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엑센트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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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엑센트의 `엇갈린 운명`
  • 윤현수
  • 승인 2017.06.0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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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차종이라지만 어김없이 엑센트도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되었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정도의 디자인을 변경하고 가솔린 1.6리터 모델을 삭제하는 등, 사실상 트림 운영을 축소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었다.

2017년 5월 기준, 국산 소형차 시장은 월 1000대 미만 규모로 대폭 축소되었다. (958대) 반면 소형차 삼인방이 모두 출격했던 6년 전에는 세 차종의 월간 합산 판매량이 3,525대를 기록했었다. (2011년 5월 기준)


합산 규모가 거의 1/4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충격적이나, 4세대 엑센트가 출시된 지 어언 7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연식변경에 그쳤다는 것 또한 아쉬울 따름이다.


여기에 프라이드가 기아자동차 라인업에서 슬그머니 이름을 지웠다. 이 때문에 클리오가 출시되기 이전 한 동안 국산 소형차 월간 판매량은 500대 가량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기존에 울산에서 생산하던 엑센트 생산 라인을 2020년까지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엑센트는 추후에도 간헐적인 연식변경만 이어질 뿐, 사실상 2020년 이후엔 현대차 라인업에서 이름을 지운다는 것이다.

이 일종의 유예기간이 내에 소형차 시장이 클리오와 신형 프라이드 출시와 함께 부흥을 이룬다면 얘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국산 소형차 시장은 단순히 신 모델이 추가된다고 해서 흐름이 바뀔 상황은 아니다.

이는 옆 대륙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엑센트는 한국에서 태어나 여러 국가로 파견되어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에 따라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엑센트와 동일한 플랫폼으로 개발되어 동급 차량으로 판매되었던 `솔라리스`는 이미 개선된 플랫폼과 새로운 차체를 갖춘 신형 모델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도 `Verna 悅纳(위에나)` 라는 차명으로 소형차급 신차 모델을 출시했다. 해당 모델은 솔라리스와 동일한 소형급 플랫폼을 적용한 모델이다. 아울러 북미 시장에도 솔라리스와 동일한 차량 (코드네임 HC)을 신형 엑센트 모델로 선정하고, 시장에 공식 공개했다.


하지만 올 3월에 개최되었던 2017 서울 모터쇼에서는 4세대 엑센트만이 킨텍스에 자리했다. 신형 엑센트 출품은 물론, 신형 모델을 예견하는 컨셉트 모델마저 없었다. 신형 솔라리스가 불과 두 달 여 전에 공개되었음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행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당연히 `수익`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밖 없다. 2015년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판매량 측면에서 한국과 규모가 매우 유사했다. (160만대) 그러나 솔라리스의 연간 판매량은 11만대로 한국 시장의 엑센트보다 10배 가량 많았다. 또한 같은 해 엑센트는 중국에서 20만대가 넘게 팔렸고, 미국에선 2016년 8만대를 팔았다.


다만 중국과 미국의 경우 시장의 규모는 물론 시판되는 모델 가짓수의 격차가 꽤 크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또한 한국 자동차 시장에 `준중형차`라는 카테고리가 신설된 이후 소형차는 여지껏 준중형차보다 적게 팔려왔다. 이는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 내용이나, 국산 소형차 시장이 지나치게 축소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가격 격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에 `조금만 더 보태면`이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물론 제조사가 어느 정도 의도한 가격 정책이나, 소형차 시장 축소 정도는 예상보다 매우 컸다. 여기에 준중형차 시장의 경우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에, 세대 교체 주기가 짧아 상품성 향상 여지가 높은 것 역시 소형차 시장 붕괴에 일조한 것이다.

아울러 경차 시장의 세대 교체와 소형 SUV 카테고리의 신설 등, 소형차 파이를 지속적으로 갉아먹는 요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엑센트의 경우 여전히 우리나라 소형차 시장의 리더이지만, 시장의 규모가 지나치게 축소하여 사실상 의미가 없는 왕좌이다. 뱀의 머리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지렁이 머리다.


더군다나 전망 역시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모델 노후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엑센트는 올해에도 연식변경에 그쳤고, 프라이드는 후속 모델을 출시하긴 하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채 단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었다.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하반기 중 투입할 예정이나, 해치백 모델만 있기에 판을 크게 바꾸진 못할 전망이다.

현대 엑센트는 러시아, 미국, 중국 등과 같은 주요 시장에서 플랫폼 개선과 골격을 강화한 신형 모델 출시를 통해 서브컴팩트 시장을 정복할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출생지인 한국에서는 찬밥 취급을 받은 채 생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더군다나 지난 6년 간 소형차 시장을 홀로 이끌었던 모델이 시장에서 이름을 지운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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