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상태바
디젤 엔진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 윤현수
  • 승인 2017.08.31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초중반까지 절정의 전성기를 구가해온 디젤 엔진은 분명 내리막을 걷고 있다. 디젤 엔진의 고장인 유럽에선 여러 국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젤 엔진의 빠른 퇴출을 원하고 있다. 또한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말미암아 화수분처럼 터지는 배출가스 조작 이슈는 불꽃이 꺼질 기미가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실제 판매량 측면에서도 디젤 엔진의 내리막이 눈에 띄고 있다. 2017년 1분기 독일 자동차 판매 중 디젤 차는 40%의 비중을 보여 전년대비 무려 6% 이상의 하락 폭을 보였다.

유럽 내에서도 꾸준히 절반가량 점유를 이어오던 디젤 엔진의 몰락이 이어지자, 디젤 엔진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려오던 유럽 브랜드들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가령 BMW는 전체 판매량 중 70% 이상이 디젤 모델일 정도로 디젤 엔진 의존도가 높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나 폭스바겐과 같은 주요 업체는 물론, 볼보나 랜드로버와 같은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디젤 모델 비중이 높아 유럽 브랜드들이 여태껏 세워놓은 미래 전략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와중에,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인 볼보는 지난 5월 차세대 디젤 엔진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현재 생산 중인 Drive-E 디젤 엔진을 2023년까지만 생산한다고 덧붙이며 디젤 엔진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볼보가 이러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바로 비용 문제다. 현재 디젤 엔진 개발의 최대 이슈인 질소산화물 감소를 위한 비용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EU가 설정한 배출가스 규제 역시 날이 갈수록 혹독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미 디젤차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추후 발생할 막대한 기술 개발비로 인해 불가피한 디젤차의 판매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 상승이 다시금 이루어진다면 디젤 자동차의 경쟁력은 하락한다는 것이다. 볼보는 이러한 미래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전제하에, 디젤 엔진의 가치가 높지 않다고 여긴다.

아울러 볼보는 2019년부터 자사의 전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전 모델에 전기 모터를 달아 전동화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그 전동화 라인업을 구성하는 개중에는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2023년에 디젤 엔진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볼보의 주장에 따라, 그 이후에는 오롯이 가솔린 하이브리드, PHEV 및 전기차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볼보는 시기까지 딱 잘라 말할 정도로 디젤 엔진에 정을 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요 글로벌 브랜드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디젤 엔진이 여전히 가치가 높다는 것을 역설하며 차세대 디젤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7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 및 환경 홍보를 담당하는 크리스토프 세들마이어(Christoph Johannes Sedlmayr)는 "다임러가 디젤 엔진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라며 디젤 엔진에 대해 볼보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디젤 엔진에는 우리 브랜드의 미래는 물론, 자동차 산업의 미래까지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향후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디젤 엔진이 지금과 같이 활약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덧붙이며 메르세데스-벤츠가 디젤 엔진에 가지는 신뢰가 여전히 거대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년간 새로운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데에 30억 유로 (한화 약 4조 172억)라는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플래그십 모델에 들어가는 이 엔진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는 것은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결같이 디젤 엔진에 대한 가능성과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이야기한다.

디젤 엔진의 높은 효율성과 상대적으로 뛰어난 토크는 미래 자동차 시대에도 가치가 있는 요소이며 중량이 높은 데다 많은 적재물까지 싣고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대형 상용차에게는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보다,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은 기술도 필요하다.

따라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차근차근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에도 디젤 엔진이 활약할 여지가 많다고 여기며 차세대 디젤 엔진 개발에 힘을 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랜드 포지셔닝이 서로 상이한 두 브랜드는 디젤 엔진에 대한 생각마저 달랐다. 그러나, 볼보 역시 디젤 엔진이 지닌 가능성과 장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미래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방향성의 차이다. 이미 볼보는 가까운 미래에 순수 내연기관을 없애겠다는 일념 하에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려는 마음가짐을 지녔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거대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별도의 전기차 브랜드를 생성하며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동거를 더 오래 지속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관점, 그리고 입장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두 브랜드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