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대가 쉬운 건 아니다 - '슈퍼 노멀' 아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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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대가 쉬운 건 아니다 - '슈퍼 노멀' 아반떼
  • 김상혁
  • 승인 2017.09.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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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대가 쉬운 건 아니다 - '슈퍼 노멀' 아반떼


현대자동차의 대표 준중형 모델 아반떼는 많은 수식어를 안고 있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차, 튜닝을 거쳐 무수히 많은 모습을 보여준 덕에 아방타도르, 귀여운 애칭으로 아방이, 그리고 최근에는 '슈퍼 노멀'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아반떼가 다양한 수식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인기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 시장, 현대자동차의 역사 곳곳에 그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반떼 역사의 첫 페이지, 엘란트라


아반떼의 시작은 엘란트라를 계승하며 시작됐다. 엘란트라는 스텔라의 대체 차종으로 출시됐으나 엄연하게 따지면 스텔라의 계승자는 쏘나타라 할 수 있다. 개발 프로젝트명을 살펴봐도 엘란트라는 J를 사용하며 아반떼의 선조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체급으로는 엑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소형차 같기도 했다. 그런 어정쩡한 포지션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준중형 체급 독자노선을 확실하게 개척한 성공적 모델이다.

엘란트라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0년 10월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88 올림픽을 개최한 것은 물론이고 국가경제가 호황을 달리고 있던 시기다. 자동차 보급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었고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은 고성능에 대한 열망이 자리한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했는지 현대자동차는 약 4년여간 엘란트라 개발에 공을 들였다. 개발비로만 약 4,100억 원을 투자할 정도였다.


엘란트라는 90마력의 성능을 가진 1.5L 엔진과 126마력의 성능을 가진 1.6 엔진을 얹음으로써 소비자의 입맛을 당기게 했다. 이때 대우자동차의 에스페로와 기아 자동차의 캐피탈이 함께 경쟁을 했었지만 초반 분위기와는 다르게 1992년부터 엘란트라가 준중형 시장을 집어삼키게 됐다. 이후 135마력의 성능을 지닌 1.8L 라인업을 추가하며 명실상부 최고 성능의 준중형 차량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엔진은 미쓰비시의 오리온 엔진을 들여왔지만 디자인은 독자적으로 완성시킨 모델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아반떼의 이름처럼 앞만 보고 전진하다


엘란트라의 2세대 모델부터는 국내에서 아반떼로 불리게 된다. 아반떼라는 이름의 첫 시작은 감히 전설이라 불릴만했다. 라디에이터 없이 만들어진 프론트와 전체적으로 유선을 강조한 디자인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에서 자체 개발한 엔진을 얹으며 부품 국산화율 99.9%를 이룩했다. 1990년대는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독자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터라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출시 첫날 아반떼의 계약대수는 약 3,700대였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5일 만에 1만 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1996년에는 약 19만 대를 판매하며 준중형 시장의 절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당시 국내 준중형 차종 판매량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었으니 절대자란 표현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또한 IMF 금융위기에 직면하며 아반떼는 경제적 이점, 즉 '연비가 좋은 실용적인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아반떼는 연료소모량을 20~25%까지 줄일 수 있던 린번 엔진을 도입하여 시장에 대응했다. 일반 자동차의 공연비(공기와 연료의 혼합비)가 14.7:1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린번엔진은 22:1 수준으로 상당한 경제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의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간다는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자신감과 추진력을 보였었다. 이런 아반떼를 견제하고자, 대우 자동차는 누비라를 내놓으며 자사의 광고를 통해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기도 했으나 결과는 패배뿐이었다.


아반떼 3세대에 해당하는 XD에 들어서는 풍모에 변화를 줬다. 유선이 강조됐던 2세대와는 다르게 각 잡히고 직선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그랜져와 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로‘리틀 그랜져’라 불리기도 했으며, 이전 세대 대비 시각적인 크기를 길고 넓게 보이도록 했다. 실제로도 전장 4,510mm, 휠 베이스 2,610mm로 사이즈가 커졌다.

