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심장은 어떻게 생겼니? – 가스 터빈 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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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심장은 어떻게 생겼니? – 가스 터빈 엔진 편
  • 승인 2017.05.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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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자동차들은 대부분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이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 엔진을 주된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근래에는 친환경 열풍과 함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자동차들과 전기모터만을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들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자동차들이 사용하는 엔진은 형태 면에서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4행정의 직렬 엔진, 혹은 V형 엔진을 주로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자동차 역사에서는 이 외에도 다른 연료와 다른 형태의 엔진을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자동차역사의 극초기부터 등장하여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열띤 경쟁을 벌였던 증기 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으며, 미국을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었던 가스터빈(터보샤프트)자동차도 그예가 될 수 있다. 형태 면에서는 흔히 `로터리 엔진`으로 알려진 마쯔다의 방켈(Wankel) 엔진이나, 포르쉐와 스바루가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용 중인 수평대향 엔진을 들 수 있다.

<GM 파이어버드 컨셉트(사진 출처: GM)>

한 세기가 넘는 자동차 역사에서 오늘날 양산차 업계에는 보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자동차의 심장을 만나 본다. 그 세 번째 이야기는 과거 자동차 시장에서 미래의 엔진으로 각광받았던 가스터빈(Gas Turbine) 엔진에 관한 이야기다.

<GE 101 가스터빈엔진의 소개 영상(영상 출처: GE Power)>

가스터빈 엔진은 연료를 연소시켜 생성되는 고온/고압의 가스의 흐름으로부터동력을 얻는 회전동력기관을 총칭한다. 가스 터빈 엔진은 기본적으로 압축기와 터빈, 그리고 연소실의 세 가지 장치로 구성된다. 압축기는 연소에 필요한공기를 모으는 역할을 하고, 연소실에서는 혼합기(공기+연료)를 연소시켜 고온/고압의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고온 고압의 가스를 터빈 블레이드로 분사함으로써 얻는 회전력이 가스터빈 엔진의동력이 된다.

<롤스로이스 M250 터보샤프트 엔진(사진 출처: 롤스로이스 plc)>

가스터빈 엔진은 외연 및 내연기관의 두 가지 형태가 모두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이동수단에 사용되는 가스터빈 엔진은 대부분이 내연기관의 형태를 갖는다. 외연기관 형태의 가스터빈엔진은 규모 자체가 지나치게 커서 지상에서의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내연기관 형태의 가스터빈 엔진은 흔히 `제트 엔진`이라고 불리는 터보제트 엔진, 각종 항공기에 사용하는 터보팬 엔진과터보프롭엔진, 그리고 터보샤프트 엔진 등으로 나뉜다. 이들중 본지에서 다루고자 하는 가스터빈 엔진은 주로 `터보샤프트` 엔진으로, 좁은 의미의 가스터빈 엔진은 일반적으로 터보샤프트 엔진을 가리킨다.

<롤스로이스 CTS800 터보샤프트 엔진(사진 출처: 롤스로이스 plc)>

터보샤프트 엔진이란, 엔진 출력의100%를 축 동력(Shaft power)으로 발생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스 터빈 엔진으로, 본래 항공기 등의 보조동력장치(Auxiliary Power Unit, APU)로고안된 엔진이다. 발생시키는 동력에 비해 크기가 대체로 작은 편인 가스터빈 엔진들 중에서도 소형화에유리한 구조와 함께 출력과 신뢰도를 두루 만족하는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헬리콥터의 엔진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형태이며, 선박은 물론, 현대의전차(戰車)에도 사용되고 있다.

<터보샤프트 엔진의 작동 과정(사진 출처: Wikipedia)>

터보샤프트 엔진은 구조 상 압축기 터빈과 동력축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가스압력을 직접 이용하는 제트 엔진이나, 터빈이 동력축과 기계적으로연결되어 있는 터보프롭 엔진과 큰 차이를 갖는 부분이다. 터보샤프트 엔진의 터빈에서 만들어진 추진력으로동력축에 설치된 자유 터빈(Free Turbine)을 회전시키고, 이힘으로 동력축이 회전하면서 동력을 얻는다. 터보 샤프트 기관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추력을 발생시키지않는다.

이는 터보샤프트 엔진이 운송수단의 기관으로서 뛰어난 범용성을 갖게 하는 다양한 장점들을 구현하는 근간이 된다. 먼저, 기본적으로 동력축이 압축기 터빈과 분리되어 있는 자유 회전구조이기 때문에 감속기어의 설계가 용이하고 다양한 회전속도에 대응할 수 있어, 기관부와 동력전달 계통의설계가 용이하다. 또한, 압축기와 동력축으로 양단되는 단순한구조 덕분에 기계적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단순한 구조 덕분에 윤활계통도 한층 간소화 시킬 수있으며, 윤활유의 소모량 절감을 실현 가능하면서도 고속 회전에도 유리하다.

