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유럽 출신 효자, 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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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유럽 출신 효자, 씨드
  • 윤현수
  • 승인 2017.11.0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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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이하 2017 IAA)에서 공개된 기아 프로씨드 컨셉트는 기아차 유럽 법인을 이끄는 주역, 씨드의 차세대 모델을 예견하는 익스텐디드 핫해치 컨셉트카였다.

씨드는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도로에선 볼 수 없는 유럽 시장 전용 모델이다. 형제 모델인 i30는초대 모델부터 3세대 모델까지 지속적으로 한국땅을 밟고 있으나 해치백 시장이 좁아 터진 한국에선 씨드까지 들여올 여유가 없었다.

코드네임 `ED`로 개발되어 2006년 시장에 투입된 초대 씨드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빚어진 전략 모델로, 탄생부터 높은 호응을 자아냈다. 정상 판매가 이뤄진 2007년에 기아차 유럽 법인 전체 판매량의 26.5%를 점유했을 정도였다. 단순 계산으로 당시 유럽에서 팔린 네 대 중 한 대는 씨드였다는 소리다. B-C세그먼트가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이라지만, 당시에도 포화상태에 있던 레드 오션에서 높은 가격대비 가치로 이뤄냈던 쾌거였다.

특히 탑기어와 같은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푸조 307보다 현대기아차 듀오의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현대차 그룹에서 상당히 공을 들인 자동차였다. 여기에 3도어 모델은 '프로 씨드(Pro_Cee`d')'라는 별도의 네이밍까지 붙여주었고, 스테이션 왜건 가지치기 모델도 있어 라인업도 풍부한 편이었다.

기세를 몰아 컨버터블 모델인 'Ex Cee`d(익시드)`도 모터쇼에 출품하며 기대를 국내 브랜드 최초의 자체 제작 컨버터블 타이틀을 거머쥐나 했으나 결국 쇼카에 머물고 말았다.

씨드는 기아차 유럽 법인의 성장이 다소 정체된 와중에도 2008년에 10만대를 상회하는 판매량 기록으로 기아차에게 미소를 안겼고, 2009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통해 신차효과를 자아내며 한 해 판매량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모델 수명 주기가 쇠퇴기에 가까워지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나, 공교롭게도 하위급 모델인 `리오` (국내명 프라이드)가 B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에서 활개를 치며 씨드의 부진을 적절히 보완해주었다.

기아차는 실제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 판매량 차트에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10년 유럽에서 기아차는 판매량 26만대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43만대를 기록하는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이는 A-B-C 트리오(피칸토, 리오, 씨드)의 역할이 막중하게 작용한 것이다.

2012년에는 코드네임 'JD'로 빚어진 2세대 모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어색하게 붙어있던 1세대 F/L 모델의 타이거 노즈 그릴은 이제 형태를 바꾸어 보다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스탠스도 다이내믹하게 변모했다. 특히 운전자 중심으로 꾸며낸 인테리어는 화려한 모양새와 더불어 풍부하게 들어찬 편의장비 덕에 1세대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가격대비 가치'라는 꼬리표는 여전했지만.

그럼에도 후발주자인 기아차에 있어 그 꼬리표는 사실상 유럽 시장 진입을 위한 확실한 카드였다. 가치 상승을 통한 제 값 받기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노릇이었다.

2세대 모델 역시 스테이션 왜건 모델인 '스포츠 왜건' 모델과 3도어 해치백 '프로씨드' 모델을 보유했다. 주목할 것은 'GT' 라인업의 합류다. 1.6리터 T-GDi 엔진을 탑재하고 'GT' 모델 전용 디자인과 각종 파츠들로 스포티한 성격을 부각시킨 나름 '핫해치' 모델이었다.

물론 평균 성능이 갈수록 향상되어가는 현재의 슈퍼 해치들과 비교하면 파워트레인 퍼포먼스 측면에선 '웜 해치' 정도에 지나지 않겠으나, 현지 시장에서도 핫해치의 원조인 골프 GTI나 포커스 ST 등과 비교되며 가치를 입증했다. 유럽 전문 매체에서도 가격대비 훌륭한 파워트레인과 운동성능을 갖췄다고 평가되었다. 그야말로 현대차그룹의 핫해치 만들기에 대한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

씨드는 이듬해 현대차 그룹의 유럽 판매량에서 i30, 컴팩트 SUV 듀오에 이은 4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아쉽게도 소형 SUV라는 카테고리가 부각되기 시작하며 2014년 이후부턴 판매량은 도통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연간 7만 5천대 가량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아차 유럽 법인의 효자 노릇을 꾸준히 해왔다. 2015년 초에는 누적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씨드는 기아차 유럽 법인의 성공적인 데뷔를 통한 신인상 수상, 그리고 10 시즌 연속으로 꾸준히 3할 타율을 기록해주는 명품 타자와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그리고 데뷔 10년차를 지나 기아차가 2017 IAA를 통해 '프로씨드 컨셉트'를 내놓으며 3세대 모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느덧 유럽 시장에서 연간판매 43만대 규모까지 성장한 기아차의 디딤돌은 다름아닌 해치백이었다. 한층 저렴한 가격표와 풍부한 편의장비로 해치백 불모지 출신의 도전은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그 성공의 주역 중 하나는 바로 씨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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