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벨로스터는 '미완의 성공'을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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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벨로스터는 '미완의 성공'을 완성할 수 있을까?
  • 윤현수
  • 승인 2017.12.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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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낼 2세대 벨로스터가 서킷에서 몸을 풀었다. 모기업의 자동차 만들기 솜씨가 한층 수준 높아지고 내실을 갖추게 되며 트랙의 굽이진 길과 힘을 겨룰 정도로 자신감에 차오른 것이다. 초대 벨로스터를 내놓을 당시엔 상상도 못했던 행사 내용이다.

내년 1월 출시를 앞둔 2세대 벨로스터는 초대 모델의 독특한 컨셉트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이를테면 비대칭 도어 구성이나 쿠페와 해치백을 결합한 스포티한 레이아웃, 센터 머플러와 같은 고유의 아이덴티티까지 말이다. 아직 맵시를 완전히 공개하긴 꺼려졌는지 기하학적인 패턴의 위장막을 입긴 했어도 얼추 생김새는 예측이 된다.

바통을 넘겨받는 2세대 벨로스터는 초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디트로이트 모터쇼 (NAIAS)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7년 만의 데뷔 무대가 7년 전을 상기시킬 듯하다. 말 그대로 벨로스터에겐 금의환향이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에겐 도통 '금의환향'이란 표현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벨로스터는 상대적으로 쿠페가 대중적인 미국 시장에서 제법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벨로스터는 집안에선 찬밥 취급을 받아도 이 정도로 천대받을 순 없었다. 마치 쏘울과 같은 처지였다.

흔히 기아차 쏘울은 한국에선 그리 주목받지 못하지만 북미 시장에선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는 자동차로 여겨진다. 실제로 2009년 북미에서 데뷔한 쏘울은 올해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섰다. 반면 한국에선 2016년 기준 한 해 동안 2천4백 대도 못 팔았다. 시장의 규모 격차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처참한 수치다.

벨로스터도 이러한 맥락과 유사하다. 벨로스터는 2017년, 10월까지 한국 소비자 135명의 선택을 받았다. 참고로 카마로가 같은 기간 461대를 팔았다. 쇠퇴기에 접어든 제품 수명 주기와 대기 수요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적은 수치다.

초대 벨로스터는 2011년 3월 한국 시장에 출시되었다. 쿠페와 해치백을 적절히 매만진 과감한 스타일링은 다름 아닌 시로코를 겨냥하여 만든 모양새였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당시 현대차가 자사의 홈페이지 분류란에 벨로스터를 제네시스, 에쿠스, 베라크루즈 등이 속해있던 '럭셔리' 카테고리에 집어넣었다는 것.

아울러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출시하면서 연간 1만 8천 대만 '한정 판매'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벨로스터가 '특별한' 자동차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키고자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는 '프리미엄 유스 랩 (Premium Youth Lab, 이하 PYL)'이란 신세대 커뮤니케이션 브랜드에 벨로스터를 첫 번째 모델로 편입시켰고, 극도로 단순화한 트림 구성으로 벨로스터는 최초 출시 당시 시작 가격이 1,940만 원이었다.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했던 i30와 아반떼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대였다.

벨로스터의 효시라 볼 수 있는 동명의 컨셉트카보다 화려하게 빚어진 양산 디자인은 양산형 스타일의 헥사고널 그릴이 적용되며 호불호가 갈리는 얼굴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와 외모 이야기들이 어우러지며 첫 등장부터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데뷔 첫해, 부정적인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벨로스터는 꽤나 분전했다. 아니, 현시점에서 보면 그 당시가 바로 벨로스터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1만 8천 대 한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2011년 벨로스터의 국내 판매량은 1만 987대였다. 현대차가 목표이자 예상치로 잡은 수치에서 7천 대나 덜 팔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신차효과 덕에 635대가 팔린 2016년에 비해선 17배나 더 많이 팔아치운 해였고, 현대차는 신차효과가 끝나는 와중에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 탑재 모델이나 개선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2012년에는 한국 소비자들이 갈망하던 1.6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하며 꾸준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미 첫 출시 당시 1.6리터 자연흡기 엔진 모델이 보여준 '외모에 비해' 빈약한 성능 탓에 '스포츠 루킹 카'으 인상은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부정적 선입견은 모델 수명주기가 다할 때까지 이어지며 연간 판매량은 해가 지날수록 폭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견해와 판매량 부진은 단순히 '평가 절하'로 인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벨로스터는 출시 전부터 '한국형 핫 해치'의 등장이라며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다. 작은 차체에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여 활발한 몸놀림으로 한국의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을 만족시킬 자동차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1.6리터 GDi 엔진과 토크컨버터 형식의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이미 국민차인 아반떼에서 보여주었던 것이었다. 뒤늦게 DCT를 추가한 모델을 선보이나 빠릿한 변속기 성능에 비해 엔진은 여전히 얌전했다.

