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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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지다
  • 윤현수
  • 승인 2017.08.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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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자사의 D세그먼트급 스포츠 세단 `G70`의 출시를 내달 15일로 확정 지었다. 그리고 몸싸움이 거칠기 그지없는 중원에 한 걸음을 내디디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현대자동차가 2015년 11월 독자적 프리미엄 브랜드로 런칭한 제네시스는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철학 아래에 탄생되었다. 런칭 이후, 지금의 제네시스 브랜드를 있게 한 `현대 제네시스`는 이윽고 `G80`이란 차명을 지니며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되었고, 현대 브랜드를 이끌던 개선장군 `에쿠스`도 제네시스 브랜드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스카웃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제법 오래된 활동 기간 덕에 숙성된 네임밸류로, 한국 시장에선 호성적을 이어왔다. 소비자들도 현대 엠블럼 대신 들어앉은 제네시스의 날개에 거부감이 없었다. 2008년부터 보아온 날개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세는 거대한 미 대륙에게까지 이어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도 나름 뛰어난 성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네시스는 현대 엠블럼을 달고 판매되었던 초대 모델 시절부터 북미 올해의 차(NA Car of The Year)를 수상하며 코리안 럭셔리의 가능성을 내비쳤던 자동차였다.

그 제네시스가 2세대를 지나 독립 브랜드로의 런칭을 이어오며 당연스레 경쟁자들 역시 걸출한 면모를 보이며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완성도가 극에 달해있는 경쟁자들의 속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는 좋은 성적을 자랑했다. 핵심모델인 G80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렉서스 GS와 인피니티 Q70, 캐딜락 CTS와 같은 라이벌들의 전반기 판매량 성적을 크게 앞지르며 쾌재를 불렀다.

다만 제네시스가 궁극적 타겟으로 삼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는 아우디 A6에만 근접했을 뿐, 5시리즈와 E클래스에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G80은 앞서 언급했던 일본 및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제품보다 최소 4천 달러가량 저렴하다. 이는 현대 브랜드 시절부터 이어온 `가격 대비 가치`라는 항목 덕에 경쟁 모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글로벌 프리미엄 D세그먼트 시장을 노리는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일원으로서 전장에 투입된다. 제네시스가 노리는 경쟁자의 윤곽도 매우 뚜렷하다.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재규어 XE와 같이 모두 `스포츠 세단`이라는 전제를 깔고, 각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가치와 럭셔리 감각을 품은 쟁쟁한 라이벌들이 포진해있는 시장이다.

이렇게 색다른 빛을 내는 라이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표출해야 하는 G70이 지닌 부담은 매우 크다. 일단 제네시스는 3시리즈 및 C클래스 등보다 가격대를 다소 낮게 설정하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이 카테고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다름 아닌 `스포츠`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G80과 EQ900을 통해 `럭셔리`의 재현은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섰음을 입증해내었다. 고급 소재의 적절한 활용과 HMI를 기반으로 다져진 인체공학적 설계는 인테리어 사용 환경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자아내었고, 초대 현대 제네시스 시절부터 이어온 뛰어난 N.V.H 대책과 파워트레인의 부드러운 하모니는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과 함께 정점을 맞이했다.

그런데 제네시스 브랜드가 보여주는 `스포츠`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별도의 디자인 파츠와 섀시 튜닝을 통해 거창하게 등장했던 G80 스포츠는 3.3 터보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 완성도에만 감탄을 토했을 뿐, 하체로 하여금 자아내는 몸놀림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를 던졌다.

특히, 프리미엄 D세그먼트에서 오랜 시간 군림해온 BMW 3시리즈의 경우 파워트레인, 트림을 막론한 역동성으로 인기를 끌어온 BMW 브랜드의 정수와도 같은 모델이다. 스포츠 세단의 상징으로까지 불려오며 역사를 써온 세그먼트 최강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제네시스의 과감한 움직임에 기대감과 의구심을 동시에 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G70이 스포츠세단의 정수로 여겨지는 D세그먼트 카테고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확실한 결정타를 날려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G70 출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함께 언급돼오던 기아 스팅어의 경우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많은 이들의 호평을 이끌어내었다. 전문 매체들은 물론, 호평에 인색한 한국 소비자들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현대차 그룹의 `스포츠`에도 볕들 날이 오는듯했다.

그러나 기아차와는 달리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보다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팅어가 보여주었던 전례를 통해 궤도에 들어선 역동성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보여줘야 하는 일말의 럭셔리한 감각을 잊어선 안 된다. 아울러 주특기와도 같은 HMI로 자아낸 인체공학적 설계와 종합선물세트 같은 푸짐한 편의장비 구성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비롯하여 보수적 색채를 지녀 중장년층에게 포커싱이 되었던 G80 및 EQ900과는 달리, 제네시스는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통해 30대 소비자들을 G70의 주요 타겟으로 잡았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고 열정 넘치는 `성능 고관여층`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마저 훌륭한 대안이 넘쳐나는 클래스인지라, 내수 시장에서의 성공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제네시스 G70의 출시로 BMW 3 –5– 7시리즈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의 C–E–S 클래스 세단 트리오에 대응하는 구색을 갖추었다는 데에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 SUV를 비롯한 크로스오버의 역풍이 거세지는 상황이라고 해도,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있어 여전히 `세단`이란 존재는 기둥과도 같다. 따라서 G70은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의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끼워 넣어야 하는 `마지막 단추`다.

이후 제네시스는 세단보다는 크로스오버나 쿠페 등에 힘을 쏟으며 다채로운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데에 주력한다. 그러나 G70과 함께 완성된 `허리`가 든든히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후 출시될 여타 모델들에 대한 흥행도 보장할 수 없다.

이래저래 G70은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의 성공적인 완성과 제네시스의 잃어버린 퍼즐인 `스포츠`라는 단어까지 충족시켜야 할 막중한 의무를 짊어졌다. EQ900, G80 형제들은 이미 브랜드의 런칭과 초기 진입을 이뤄낸 `창립 멤버`로서 최선을 다했다. 이윽고 9월, G70이 세단 라인업의 막내로서 프리미엄 D 세그먼트 모델들이 모여든 중원으로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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