외형만 급변한 것은 아니었다. 아반떼 XD는 최고출력 102마력, 최대토크 13.6kg•m 성능을 지닌 1.5L 알파 엔진과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19.0kg•m의 2.0L 베타 엔진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2005년에는 소형차 세제의 변화를 기점으로, 추가적으로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14.8kg•m의 1.6L 엔진을 내놓았고 최고출력 104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디젤 파워트레인도 더해 소비자 선택지를 늘렸다.


2006년 아반떼는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부산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4세대 아반떼 ‘HD’가 그 주인공이다. 플랫폼과 엔진, 디자인, 변속기 등을 일신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아반떼 HD는 준중형차 시장의 동력 계통 다양화에 있어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21마력, 최대토크 15.6kg•m의 성능을 내는 1.6L 감마엔진을 주력으로, 2.0L 베타 엔진, 1.6 VGT 디젤 엔진까지 포진시켰다. 2009년에는 Lpi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차종까지 내놓으며 상품성을 대폭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J.D 파워 초기품질조사와 오토 퍼시픽의‘가장 이상적인 자동차’ 준중형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반떼는 5세대(MD)에이르러서 방점을 찍게 된다. 유연한 역동성을 의미하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적용하며 현대자동차의 정체성을 이식했다. 흡사 YF 쏘나타를 연상할 만큼 역동적인 외형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엔진은 1.6L Gdi 엔진을 얹으며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의 성능을 자랑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포괄적인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튜익스(TUIX) 패키지나 사이드 스커트, 스포일러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 모델 대비 전장은 25mm 늘린 4,530mm, 휠 베이스는 2,700mm로 50mm 더 늘려 공간도 더 확보했다.


아반떼 MD는 북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으며, 2012년 83만 대의 판매량을 올려 전 세계 판매량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젊은 층의 취향을 고려해 2013년에는 2 도어 쿠페를 라인업에 추가했으며, 2014년에는 단일 차종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하며 국내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반떼 MD의 바통을 이어받은 아반떼 AD 역시 출시 열흘만에 1만 대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 모델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한편 차체 비틀림 강성 증대나 핫스탬핑 부품 적용 등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강화하였고 1.6L 가솔린, 디젤 엔진, 2.0L 가솔린 엔진 등 라인업 다양화도 진행시켰다.

특히 아반떼 AD는 2016년에 출시한 아반떼 스포츠로 그 진가를 발휘했다. 1.6L 싱글 터보 엔진에 7단 듀얼 변속기 혹은 6단 수동 변속기를 조합해 익사이팅한 주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은 멀티링크로 바뀌었고, D컷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다. 또한 튜익스(TUIX) 전용 패키지로 스테 빌라이저, 리어 스포일러 등을 설치할 수 있어, 자신만의 차를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 층의 취향을 고려했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브랜드의 차종에 비할 것은 못하지만 주행성능이라는 측면을 한층 진지한 자세로 접근했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아반떼는 단일 차종 1,000만 대 판매량을 돌파한 몇 안 되는 차종이며, 북미와 캐나다 등지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적을 기록해왔다. 2016년에는 컨슈머 리포트 추천 차량에 선정되는 결과를 이뤄냈다. 아반떼는 6세대인 아반떼 AD를 내어놓으면서 ‘슈퍼 노멀’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웠다. 아반떼 AD는 현재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이 '슈퍼 노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어쩌면 선대인 엘란트라부터 아반떼 MD에 이르는, 현대자동차의 준중형차 역사를 통렬하게 관통하고 있는 한 마디가 아닐까 한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차 모델들은 하나 같이 '모두를 위한 자동차'를 지향해 온 아반떼를 슈퍼 노멀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판매량이나 수상경력이 아닌,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무난함 속에 특별한 차이’로 세월을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비록 아반떼를 조롱 섞인 애칭으로 부르거나 과한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도 있으나 오랜 시간 커리어를 유지한 만큼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는 '울트라 슈퍼 노멀'로 존재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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