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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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RX
  • 류민
  • 승인 2012.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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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는 1998년 데뷔한 렉서스의 SUV다. 정숙하고 쾌적한 주행감각을 내세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현행 모델은 2009년 등장한 3세대. 2012년 안팎 디자인을 다듬고 주행 안정성을 끌어올린 부분변경을 거쳤다.



2008년 가을, 리먼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의 경기 침체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토요타·렉서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해 토요타·렉서스는 사상 첫 적자를 냈다. 1년 뒤, 토요타 캠리의 급발진 사고까지 터졌다. 토요타·렉서스의 아키오 사장은 미 청문회까지 불려나갔다. 대규모 리콜을 감행했다. 제품 신뢰도는 하락했고 판매량은 더 감소했다. 토요타·렉서스는 타격이 컸다. 미국시장 의존도가 컸고 잘 나가던 시절이라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 봄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여름엔 태국 홍수로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생산차질이 지속됐다. 엔고도 수출의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2012년, 토요타·렉서스는 재기에 도전하고 있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 렉서스는 신형 GS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신형 GS에는 재도약을 향한 렉서스의 의지가 담겨있다. 변화의 핵심은 또렷해진 존재감과 주행성능. 무색무취를 장점으로 내세우며 중립성향을 지키던 렉서스가 방향을 틀었다. 신형 GS에 이은 부분변경 RX에도 이런 특성이 녹아있다.



앞 범퍼엔 스핀들 그릴이 녹아들었다. 헤드램프는 LED를 알알이 엮어 만든 L자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품었다. 신형 GS에서 선보인 요소들이다. 잔뜩 찡그린 인상이 압권이다. 이전세대가 뽐내던 푸근한 인상이 사라졌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디자인이지만, 경쟁자에 비해 다소 떨어지던 ‘존재감’만큼은 확실히 살아났다. 옆모습엔 큰 변화 없다. 판판한 면을 뽐내는 도어, 거주성은 유지하되 날렵한 스타일을 뽑아낸 지붕선과 창문라인 등은 여전하다. 안정적인 비례를 이루는 풍만한 뒷모습도 그대로다. 그러나 한층 더 정갈해진 느낌이다. 뾰족하게 다듬은 크롬패널과 LED를 단 테일램프의 역할이 크다. 테일램프 커버 옆면엔 ‘에어로 스테빌라이징 핀’이라는 연필만 한 돌기가 나 있다. 시속 80㎞ 이상에서 차체의 흔들림을 줄여준다.



실내는 스위치 배열을 손보고 편의장비를 늘려 완성도를 높였다. 가장 큰 변화는 신형 GS와 같은 스티어링 휠. 손에 닿는 부분이 두툼해 한층 스포티한 느낌을 낸다. ‘리모트 터치 컨트롤’은 2세대로 진화했다. 커서를 움직이는 방식은 1세대와 같지만, 조작부 옆면에 붙어 있던 선택 버튼을 없앴다. 이젠 컨트롤러를 누르면 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개선했다. 변속기와 멀티미디어의 정보까지 띄운다. 렉서스는 RX에 두 종류의 엔진을 단다. RX350 모델은 최고 277마력, 35.3㎏·m의 힘을 내는 V6 3.5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구동방식은 액티브 토크 컨트롤을 도입한 사륜구동. 바퀴의 속도와 회전 각도를 분석해서 앞뒤 바퀴에 걸리는 토크를 자동으로 배분한다. 1L의 연료로는 9.1㎞를 달린다.



RX450h 모델은 RX350과 같은 V6 3.5L 엔진에 출력을 덜고 효율을 높인 엣킨스 사이클 기술을 도입해 얹는다. 엔진의 순수 출력은 RX350에 비해 28마력, 3.0㎏·m 적다. 하지만 렉서스는 167마력, 32.3㎏·m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를 앞바퀴에, 68마력, 14.2㎏·m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를 뒷바퀴에 더했다. 따라서 RX450h는 최고 295마력, 35.3㎏·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무단 자동(CVT). 공인연비는 16.4㎞/L다. RX450h 역시 네 바퀴를 굴린다. 그러나 시스템이 RX350과는 다르다. RX450h는 하이브리드 가변식(E-Four) 사륜구동 시스템을 얹는다. 평소에는 앞바퀴만 굴리다가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뒤쪽에 붙은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이다. 앞뒤 바퀴에 걸리는 토크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주행모드도 설정할 수 있다. 에코, EV, 노멀, 스포츠 등의 4종류가 있다. EV 모드의 경우 전기모터를 적극 활용해 효율을 높인다. 나머지 모드는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작동한다. 스포츠 모드에선 가속페달은 물론 스티어링 휠의 반응 속도까지 변한다. 모드에 따라 변하는 계기판 조명은 운전재미를 더한다. 부분변경을 거친 RX는 몸놀림이 다소 경쾌해지고 고속 안정성이 높아졌다. 사실, RX의 가속성능은 변함없다. 변경전의 구동계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개선된 ‘거동’은 높아진 차체 강성에서 비롯된다. 렉서스는 RX의 뼈대를 다시 다졌다. 차체 구석구석을 스팟용접으로 꼼꼼히 여몄다. 아울러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ESP)과 댐퍼도 개선했다. 그 결과 서스펜션의 부담을 줄이고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



RX는 앞좌석 무릎 보호를 포함한 10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단다. 편의장비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각종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 키, 앞좌석 통풍·열선 시트, 후방 카메라 등이 기본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마크 레빈슨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익스큐티브 트림만 단다. 솔직히, RX 부분변경 모델엔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 존재감이 강해진 겉모습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렉서스는 RX의 본질을 바꾸길 원했다. 스티어링 반응과 댐퍼 셋팅, 차체 강성 등에 집착해 운전재미와 주행 안정성을 높인 것이 그 증거다. 안팎 디자인만 다듬거나 출력을 올리는 등의 손쉬운 변화가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반갑다. RX350의 가격이 590~ 940만 원 낮아진 것도 반가운 사실이다. 렉서스가 내건 ‘보면 멋있고, 타면 즐겁고, 사면 만족하는’ 캐치프레이즈 자체가 RX 부분변경의 핵심이었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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