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펜타곤` 그릴 입은 아큐라 플래그십, R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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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펜타곤` 그릴 입은 아큐라 플래그십, RLX
  • 윤현수
  • 승인 2017.08.18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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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라`라는 브랜드는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렉서스보다 먼저 꽃을 피운 혼다의 럭셔리 브랜드다. 그러나 늘 소극적인 투자와 행보 덕에 글로벌 시장의 활동 반경도 렉서스보다 월등히 좁고, 판매량도 절반 가량에 그친다.

2016년, 아큐라는 미국 시장에서 16만대가 팔렸고, 렉서스는 33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더블 스코어를 기록했다. 특히나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있긴 했어도, 렉서스보다도 큰 하락폭도 치명적이었다. 인피니티보다는 2만대 이상이 앞서 있다는 데에 위안을 둘 수 있겠으나, 인피니티는 다른 대륙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최근 아큐라는 자사의 신규 모델들에 새로운 디자인 큐를 적용 중에 있다. 2000년대 말부터 사용해 온 파워 플레늄 그릴을 드디어 창고에 쳐 박고 디자인 세대를 변경한 것이다.

가장 최근 공개한 아큐라 모델은 플래그십, RLX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여전히 중구난방인 명명체계 덕에 헷갈리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2017년이 찾아옴과 동시에 완전 신형 모델인 CDX와 주력 모델인 MDX, RLX 등에 모두 신규 디자인을 적용하여 아큐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RLX는 우리나라에도 `혼다 레전드`로 판매되었던 아큐라, 그리고 혼다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는 혼다 브랜드 모델과 별 차이 없는 외모로 값만 비싸게 받는 레전드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으나 새로운 디자인 큐 덕에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디자인 세대 교체의 시작은 2016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아큐라 프리시전 (Precision) 컨셉트이다. `정교함`을 뜻하는 컨셉트명은 프리시전 컨셉트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DNA, `Precision Crafted Performance` (정교하게 다듬어진 퍼포먼스) 축약어와도 같다.

프리시전 컨셉트의 핵심은 전면부 중앙에 그려진 오각형의 그릴이었다. `파워 플레늄 그릴`의 뒤를잇는 `다이아몬드 펜타곤 그릴`은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인상적인 아큐라의 새로운 디자인 코어다. 마치 슈퍼맨의 타이즈 중앙에 붙어있는 마크를 연상시키듯, 프리시전 컨셉트의 거대한 그릴은 제법 위압감이 있다.


확실히 작금의 시대는 컨셉트카의 그 `컨셉트`를 실제 양산차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기술력이 절정에 달했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쿠페, `LC`만 봐도 그렇다. 날카로운 그 면과 면들의 만남을 소름 돋을 만큼 충실히 재현했다.

그러나, 아큐라의 이상과 현실에는 여전히 괴리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다이아몬드 펜타곤 그릴과 더불어 새로운 아큐라 디자인 코드를 맞이한 RLX의 모습은 프리시전 컨셉트와는 거리가 있다.

수많은 LED를 심은 헤드램프는 선대 아큐라 모델들에서도 `곤충 같다`며 미국 현지 매체들에게 혹평을 들어온 구성이다. 프리시전 컨셉트의 틀은 잘 재현했으나, 부분변경만으로 완벽히 새로운 아큐라 디자인에 녹아 드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으로 보인다. 면발광 LED로 멋을 한껏 부린 테일램프를 관통하는 크롬 바 역시 새로울 건 없는 구성이다.

프리시전 컨셉트를 관통하지 못한 디자인이지만 그럼에도 엔지니어링 측면에선 플래그십다운 면모를 지니게 했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SH-AWD`는 NSX와 공유하는 것으로 해당 세그먼트에서는 보기 드문 AWD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보다 유연하면서 정교한 구동력 배분을 가능케하며, V6 엔진과 모터의 조합으로 합산 출력 377마력을 자유롭게 다룬다.이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것은 혼다가 새로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다. 아울러 P-AWS (Precision All-Wheel Steer)의 적용으로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사한다.

혼다의 ADAS 브랜드인 `혼다 센싱`에 대응하는 `아큐라 워치` 기술 탑재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빠짐없이 탑재했다. 가령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이나, 차선이탈감지 경보 및 유지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교통 혼잡 어시스트 등을 품었다. 그러나 럭셔리를 느끼기 힘든 인테리어는 큰 변화가 없다. 10단 자동변속기의 신규 적용으로 변속 노브가 버튼 방식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기반이 되는 혼다 브랜드 차량들은 글로벌 대중차 시장에서 `날뛴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매우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큐라는 그렇지 못하다. 표면적으로는 모델 가짓수도 풍부하게 구성해서 기대를 품게 하지만, 렉서스와 같이 토요타 브랜드와의 완전한 단절을 이루지 못하며 패배에 젖어왔다.

렉서스의 찬란한 시작을 LS가 이끌었듯, 플래그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억지로 RLX의 경쟁 모델을 꼽아보자면 렉서스 ES, GS 정도가 되는데, 이들은 한 해 미국에서만 6만대, 1만 5천대를 판다. 판매 규모로는 1,500대도 채 되지 않는 RLX의 참패다. 이런 와중에 아큐라가 새로이 내놓은 RLX는 세그먼트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NSX에서 수혈받은 하이브리드 SH-AWD의 진가를 미국 소비자들이 알아줄지는 미지수지만, 플래그십이 죽은 브랜드는 결국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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