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차가웠던 자동차 시장, 경쟁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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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차가웠던 자동차 시장, 경쟁은 뜨거웠다
  • 윤현수
  • 승인 2017.09.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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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자동차 시장은 여느 여름과 다를 바 없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는 태양과는 상반되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여름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자리 잡아오며 싸늘한 기운을 보인다.

국내 브랜드 판매량 합산 기준, 7월에는 판매량 13만 대를 기록하여 6월 대비 1만 대 가량의 수요가 빠진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8월은 7월보다 1만 대가 더 적게 팔리며 제조사들에게 근심을 안겼다. 여름휴가로 인한 수요 감소, 그리고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급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판매량 최신 차트를 보면 고개를 숙인 모델들이 대부분이다. 차트를 쭉 훑어보는 시점에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준 자동차들이 몇몇 보였다. 반면, 전반적인 시장 판세보다 더 처절한 하락을 보인 모델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우선 2017년이 아직 한참 남았음에도 올해 내수 시장 정복을 확실시하는 현대 그랜저가 고꾸라졌다. 무려 8개월 연속 1만 대 판매 기록을 썼던 그랜저였던지라 현대차로서는 가슴이 쓰릴 수밖에 없다.

작년 12월, 1만 7천 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이후 그랜저는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 답지 않은 절정의 판매고를 지속해왔다. 특히 올 3월부터 7월까지는 5개월 연속 1만 2천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쾌재를 불렀다.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 탓에 기록 행진은 결국 깨지고 말았으나, 그럼에도 1위 자리 수성에는 성공했다.

아울러 화장을 고친 기아 쏘렌토가 그랜저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8,204대를 기록한 그랜저에 불과 440대가량 뒤진 기록을 세운 쏘렌토는 신차효과를 받고 판매 순위를 네 계단이나 상승시켰다. 또한 이르면 올해 말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싼타페 역시 할인 및 프로모션 효과로 판매량이 20.8% 상승했다.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소형 SUV 시장에도 결국 예견된 사태가 발발했다. 현대차 코나는 신차효과를 등에 업고 전통의 강자 쌍용 티볼리를 꺾고 왕좌에 올랐다. 둘의 격차는 불과 209대, 코나는 판매 순위를 10위까지 끌어올리며 현대차의 또 다른 효자 모델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다.

이어 또 다른 신참인 스토닉은 기아차가 설정한 월간 판매 목표를 상회하는 면모를 보이며 소형 SUV 시장 3위에 안착했다. 한편, 3위 자리를 뺏기긴 했어도 쉐보레 트랙스는 하한가가 지속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판매량 상승을 이끌어냈다. 완전 신형, 그리고 페이스리프트 등으로 신차효과를 보려던 라이벌들과는 달리, 연식변경만으로 판매량 유지, 나아가 판매량 상승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르노삼성의 주력 모델인 QM3는 침묵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투입으로 반짝 상승 효과를 기대했으나, 판매량은 되려 34.2% 하락하며 카테고리 꼴찌로 내려앉았다. 공급량 안정 등으로 반등을 노리지만 경쟁자들의 면면을 보아하니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탓에 위의 소형 SUV들과 정면 대결을 펼친다고 볼 순 없지만 니로 역시 제법 큰 타격을 입었다. 연식변경 모델 출시로 7월 2,228대를 판매하며 쾌재를 불렀던 니로는 36.3%의 판매량 감소를 보였다. 그럼에도 가격대, 그리고 포지셔닝을 감안하면 여전히 기특한 모델임은 틀림없다.

준대형 시장과 마찬가지로 준중형차 시장도 사실상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반떼의 독주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하위권 싸움 도중 제법 큰 사건이 일어났다.

신모델 출시 이후 2위 자리를 노렸던 쉐보레 크루즈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기아 K3마저 꺾지 못하는 와중이다. 그러나, 신경도 쓰지 않았던 SM3 결국 12%가량 판매량이 상승하며 모종의 이유로 성적이 폭락한 크루즈를 제치고 3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반면 아반떼는 6월 이후, 비수기임에도 2개월 연속으로 성적을 끌어올렸고, K3의 판매량도 한 달 만에 2천 대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스파크, 트랙스, 말리부가 선전하며 한국 GM은 내수시장 점유율 8.3%를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주력 모델로 활개를 쳐도 모자랄 크루즈가 지속적으로 이러한 성적을 내준다면, 불안한 내부 사정과 더불어 악재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풀 모델 라인업에 가까운 구성을 갖춘 한국 GM이 이 정도에 만족해선 안된다.

시장의 전반적인 판세가 주춤했던 시기인지라 사실상 거의 모든 차종들이 쓴맛을 봤다. 그럼에도 카테고리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의 희비는 갈렸다. 고작 온도가 조금 내려갔다고 해서 경쟁마저 미적지근해지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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