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상식]앳킨슨 사이클, 무엇이 다른가?
상태바
[자동차상식]앳킨슨 사이클, 무엇이 다른가?
  • 박병하
  • 승인 2017.11.08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류가 마차를 벗어나 자동차의 시대로 이행할 수 있게된 데에는 엔진의 개발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 초기 자동차 역사에서는 당시의 주류였던 증기기관을 탑재한자동차들도 존재했지만 이내 가솔린 엔진의 실용성에 밀려 일찌감치 도태되었다. 최초의 가솔린 엔진은 1859년경, 벨기에의 에티엔 르누아르(Étienne Lenoir, 1822~1900)가 고안한 가스 내연기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1876년, 독일의 니콜라우스 오토(NikolausAugust Otto, 1832~1891)가 행정 당 2회 회전하는 현대적인 4행정 기관을 완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가솔린 엔진의개념은 ‘오토 사이클(Otto Cycle)’이라는 형태로확립되었고 오늘날 전 세계의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의 ‘상식’으로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1997년, 토요타가 만들어 낸 최초의 시판용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의 등장을 기점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존의 상식이었던 오토사이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엔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것이바로 앳킨슨 사이클(Atkinson Cycle) 엔진이다. 앳킨슨사이클 엔진은 1882년, 영국의 제임스 앳킨슨(James Atkinson)이라는 발명가에 의해 고안된 내연기관의 형태다. 오늘날에는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의 엔진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토 사이클 엔진과 앳킨슨 사이클엔진은 어떤 것이 다를까?

두 번 도는 엔진 VS 한 번 도는 엔진

현재 자동차용 내연기관은 니콜라우스 오토에 의해 확립된‘오토 사이클’이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토 사이클은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단계에 걸쳐 연소가 이루어진다. 이 동안 피스톤은 흡입과 압축 단계에서 일정한 상사점과 하사점을 1회왕복하고 폭발과 배기에서 또 한 번 상사점과 하사점을 왕복한다. 하나의 행정이 시작부터 완료될 때까지피스톤은 2회 왕복하고 크랭크축도 2회 회전한다. 이렇게 해서 행정 당 2회 회전으로 엔진이 구동하게 된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도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단계를 거치는 동안 피스톤은 실린더 내를 2회 왕복 운동한다. 하지만 압축비와팽창비는 서로 다르다. 또한 4행정을모두 거치는 동안 크랭크축은 단 1회만 회전한다. 이는 앳킨슨사이클 엔진이 갖는 오토 사이클 엔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방식은 오토 사이클이 갖는 가장 큰 한계이자 단점인흡배기 상의 손실, 이른 바 ‘펌핑 손실(Pumping Loss)’을 획기적으로 줄여 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오토사이클 방식의 엔진은 동력이 직접 생성되는 폭발 행정 때를 제외하면 흡입과 압축 행정을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팽창비를 압축비보다 높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즉, 폭발 행정의 길이를 흡입행정의 길이보다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그 획기적인 시도에도불구하고 100년도 더 지나고 나서야 일본에서 만들어진 토요타 프리우스에 의해 비로소 조명 받게 되었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100년이 넘도록 외면 당해 왔던 이유에는당대에 풀기 어려웠던 여러 기술적인 어려움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앳킨슨 사이클은 오토 사이클에 비해 피스톤과크랭크축 간의 링크 구조가 다르다. 오토 사이클은 피스톤과 크랭크축 사이가 하나의 커넥팅 로드로 연결된다. 반면 앳킨슨 사이클은 1회의 행정을 1회전 안에 마쳐야 하는 엔진의 작동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3점식의링크 구조를 필요로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흡기 밸브 타이밍을지연시키기 위한 기구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앳킨슨 사이클은 회전하는 부품의 개수가오토 사이클에 비해 훨씬 많다. 행정 당 1회전을 실현하기위한 다수의 회전 부품과 복잡한 링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 내부에 회전하는 부품이 많기때문에 설계가 까다롭고 기계적인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 뿐만 아니라 복잡한 피스톤-크랭크축 간 링크 구조는 장시간의 고속운전에 태생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원인이다.

여기에 흡기밸브의 개폐 타이밍을 조절해야 하는 기구가필요하다는 점도 가뜩이나 복잡한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재료역학과 전자장비가 그리발달하지 못한 당대에는 실제 구현에 있어 여러가지 어려움을 수반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당대에는우수한 효율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신뢰도를 뒷받침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효율을 중시하는 대형 선박에는사용되어 왔으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리 널리 채용되지 못했다.

전혀 다른 형태로 되살아나다?

그러나 앳킨슨 사이클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 눈부신 기술 발전에 힘입어, 친환경자동차를 위한 엔진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토요타프리우스의 등장 이후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너도나도 이 방식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오늘날의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원조’ 앳킨슨 사이클과는크게 다르다. 기본설계부터 아예 오토 사이클 엔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원조의 복잡다단한 피스톤-크랭크축간 링크 구조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동안 끊임 없이 발전해 온전자제어 기술과 가변 밸브타이밍 기구(VVT)를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두 기술은 사실 상 오토 사이클 구조를 지닌 엔진에서도 앳킨슨 사이클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가변 밸브타이밍 기구의 진화는 앳킨슨 사이클의핵심인 압축비 대비 높은 팽창비를 오토사이클 구조의 엔진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엄밀히말하자면, 오토 사이클 기반 엔진에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작동을 흉내낸 것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을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한 토요타자동차가 이를 ‘앳킨슨사이클’로 명시하면서 지금과 같이 부르게 되었다. 일본의마쯔다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밀러 사이클(MillerCycle) 엔진을 독자개발하여 사용 중이다.

오늘날 토요타식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가변 밸브타이밍기구를 이용하여 압축 행정 시 흡기 밸브 폐쇄 타이밍을 지연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압축 행정에서 발생하는 동력 소모를 줄이고 폭발 행정에는 필요한 동력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앳킨슨 사이클이 처음 고안되었을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연소효율의 향상을 구현해 낸 것이다.

다만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최고 출력은 일반적인 오토사이클 엔진에 비해 낮다. 압축행정에서 흡기 밸브를 열어 두기 때문에 이미 유입되었던 혼합기의 일부가헤드로 다시 밀려 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밀려 나간 혼합기는 다음 행정에서 재활용되지만 피스톤이 끝까지밀려 내려가기 때문에 하나의 행정이 끝나고 난 직후의 토크가 오토사이클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출력역시 같은 배기량의 오토사이클 엔진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토요타 프리우스와같이, 전기 모터로 엔진의 출력을 보조해 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에 먼저 적용된 것이다. 마쯔다의 경우에는 유리한 회전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CVT와과급기를 조합하여 단점을 상쇄한다.

근래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출력을 오토사이클 엔진에준하는 수준으로 올리고, 높은 압축비에서 비롯되는 과열이나 노킹 현상은 더욱 정교한 전자제어로 억제한앳킨슨 사이클 엔진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군림하고 있는 토요타자동차의앳킨슨 사이클 엔진들은 최근 들어 오토 사이클 엔진과 차이가 없는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것은 물론, 업계최초로 과급기까지 적용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