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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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 류민
  • 승인 201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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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2 베를리네타는 550과 575M 마라넬로, 599GTB 피오라노의 뒤를 잇는 페라리의 2인승 스포츠카다. 이전 모델과 같이 V12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최근 페라리의 V12 FR 2인승 라인업은 페라리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해왔다. F12 역시 마찬가지다. 아울러 F12는 ‘페라리 양산차 역사상 가장 빠른 모델’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0→ 시속 100㎞ 가속시간 3.1초, 최고속도 시속 340㎞. F12 베를리네타의 성능이다. 599GTB보다 ‘제로백’은 0.6초 단축했고 최고속도는 5㎞/h 높였다. 페라리 테스트 트랙인 피오라노에서는 엔초 페라리의 기록을 1.9초 앞당긴 1분 23초를 기록했다. ‘트랙용’이라고 못 박았던 599GTO의 기록도 무려 1초나 단축했다. 페라리의 역대 양산차 중 가장 빠르다는 이야기는 이 피오라노 트랙 기록에 근거한다. 이런 높은 성능은 한층 강력해진 엔진과 첨단 변속기에서 나온다. F12는 599GTB 보다 최고 120마력, 8.4㎏·m의 힘을 더 낸다. 변속기의 기어 개수도 한 개 더 늘렸다. 하지만 페라리는 엔진성능만 높이지 않았다. 외모마저 성능에 중점을 두고 빚었다. F12의 공기저항계수는 0.299. 599GTB보다 0.037을 개선했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초고속 스포츠카로는 매우 낮은 수치다.



사실 이런 초고속 모델은 공기저항계수를 무리하게 낮추지 않는다. 599GTB의 비교적 평범한 공기저항계수 역시 의도된 것이었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면 가속성능과 연비 등이 좋아지지만, 다운포스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운포스는 공기가 차체를 누르는 힘. 다운포스가 낮으면 고속에서 차체가 뜨는 현상이 생겨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F12에 작용하는 다운포스는 시속 200㎞에서 무려 123㎏이나 된다. 599GTB에 비해 76% 늘어난 수치다. 페라리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공기 역학을 고려한 차체 디자인 덕분이다. 가령 보닛 가운데 뚫은 커다란 방열구멍과 보닛에서 앞 펜더로 이어지는 ‘에어로 브릿지’, 앞 범퍼 아래쪽에 붙은 ‘액티브 브레이크 쿨링 시스템’과 뒤 범퍼 아래에 단 ‘블로운 리어 디퓨져’ 등이 좋은 예다.



라디에이터 그릴로 들어간 바람은 보닛의 방열구멍을 통해 빠져 나간다. 냉각효율이 높아지고 고속으로 달릴 때 맞바람에 의해 차체가 들리는 현상도 줄어든다. 보닛 바깥부분에서 앞 펜더 아래쪽으로 관통한 에어로 브릿지도 고속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보닛을 타고 흐르는 공기가 구멍을 타고 들어가 차체를 눌러주기 때문이다. 액티브 브레이크 쿨링 시스템은 앞 범퍼 아래쪽에 뚫은 공기흡입구와 그것을 덮은 검정색 패널을 말한다. 공기흡입구는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는데, 평소엔 패널을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고 브레이크의 온도가 높아지면 패널을 열어 브레이크를 식힌다. 뒤 범퍼 아래에 붙인 블로운 리어 디퓨져는 차체 아래쪽을 타고 흐르는 공기를 빠르게 방출해 조종 안정성을 높인다. F12엔 공기의 흐름을 잘 다스려야 하는 F1 경주차의 DNA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F12엔 이런 성능을 위한 요소는 물론 강렬하고 우아한 스타일까지 담겨있다. 앞모습은 최근 페라리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세로로 붙인 헤드램프로 완성했다. 긴 보닛과 뒤쪽으로 밀어낸 A필러, 짧은 앞 오버행 등의 FR 고유 비율로 이뤄진 옆모습은 날렵한 느낌을 낸다. 앞 펜더의 에어로 브릿지를 타고 내려와 C필러 쪽으로 치솟는 V자 형태의 면 역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 앞 범퍼 옆 부분은 아래쪽의 검정색 패널 때문에 356GTB와 같은 클래식 페라리 느낌을 낸다. 트렁크 리드에서 시작해 테일램프 바깥 면을 따라 범퍼로 내려간 T자 모양의 캐릭터라인은 개성 넘치는 뒷모습을 연출한다. 원형 테일램프와 네 개의 머플러, 범퍼 아래에 붙은 디퓨져는 페라리다운 박력을 풀풀 풍긴다. 차체 사면에 너울진 곡선과 탄탄한 균형감에서 나온 비례는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짜임새를 뽐낸다. 디자인은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와 피닌파리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실내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간결하되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계기판은 타코미터와 두 개의 5인치 모니터로 구성했다. 모니터엔 차에 관한 각종 정보를 띄운다. 대시보드는 비대칭 구조. 완벽한 운전자 중심이다. 센터페시아에는 공조장치 외엔 아무것도 없다.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도 계기판에 붙은 모니터에서 띄운다. 스티어링 휠 양쪽엔 각종 스위치를 정리해 달았다. 스티어링 휠에선 페라리의 뿌리, F1 자동차 경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은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리모컨 등의 편의장비를 다는 반면 F12의 스티어링 휠은 주행 관련 장치를 달았다. 주행 특성을 바꾸는 마네티노와 시동을 걸고 끄는 스타트 버튼, 심지어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스위치까지 전부 스티어링 휠에 달았다. F1 경주차의 스티어링 휠 느낌이다. 운전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다분히 페라리답다.   



