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시장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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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시장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들
  • 윤현수
  • 승인 2017.06.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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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수출하는 대륙의 범위도 굉장히 넓어져 일탈이 목적이든, 출장이 목적이든 간에 해외에 나가게 되면 우리나라 국적 브랜드의 자동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령 우리네 도로에선 `모닝`이라 불리는 자그마한 자동차가 유럽에선 `피칸토`(Picanto)라는 깜찍한 이름으로 도로를 빨빨거린다. 그리고 날개 엠블럼을 단 티볼리가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남미나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선 분명 국산차 브랜드의 엠블럼을 달고 있는데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자동차들이 있다. 나름대로 유명한 유럽 및 중국 전용 모델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과 차명을 지녔다. 이들은 성장세가 높은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여 제조사들이 빚어낸 전략 모델들이다. 

흔히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고도 불리는 고성장 신흥 시장에서 소위 `국위선양`을 하는 해당 시장의 전용 모델들을 모아보았다.

현대 엑센트(Xcent)

현대차의 인도 전용 B세그먼트 모델인 Xcent는 세단인데도 전장이 4미터를 넘지 않는다. 발음이 거의 같은 엑센트 (Accent) 세단 모델이 전장 4.4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지녔음을 감안하면 매우 깜찍한 크기의 미니 세단이다.

재밌는 것은 전장은 `Accent`보다 38cm 정도가 짧은데도 전고는 오히려 높다는 것이다.(1,470mm vs 1,520mm) 이는 터번을 쓰는 인도의 일부 남성들을 위한 설계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터번을 착용해도 머리 공간에는 여유가 있는 구성이다.

특히 인도 시장은 A-B세그먼트 시장의 인기가 매우 높은 지라 해치백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는 해치백 왕국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Xcent는 인도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현대 브랜드의 후광을 입고 나름대로 시장에서 순항 중이다.

얼마 전에는 페이스리프트도 거치며 최신 현대차 패밀리룩의 핵심인 `캐스캐이딩` 그릴도 달았으나, 조잡한 모양새는 좀 아쉽다. 그래도 인테리어는 버튼도 큼직큼직하게 구성하여 편의성 측면에서 매우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쌍용 노매드 (Nomad)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자동차 시장에는 익숙한 듯, 어색한 모양새의 쌍용차가 있다. `유목민`을 뜻하는 `Nomad`라 명명된 해당 차량은 코란도 스포츠의 얼굴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꽁무니가 짧다. 픽업트럭이 아니라 익숙한 향기를 지닌 쿠페형 SUV 바디를 지녔다.

다름아닌 액티언이다. 그런데 코란도 스포츠의 얼굴을 지녔다. 그도 그럴것이, 코란도 스포츠가 사실상 액티언 스포츠의 얼굴을 비롯한 디자인만 소폭 바꾼 차량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에서 `코란도 C`로 판매되는 모델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뉴 액티언`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얼굴만 바꿨을 뿐인데, 액티언은 제 이름을 잃어버린 셈이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코란도 스포츠의 얼굴과,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평을 들었던 액티언의 바디의 조합은 은근히 괜찮다. 액티언의 얼굴이 지나치게 전위적이었기 때문일까?

현대 이온(EON) 

현대차의 대표 A세그먼트카인 i10보다 작은 `이온`은 위의 엑센트와 마찬가지로 인도 시장 전용 모델이다. 마치 아반떼 MD를 좌우에서 찌부려 놓은 듯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최하위급 모델답게 굉장히 실속적인 실내 구성이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 좌우 스포크는 버튼 하나 없이 매끈하고, 계기판에는 RPM 게이지도 없다. 그럼에도 에어컨과 USB 포트를 포함한 오디오시스템, 변속 인디케이터, 파워 윈도 등을 갖췄고, `스포츠 에디션` 모델에는 별도의 디자인이 적용된 인테리어와 함께 6.2인치 사양의 터치스크린도 제공한다.

엔진은 0.8리터 MPi 엔진과 1리터 카파 엔진이 장착된다. 카파 엔진의 경우 선대 모닝에 장착되었던 엔진과 동일한 제품이다. (출력은 소폭 하락)

현대차 인도 법인 측은 실속형 저가 미니카에 이온을 포지셔닝하고, 고급편의장비를 갖추고 공간도 제법 넓은 프리미엄 미니카로 `그랜드 i10`을 판매하려는 투 트랙 전략을 구성하는 듯 하다.

다만 상품성을 개선할 여지는 있어보인다. 신세대 현대 패밀리룩을 입은 다른 형제들과 비교하면 1세대 헥사고널 그릴은 다소 거슬린다. 작은 체구를 가지고도 탄탄히 잘 달리는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섀시는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 제법 인기가 많은 편이라 지난 4월에는 판매량 5,379대를 기록하며 판매 순위 19위에 랭크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RPM 게이지가 없으니 흔히 보여주는 `웰컴 세레모니`를 연료 게이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진 건 많지 않지만 재치만은 그득히 챙긴 EON이었다.

현대 HB20

현대차가 `i` 시리즈를 필두로 명명법을 재편했을 당시, 브라질에는 `HB` 시리즈도 있었다. `Hyundai Brazil`의 약자로, 브라질 자동차 시장을 정조준한 라인업이었다.

초기형 모델은 날카로운 인상이 매력적이었다. 1세대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되어 여러모로 화려한 차체를 자랑했다.

작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최신예 디자인으로 변모했는데, 생김새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긴다.

현대차 브라질 법인을 이끄는 인기 모델인지라, 라인업도 굉장히 풍성하다. 꽁무니를 잡아 뺀 세단 모델인 `HB20S`도 있고, 전고를 높이고 거친 감성을 더한 `HB20X`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아울러 전용 범퍼 디자인에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한 R spec 모델도 갖추는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지녀 브라질의 인기 모델임을 실감케 한다.

브라질 시장만을 겨낭하여 전용 시장 제품인지라, 이래저래 제법 신경을 쓴 모양새다. 출시 첫 해에는 `브라질 올해의 차`를 수상했고, 이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판매도 순항 중이다.

쉐보레 오닉스 (Onix)

쉐보레도 HB20과 같은 브라질 전략 차종을 투입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이전에도 쉐보레 패밀리의 일원임을 명확히 알리듯, 듀얼 포트 그릴을 중심으로 풀어낸 디자인이 오묘하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새로운 형상의 듀얼 포트 그릴을 달아 인상을 다듬었다.

브라질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끄는 차종은 바로 B세그먼트급 해치백이다. 피아트 팔리오, 폭스바겐 골 (Gol, 골프가 아니다)을 필두로, 쉐보레 오닉스와 현대 HB20 역시 매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두 모델 모두 2014년 브라질 전체 차종 판매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닉스 – 4위, HB20 – 6위)

아울러 HB20과 마찬가지로 차고를 높이고 터프한 매력을 더한 액티브 (Activ) 모델도 준비했다.

국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특성, 즉 입맛과 기호가 판이하게 다르기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따른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모델들 역시 이 제조사들의 치열한 머리싸움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모두 판매량이 제법 되는 녀석들이라, 그저 우리 입맛에 안 맞는 생김새를 지녔다고 해서 질타해선 안될 것 같다. 우리나라 도로에선 만나 볼 수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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