인 혁신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YF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YF를 이은 후속작 LF는 지나치게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LF는 SUV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었던 시장 경향과 함께, 혁신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큰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이로인해 쏘나타 역사상 가장 판매가 부진한 모델이 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등장한 SM6는 화려한 내외관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2016년 초 출시 이후, 영업용 차량을 제외한 판매량에서 SM6는 쏘나타를 여러 번 꺾은 바 있다. 또한 신차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시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중형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러한 시장 흥행의 원인은 모기업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한 축을 맡는 르노의 상품성 강화에 있다. 종전까지 중형차 이상 모델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르노는 탈리스만을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좋게 말하면 `전위적`이었던 외관 스타일링은 사실 이해하기 힘든 방향성을 지녔다. 그러나 디자인 측면에서 대중적인 노선을 취함과 동시에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입힌 스타일링은 이른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새로운 르노 패밀리룩을 입고 등장한 QM6 역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중형 SUV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로 통하는 현대 및 기아의 중형 SUV 듀오와 비교하면 다소 뒤쳐지는 성적이다. 그러나 싼타페, 쏘렌토가 장악하며 장기간 고착화된 중형 SUV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 두 모델은 르노삼성을 착실히 견인하고 있다. SM6 출시 이전 내수 시장 점유율 부문에서 쌍용차에 뒤지던 르노삼성은 `6 넘버링` 모델들을 연이어 시장에 내놓은 이후, 티볼리로 주가를 올리던 쌍용차를 제치고 국산 브랜드 기준 4위 자리에 굳건히 자리잡았다. 2015년 말, 시장 점유율이 2%까지 떨어지며 나락을 맛본 르노삼성은 최근 폭발력 있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판매 볼륨이 큰 중형 세단 및 중형 SUV 시장을 공략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르노삼성의 승승장구에도 어두운 이면이 있다. `6 시리즈`를 제외한 차량들은 모두 시장에서 외면당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기준, 르노삼성의 전통적인 세단 라인업인 SM3, SM5, SM7은 모두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 하락을 보였다. 각각 43%, 68%, 1.6% 가량으로, 폭락 수준의 좋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우선 르노삼성의 핵심모델이었던 SM5는 SM6가 중형차 시장을 활개치고 있는 와중에, 카니발리제이션(자가잠식)을 통해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현재는 월 300대 가량만이 팔리며 파워트레인 선택폭 증대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SM6가 중심 모델로 활약하기 시작하게 되자, SM5는 자연스럽게 중형차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이제 SM5는 르노삼성차의 중심 모델이라 할 수 없다. 또한 단순히 중심 모델의 무게추가 옮겨졌다고 보기엔 문제가 복합적이다. 전반적인 라인업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랙스와 함께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해 나간 QM3는 출시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경쟁 모델인 트랙스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경쟁력을 대폭 강화시켜 지난해 말부터 QM3를 따돌리고 소형 SUV 시장의 2위로 떠올랐다. 더군다나 공급 불안정까지 겹치며 지난 1월에는 판매량이 192대로 곤두박질쳤다. 공급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그간 지켜왔던 2위 자리를 탈환해야 하는 것이 르노삼성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플래그십 모델인 SM7은 어떨까. QM3의 사례와 같이 공급 불안정으로 인한 비정상적 변화가 있긴 하나,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곧 제품의 상품성, 혹은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SM7은 전년도에 월평균 600대도 되지 않은 판매량을 보였다. 역대 최고의 사전계약자 수를 자랑하며 2017년 1월 기준 9414대를 판매한 그랜저 IG와 비교하면 굉장한 격차다. 이는 SM7의 상대적인 제품력이 예상 이상으로 하락했음을 방증한다.


SM3를 비롯한 두 모델은 월간 판매량이 세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각 클래스의 경쟁자들이 모두 수 천대를 넘는 호성적을 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처절한 실적이다. 타사에 비해 모델 체인지의 주기가 긴 탓에 상품성 저하가 빠른 타이밍에 찾아 오는 것도 문제다. 르노삼성이 사력을 다해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해도, 모델 교체 주기가 짧은 현대와 기아는 이미 세대 변경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르노삼성은 현재 모델 간의 상품성 격차와 더불어 오래된 모델들의 경쟁력 저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선봉에 나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6 넘버링` 모델들은 출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상품성 개선 모델 및 옵션 조정 등으로 경쟁력을 이어나가기 수월하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출시된 지 5년 이상 지난 모델들은 단순히 편의사양 조정이나 한정판 등의 편법만으론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다.


자동차 제조사의 먹거리는 신 모델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일반적인 풀 라인업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이다. 따라서 신 모델의 간격이 굉장히 긴 편이다. 현재 모기업의 소형차, 클리오가 출격을 대기하고 있으나, 소형차 시장의 파이는 줄어들 대로 줄어든 시점이다. 기업 수익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르노삼성의 이러한 고민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규모가 작은 업체의 오랜 딜레마 중 하나이다. 기업을 이끌어 주는 `6 넘버링` 모델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욕심을 더 부릴 만하다. 노쇠한 여타 모델들 역시 신형 르노 차량을 기반으로 하여 세대 교체가 차근차근 이루어진다면,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빼앗아오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선 할인 프로모션을 비롯한 마케팅 방식의 변화 이외에는 변수가 없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상품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적다. 르노삼성은 `6 넘버링` 모델들의 성공 이면을 바라보아야 한다. 라인업 절반이 부진에 빠져있다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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