시트는 모서리를 곧추 세운 버킷 타입이다. 등받이와 헤드레스트도 붙어있다. 대시보드와 시트, 도어트림과 센터콘솔 등은 가죽으로 감싸고 꼼꼼한 바느질로 마무리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한껏 살렸다. 곳곳에 더한 알루미늄과 카본 패널로 화려한 느낌도 살렸다. FF에서 선보인 조수석용 표시창도 옵션으로 준비된다. 표시창엔 속도와 엔진 회전수 등의 정보가 나온다. 뒤쪽 짐 공간은 트렁크와 연결돼 있다. 짐칸 바닥을 낮추면 최대 500L까지 늘어난다. 골프백과 보스턴백 각각 한 개씩을 실을 수 있다. 페라리는 F12 베를리네타에 최고 740마력, 70.4㎏·m의 힘을 내는 V12 6.2L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최고 출력의 80%는 2500rpm부터 나오며 최고 8700rpm까지 회전한다. 공회전 방지 장치, 멀티스파크 점화 시스템 등으로 효율을 약 30% 높여 1L의 연료로 6.7㎞를 달린다.(연비는 이탈리아 기준)



F12는 12가지 이상의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든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를 밑바탕 삼는다. 599GTB보다 무게를 50㎏ 줄이고 강성은 20% 높였다. 차체는 163㎏을 감량했다. 특히 차축 바깥쪽의 무게를 70㎏ 줄여 운동성을 높였다. 주요 부품의 위치를 옮겨 무게중심을 25㎜ 낮춘 것도 한 몫 한다. 엔진은 599GTB에 비해 30㎜ 낮춰 달았다. 앞뒤 무게 배분 비율은 46:54. 제동장치는 신형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CCM3)를 단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 멀티링크 구조에 FF에서 선보였던 자성유체 댐핑 시스템(SCM)을 달아 완성했다. 주행 안전장치는 전자식 차동제한 장치(E-Diff)와 차체 자세제어 장치(ESP) 등을 단다.


페라리는 F12를 입맛대로 꾸밀 수 있는 ‘테일러메이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차체 색상은 26종류가 있다. 사이드 미러, 휠, 브레이크 캘리퍼 등은 차체와 다른 색으로 마감할 수 있다. 실내 가죽의 재질과 색상은 물론 바느질에 쓰이는 실의 색상과 크기도 선택 할 수 있다. 외장 옵션으로는 카본 스포일러와 스포츠 테일파이프 등이 있다. 편의 장비는 전후방 주차 카메라, 어댑티브 헤드램프, JBL사와 Quantum logic사가 공동 개발한 스테레오 시스템 등을 달 수 있다.



F12는 높은 성능으로 주목 받았다. ‘페라리 역사상 가장 빠른 양산 모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때문이다. 확실히 F12는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F12의 매력은 성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F12는 강렬하고 우아한 외모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를 품었다. 안팎에 높은 완성도가 녹아들었다. ‘페라리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양산 모델’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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