이 덕분에 일반적인 왕복 엔진에 비해 현저히 작은 체적으로도 고출력을 얻어내기 유리함은 물론, 다른 가스터빈 엔진에 비해 빠르게 시동할 수 있으며, 빠른 가속성능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엔진의 구조에 따라 연료의 사용에 제약이 따르는 왕복엔진에 비해 다양한종류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현대에는 기록 수립을 위해 만들어지는 극소수 특수한 차량 외에는 거의 만들어지지않고 있다. 하지만 1950년대 세계의 자동차 시장에서는상기한 여러가지 장점들 덕분에 가스터빈 엔진은 한 때 왕복 엔진을 밀어낼 기대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GM 파이어버드 I 컨셉트카(사진 출처: GM)

GM 파이어버드 II 컨셉트카(사진 출처: GM)

GM 파이어버드 III 컨셉트카(사진 출처: GM)

가스터빈을 자동차에 이식하는, 오늘날로서는 실로 기막힌 실험을 감행했던첫 타자는 바로 GM이다. GM은 1953년 선보인 GM 파이어버드 컨셉트를 통해 미래의 자동차상(象)을 제시한 바있다. 가스터빈 엔진을 실은 파이어버드 컨셉트는 인화성 액체라면 무엇이든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항공기를 자동차로 그대로 옮긴 듯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자동차 시장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파이어버드 컨셉트는 총 3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개량되며 미래의 자동차상을한층 구체화해 나갔다.

로버 JET 1(사진 출처: Getty Images)

가스터빈을 탑재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미국만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영국의로버에서는 GM의 파이어버드 컨셉트가 등장하기도 전인 1949년경에이미 `제트1(JET1)`이라는 이름의 가스 터빈 엔진을사용하는 자동차를 만들어낸 바 있다. 로버의 제트1은 52년, 공력 성능을 한층 개선하고,벨기에 Jabbeke 고속도로에서 240km/h를넘는, 당시로선 상상도 못할 초고속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이 차는 영국의 런던 과학 박물관에 보존 중이다. 그리고 로버는 훗날JET1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로버-BRM`이라는이름의 시험용 경주차를 제작, 포뮬러 1에 출전하기도 했다.

피아트 투르비나(Turbina) 컨셉트(사진 출처: FIAT)

가스터빈 엔진을 자동차에 탑재하려는 시도는 이탈리아에서도 존재했다. 이탈리아의피아트가 1954년 공개한 피아트 투르비나(Turbina) 컨셉트가바로 그것이다. 이 차는 1948년부터 개발에 돌입하여 6년여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투르비나 컨셉트의 가스터빈 엔진은 2단계의 압축과정을 거치며, 300마력/22,000rpm의 강력한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0.14cd에 달하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자랑하는 차체를 지니고 있어, 당시에는약 25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크라이슬러 터빈 파워 컨셉트(사진 출처: FCA)

이보다 더 늦은 시기였던 60년대에는 미래가 아닌, 현실세계에 투입하기 위한 가스터빈 자동차도 태어났다. 크라이슬러의터빈 파워 컨셉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차는 보여주기 위한 쇼 카가 아닌, 일반에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된 양산차로, 실제로 운행 가능한 차량도 50대 가량 만들어졌다. 이전부터 꾸준히 가스터빈을 탑재하려는 실험을해 온 크라이슬러는 이 차를 진짜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환경규제의 강화와 `석유 파동`이라는 악재가이어짐에 따라, 가스터빈을 실은 자동차를 양산하고자 했던 크라이슬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재규어 C-X75(사진 출처: 재규어)

이 외에 최근의 사례로는 재규어가 2010년 선보인 컨셉트카, `C-X75`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재규어 C-X75는 차체 후방에 2기의 마이크로 가스 터빈을 장착하고 있다. 이 가스터빈은 차량의 구동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C-X75에탑재된 2기의 마이크로 가스터빈은 총 778마력의 동력 성능을내는 4개의 전기모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역할이다. 일반적인가스터빈 엔진을 극단적으로 줄인 형태의 마이크로 터빈 엔진은 오늘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RangeExtender)에 필요한 동력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가스터빈의 형태이기도 하다.

 GM 파이어버드 I/II/III 컨셉트카(사진 출처: GM)

자동차 업계에서 가스터빈 엔진은 상기한 대로, 5~60년대에 미래의엔진으로 각광받았었다. 그러나 자동차의 동력원으로서 가스터빈 엔진은 결국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룩한 왕복엔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후술할 가스터빈 엔진이 갖는 단점들과 70년대를 강타한 석유파동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스터빈 엔진은 기본적으로 100,000rpm에 달하는, 왕복엔진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초고속으로 회전을 하는 엔진이다. 이고속으로 회전하는 특성은 후술할 온갖 단점들이 나타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가스터빈 엔진은 1분에 최소 수 만 단위로 고속 회전을 하는 데데, 왕복엔진에서는 상상도 못할 고온과 고압을 견뎌야 한다. 그 만큼이를 구성하는 각 부품들의 내구력도 왕복엔진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만 한다. 이는 곧 제조 단가의 급격한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당 단가가 항공기는 커녕 군용의 지상 장비 등에 비해서도턱없이 낮은 일반적인 자동차에 싣기에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웠다.

여기에 충돌 사고 등의 상황에서 왕복 엔진에 비해 안전을 보장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존재했다. 특히, 가스터빈은 고속으로 회전하는데다, 고온/고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충돌 사고 시 폭발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폭발과 함께 터빈과 같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부품들이 엄청난 속도로 비산 되면서 주변에 끼치게 될 2차적인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왕복엔진에 비해 이물질에도굉장히 취약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 외에도, 소음 문제에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수 만rpm으로 회전하는 가스터빈 엔진은 필연적으로 고주파의 소음이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 상태에서 소모하는 연료의 양도 왕복엔진에 비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상에서 운용하기에는 경제성이 좋지 못하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도가스터빈 엔진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동 중 전력 생산을 위한 마이크로 터빈 외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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