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리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를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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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체리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를 고발하다
  • 윤현수
  • 승인 2017.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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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디자인 등의 지적 재산권에 무심하다는 것은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드러난 바 있다. 2017년이 도래했음에도 중국 밖의 자동차 브랜드 디자인을 상당 부분 카피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이 여전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일례로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쏙 빼닮은 `랜드윈드`는 대중에게 공개된 지 시간이 꽤 지났으나, 랜드로버는 2016년이 되어서야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의 저작권 관련 법이 허술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자동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소송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번엔 중국 측에서 자동차 문명의 발상지인 유럽 브랜드를 정조준했다. 중국의 `기서기차(奇瑞汽车)`라는 제조사는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유럽인들이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목표물은 메르세데스-벤츠. 기서기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2016년 공개한 바 있는 전기차 컨셉트카와 동명의 브랜드, `EQ`가 자신들의 브랜드명을 침해했다고 고발한 것이다.



이 기서기차라는 제조사의 다른 이름은 `체리자동차`. 이른 바, `짝퉁 마티즈`로 웹 상을 뜨겁게 달궜던 `QQ`로 유명한 그 제조사다. 기서기차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eQ`라 명명한 2도어 전기차 모델을 생산해왔다며, 자신들이 `EQ` 알파벳을 사용한 차명을 선점했다고 주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측은 2018~2020년 즈음 독일 공장을 통해 `EQ` 브랜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라 밝힌바 있다. 더불어 자사의 중국 공장에서도 `EQ`의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소송을 통해 중국 특허청이 기서기차의 승소를 선언한다면, 메르세데스 벤츠가 공들였던 EQ 브랜드를 중국에서 사용하지 못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의 진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6년부터 `EQ`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BMW의 `i`에 대항하기 위한 별도의 친환경 자동차 브랜드가 필요했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7 CES를 통해 마침내 `EQ` 브랜드를 런칭했으나 의외의 복병을 맞게 되었다. 기서기차의 이러한 태도는 폐쇄적인 특성을 지닌 시장의 특성을 등에 업고 고성장을 이룩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위상이 생각보다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시장 한정으로 브랜드명을 바꾼다는 선택지를 취할 수도 있다. 국가에 따른 유연한 브랜드명 설정은 종래에도 있었던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단위로 시장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통일성을 구축하는 데 더 용이하게 작용한다. 아울러 세계 최대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 자동차 시장, 그리고 언젠가 주류가 될 전기차 시장을 메르세데스 벤츠가 포기할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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