첫 출시 이후 1년이 지나서야 고대하던 1.6리터 터보 모델이 등장했으나 6단 DCT의 토크 캐퍼시티가 그리 높지 않아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를 사용했다. 여기에 과급기를 얹어 출력을 크게 증대시킨 엔진임에도 냉각 체계의 완성도가 떨어져 스포츠 주행을 조금 즐겨보려면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달리라고 출력을 높게 설정한 터보 심장은 너무나도 쉽게 과열되어 출력 제한이 걸리곤 했다.

2013년 출시된 연식변경 모델에서 1.6 터보 모델의 인터쿨러가 개선되긴 했으나 이미 제품의 신뢰도와 평판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성능 고관여 소비자층을 겨냥한 틈새 모델인지라 성능에 관한 결함은 이미지 회복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

더군다나 현대차가 'PYL'이라 묶어낸 '자칭' 프리미엄 삼 형제 라인업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했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생각하기에, 조금 더 작은 차에 더 비싼 돈을 받으면 그건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이었다. 국민 해치백이었던 i30가 별안간 프리미엄 해치백으로 신분 상승을 하니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더군다나 성능이 특출나지도 않은 벨로스터가 아반떼보다 몇 백만 원이 비싼 것도 이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이는 시장 구조와 소비자 정서 상, 한국 시장엔 맞지 않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왜 프리미엄인지'를 설명해주지 않은 채 다짜고짜 '얘네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이야'라고 들이밀면 그건 소비자에게 있어 일종의 '기만'이었다.

반면, 앞바퀴 굴림 방식의 소형 쿠페가 대중적이며, 쿠페가 세단보다 비싼 것이 자연스레 용인되는 미국 시장에서 벨로스터는 다른 위상을 보였다. 특히 판매량의 볼륨은 차치하더라도 지속 측면에서 내용이 완전히 달랐다.

벨로스터는 미국 시장에 데뷔한 첫해, 9,284대를 팔았고, 온전히 1년을 채웠던 2012년에는 무려 3만 4,862대를 팔며 쾌재를 불렀다. 특히 이 수치는 기아차의 주력 모델이었던 스포티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였다. 판매량 순위도 105위를 기록하며 중상위권의 쾌거를 안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최대 경쟁 모델인 토요타 tC (사이언 브랜드로 판매)와의 경쟁에서도 승리했다는 것이다. 변방에서 나타난 신인이 나름대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지도와 평판이 좋은 챔피언을 단숨에 꺾은 셈이었다.

벨로스터는 이후에도 미국 소형 쿠페 시장에서 꾸준히 승승장구했고, 이미지 리딩용 모델임을 감안하면 판매량 측면에서도 꽤 선방했음을 입증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한국 시장에서 해가 갈수록 끝을 모르고 하락하는 판매량을 감안하면, 2016년 반짝 솟아오른 저력이 상당히 눈부시다. 여담이지만 제법 인기를 끄는 모델답게 북미 시장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이나 벨로스터를 활용한 컨셉트카도 많이 등장했었다.

따라서, 벨로스터가 최악의 악재들만 겹쳐 이미지와 판매량이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 시장에서만 팔렸다면 2세대 모델의 개발과 출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초대 모델의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는 약점으로 꼽히던 주행 완성도를 바짝 높인 2세대 벨로스터가 다시 한번 소형 쿠페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쏘울이 美 박스카 시장을 완전히 점령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벨로스터는 그 처참한 실패를 거둔 한국 시장에서마저 큰 의의를 갖는다. 해치백과 쿠페를 결합한 바디에 비대칭 구조를 선택한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 더불어 기아 프로씨드 GT와 함께 'i30 N'이 완성한 '한국형 핫해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도전'의 의미도 있었다.

볼륨모델이라면 단순히 판매량이라는 숫자로 실패와 성공을 판가름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끌고자 태어난 모델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판매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2세대 벨로스터는 초대 모델이 차마 하지 못한 그 사명을 반드시 완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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