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닛산 VQ 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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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닛산 VQ 엔진 편
  • 박병하
  • 승인 2017.06.1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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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첫 번째 이야기는 닛산의 자랑, VQ 엔진으로부터 시작한다.


닛산 VQ 엔진이란?

닛산 VQ 엔진은 닛산이 개발하여, 1994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V형 6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은 개발 주체인 닛산을 비롯하여,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 그리고 르노삼성자동차 등의 제조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구조 상으로는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DOHC(Double Over Head Cam) 4밸브 방식을 사용하며, 실린더는 좌우 각 3개씩 60도의 뱅크 각으로 배치하여, V형 6기통 구조를 이룬다. 연료 공급 방식은 초기에는 시퀀셜 방식의 멀티포인트 연료 분사 시스템(MPFI)을 사용하였으나, 후기형에서는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Continuous Variable Valve Timing Control, CVTC)를 사용한다.


VQ엔진의 구분

배기량은 최소 2.0리터급에서부터 최대 4.0리터급에 이르는 다양한 사양이 존재한다. 또한, 생산 기간이 긴 만큼, 다양한 변종 역시 존재한다. 각각을 나열하면 배기량 2.0리터의 VQ20DE, 배기량 2.3리터의 VQ23DE, 배기량 2.5리터의 VQ25DE/VQ25DET/VQ25DD/VQ25HR, 배기량 3.0리터의 VQ30DE/VQ30DET/VQ30DD, 배기량 3.5리터의 VQ35DE/VQ35HR, 배기량 3.7리터의 VQ37VHR, 그리고 배기량 4.0리터의 VQ40DE가 있다. 그리고 총 13종에 이르는 VQ 엔진들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엔진은 VQ23DE, VQ25DE, VQ25HR, VQ35DE, VQ35HR, VQ40DE, 그리고 VQ37VHR의 총 7종이다.


상기 나열한 엔진 코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VQ엔진의 코드명은 엔진명인 `VQ`와 배기량을 의미하는 두 자리 숫자, 그리고 엔진의 시리즈를 나타내는 알파벳으로 이루어진다. `DE`는 닛산 VQ엔진의 가장 초기 형태로, 현행 VQ엔진들의 근간을 이루며, 터보 사양의 `DET`, 트윈터보 사양의 `DETT` 등의 변형이 존재한다. `DD`는 닛산의 가솔린 직분사 기구인 NEO-Di와 전자식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인 eVTC를 적용한 변형으로,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다. HR은 `High Response`의 두문자를 가져온 것으로, 주로 고성능을 지향하는 인피니티 모델들에 장착된다. 가장 최신형에 속하는 VHR은 기존 VQ엔진의 HR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더욱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닛산의 최신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인 VVEL(Variable Valve Event and Lift)을 채용한 변형이다.


워즈 오토가 사랑한 엔진

닛산 VQ 엔진의 또 다른 일면으로는 매년 `세계 10대 엔진`을 꼽는 美 워즈 오토(Ward´s Auto)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데 있다. 닛산 VQ 엔진은 1995년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4년 연속으로 워즈 오토의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을 강타한 금융위기와 고유가 시대의 도래에 따라, 우수한 효율을 앞세운 다른 엔진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4년 연속으로 세계 10대 엔진에 올랐다는 사실은 다른 VQ엔진 적용 차종들에게 있어서는 두고두고 빠지지 않는 세일즈 포인트로 꾸준히 활용되었다. 그리고 지난 연말, 닛산의 신형 맥시마에 탑재된 VQ35DE 엔진이 `2016년도 세계 10대 엔진`에 다시금 선정되면서 지난 8년여 간의 설움을 씻은 바 있다.


