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심장은 어떻게 생겼니? - 방켈 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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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심장은 어떻게 생겼니? - 방켈 엔진 편
  • 박병하
  • 승인 2017.04.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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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동차들은 대부분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이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 엔진을 주된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근래에는 친환경 열풍과 함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들과 전기모터만을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들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자동차들이 사용하는 엔진은 형태 면에서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4행정의 직렬 엔진, 혹은 V형 엔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자동차 역사에서는 이 외에도 다른 연료와 다른 형태의 엔진을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자동차 역사의 극초기부터 등장하여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열띤 경쟁을 벌였던 증기 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었던 가스터빈(터보샤프트)자동차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형태 면에서는 흔히 `로터리 엔진`으로 알려진 마쯔다의 방켈(Wankel) 엔진이나, 포르쉐와 스바루가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용 중인 수평대향 엔진을 들 수 있다.

한 세기가 넘는 자동차 역사에서 오늘날 양산차 업계에는 보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자동차의 심장을 만나 본다. 그 두 번째는 독일에서 태어나, 일본 마쯔다의 손에서 자란 독특한 엔진, 방켈(Wankel) 엔진에 대한 이야기다.

방켈 엔진은 독일의 기술자이자, 오늘날 아우디의 전신이 된 NSU의 기술자, 펠릭스 방켈(Felix Heinrich Wankel, 1902~1988)박사가 1954년 최초로 고안한 엔진이다. 흔히, 일본에서 쓰이는 용어를 들여온 `로터리(Rotary) 엔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본래 로터리 엔진은 방켈 엔진 외에도 엔진 자체가 직접 회전하여 동력을 생성했던 초기의 성형(星型)엔진(Radial Engine)까지 아우르는 표현이기 때문에 방켈 엔진이라 칭하는 쪽이 조금 더 정확하다.

방켈 엔진은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주류로 사용되고 있는 왕복엔진과는 전혀 다른 구조와 특성을 갖는다. 일반적인 왕복엔진은 실린더 내부의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고 커넥팅 로드와 크랭크축을 이용하여 이를 회전력으로 변환한다. 하지만 방켈 엔진은 내부를 특수한 형상의 연소실이 조성된 하우징과 그 내부에서 회전하는 로터(Rotor)로 구성하며, 연소에 따른 로터의 회전운동을 직접 이용한다.

방켈 엔진은 내부가 누에고치 형상으로 설계된 연소실을 삼각형의 로터가 회전하면서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을 진행한다. 또한, (오토사이클 기준)피스톤 왕복 2회에 1행정이 완료되는 4행정 왕복엔진과 달리, 방켈 엔진은 로터가 1회 회전하는 동안 약 3회의 행정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최초 행정에서 연소실에 주입된 혼합기가 로터의 회전에 의해 압축 및 착화될 동안, 그 다음 행정을 위한 혼합기가 이미 들어 와 있으며, 폭발 및 배기행정을 하는 동안에도 이미 또 다른 행정을 위한 혼합기가 연소실에 들어온다. 따라서 방켈 엔진은 동력을 생성하게 되는 폭발행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회전운동이 가능한 이유는 트로코이드(Trochoid) 곡선의 원리를 응용한 특수한 형상의 하우징의 내부구조(연소실)에 있다. 엔진의 중심축에는 고정기어가 설치되고 로터에는 내측에 중심축보다 더 큰 비율의 기어를 설치한다. 중심축의 기어는 고정되어 있으며, 로터의 내측 기어는 중심축 기어와 맞물리며 회전운동을 한다. 로터의 각 첨단부(尖端部)는 로터의 회전운동에 따라 누에고치 형태의 트로코이드 곡선을 그려낸다. 이 곡선을 따라서 방켈 엔진의 연소실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방켈엔진의 삼각형 로터가 연소실을 남김 없이 훑을 수 있는 것이다. 

방켈 엔진은 그 작동 방식에 따라, DKM(Drehkolbenmaschinen)과 KKM(Kreiskolbenmaschinen) 방식으로 나뉜다. DKM 방식은 방켈이 처음 고안한 형태로, 고정된 중심축을 하우징과 로터가 직접 회전하여 동력을 공급한다. 이 방식은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엔진이 직접 회전하는 초기 성형(星型)엔진(Radial Engine)과 작동이 유사했다. 그러나 구조 상 흡배기 통로는 물론, 점화케이블 접속이 어려우며, 수랭식 구조를 사용하기에 무리가 따랐기 때문에 마쯔다 방켈 엔진을 포함한 후대의 방켈 엔진은 모두 KKM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KKM 방식은 하우징이 고정되어 있고, 그 내부를 중심축과 로터가 회전하면서 동력을 공급한다. 

방켈엔진은 그 고유한 특성 덕분에 왕복엔진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작은 배기량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마쯔다의 방켈 엔진은 같은 배기량의 4행정 가솔린 엔진에 비해 2배가량의 출력을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곧 엔진을 더 작게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며, 무게중심을 낮추는 설계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엔진의 진동을 유발하는 왕복 과정이 없으므로, 진동이 적은 특성을 가짐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고회전으로 출력을 끌어내는 데에도 유리하다.

다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방켈 엔진은 여러모로 상용화하기에 위험부담이 따르는 엔진이기도 하다. 방켈 엔진의 모든 장점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기밀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방켈 엔진은 구조 상 기밀 유지와 윤활이 왕복 엔진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구조다. 방켈 엔진의 삼각형 로터는 기밀 유지를 위해 로터의 각 첨단부에 기밀 유지용 에이팩스 실링을 설치하고, 이를 스프링의 장력으로 밀어 기밀을 유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는 에이팩스 실링이 연소실의 트로코이드 면에서 마찰 진동을 일으켜, 연소실 내벽에 물결모양의 마모가 생기는 `체터마크(Chatter mark)`현상의 원인이었다.

따라서 성능의 저하 시점이 왕복엔진의 실린더에 비해 빨리 찾아옴은 물론, 심한 경우에는 하우징을 새로 교체하거나, 아예 엔진을 새로 얹어야 하는 등, 유지보수 면에서 왕복엔진에 비해 크게 불리한 측면이 존재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발행정으로 인해 연료의 소비도 많아, 시장의 주류로 올라 서기에는 불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마쯔다 방켈 엔진은 독특한 특성이 갖는 매력으로 전 세계에 수많은 애호가들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마쯔다가 2015년의 도쿄모터쇼를 통해 최초 공개한 RX-VISION 컨셉트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방켈 엔진의 개발을 천명하면서, 새로운 엔진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 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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