대표적인 VQ 엔진

VQ23DE 엔진은 2.3리터, 정확히는 제원 상 2,349cc의 배기량을 지닌 엔진으로, CVTC가 적용된 엔진이다. 이 엔진은 2003년 출시한 닛산 티아나(Teana)에 장착하면서 사용을 시작한 엔진이다. 닛산 티아나는 초대 르노삼성 SM7과 2세대 SM5의 기초를 이루는 차량으로 알려져 있으며, 르노삼성에서는 SM7의 주력 엔진으로 사용되었다. 엔진의 제원 상 성능은 르노삼성의 1세대 SM7에 적용된 사양을 기준으로, 최고출력 170마력/6,600rpm, 최대토크 23.0kg.m/4,400rpm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2세대 SM7이 출시되면서 VQ25DE로 대체되었으나, SM5의 수출용 차량인 르노 래티튜드(Latitude)에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VQ25DE는 닛산의 2대 세피로, 혹은 4세대 맥시마부터 사용을 시작한 엔진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르노삼성의 처녀작인 초대 SM5, 그 중에서도 최고 등급의 SM5였던 `SM525V`에 장착된 엔진으로 처음 알려졌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인 SM7의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르노 래티튜드에도 사용 중이다. 엔진의 제원 상 성능은 현행 르노삼성 SM7에 적용된 사양을 기준으로, 최고출력 190마력/6,000rpm, 최대토크 24.8kg.m/4,400rpm이다.



2.5리터급 VQ엔진 중 가장 고성능을 내는 VQ25HR은 세로배치형 엔진으로,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모델들에 사용된다. HR 버전 특유의, 레드라인이 7,500rpm에 이르는 고회전 중시 설정이 특징이다. 제원 상 최고출력은 적용 차종에 따라, 최저 223마력에서 최고 235마력의 출력을 내며, 해외 시장에서 인피니티의 차종 대부분의 엔트리급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나, 인피니티 코리아가 모델 라인업 전반을 3.7리터의 VQ37VHR 엔진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모두 제외되었다.



3리터 이상급의 VQ 엔진 중에서는 2001년, 닛산의 대형 SUV인 패스파인더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VQ35DE 엔진을 대표작으로 들 수 있다. 현재의 VQ37VHR과 함께, 가장 많이 쓰였던, 그리고 지금도 사용 중인 엔진이다. 15년간 꾸준한 개량을 거친 VQ35DE 엔진은 현행 모델 기준으로, 대형 SUV인 패스파인더를 비롯하여, 형제차인 인피니티 QX60,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 르노삼성의 플래그십 세단인 SM7에도 사용 중이다. 이 외에도 과거에는 닛산의 스포츠카 350Z와 인피니티 모델 대부분에 사용되었다. 최고 출력은 SM7에 적용되는 217마력 사양에서부터 300마력에 이르는 고출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이후, 닛산 350Z와 인피니티 모델들의 후기형 모델에는 VQ35HR 엔진이 VQ35DE 계통 엔진들을 대체했다. 높은 반응성을 추구하는 HR 계열 엔진답게, 레드존이 7,500rpm부터 시작되는 고회전형 자연 흡/배기 엔진이며, 최고출력은 최저 297마력에서 최고 303마력의 힘을 낸다. 이 엔진은 현재 시스템 총 출력 360마력을 발휘하는 인피니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엔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인피니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스포츠 세단 Q50과 플래그십 세단인 Q70에 장착되며, 舊 인피니티 M35 하이브리드(現 Q70 하이브리드)에 얹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 세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바 있다.



VQ37VHR 엔진은 현재 VQ엔진의 가장 최신예기라 할 수 있다. 3.7리터의 배기량에 11.0:1에 이르는 높은 압축비와 닛산의 최신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인 VVEL을 채용하여, 333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37.0kg.m/5,20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엔진이다. 레드존은 VQ35HR보대 100rpm 더 높은 7,600rpm에 설정된 고회전형 엔진이며, 재빠른 반응성과 걸출한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인피니티 모델들의 대부분에 탑재되며, 닛산 모델들 중에서는 350Z의 뒤를 이은 370Z가 이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VQ 엔진의 미래

오랫동안 닛산의 중~대배기량 6기통 엔진으로 활용되어 온 VQ 엔진은 점진적으로 대체에 들어가고 있다. VQ 엔진의 바톤을 이어 받아, 닛산의 6기통 라인업을 책임지게 될 신형 6기통 엔진은 신형의 `VR` 엔진이다. 이 엔진은 닛산 GT-R의 심장으로 알려진 트윈터보 사양의 V형 6기통 엔진, `VR38DETT` 엔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GT-R을 제외한 VR 엔진의 출발은 `VR30DDTT`라는 코드명이 부여된 3.0리터 트윈터보 V형 6기통 엔진이며, 2016년형 Q50 및 2017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인피니티의 신형 쿠페인 Q60에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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