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의 위기 혹은 전기차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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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의 위기 혹은 전기차의 딜레마
  • 김상혁
  • 승인 2017.12.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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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태엽의 탄성을 이용해 사람이나 말이 아닌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생각했고 니콜라 조셉 퀴뇨는 증기기관을 활용한 증기자동차를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의 기원이자 근본이라 할 수 있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든 것은 독일의 칼 벤츠다. 칼 벤츠의 내연기관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세상에 나온 것이 1886년,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이다. 한 세기를 넘기며 인류의 전반적인 사회 기반에 안착했다. 그런 내연기관이 최근 예전과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대체 동력 즉 전기차, 수소차의 상용화다. 자동차 제조사는 하나둘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수소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볼보의 경우 2019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포드는 내연기관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고 이를 전기차 개발비로 전환했다. 토요타 역시 2040년부터 가솔린 및 디젤 차량을 생산 중단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도 전기차, 수소차 등 신 에너지 동력에 힘을 보태며 내연기관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가 지난 2016년 신재생 에너지 및 전기차만 판매하도록 한데 이어 독일도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결의안이 통과되며 암운이 그리워졌다. 

여기에 인도, 프랑스, 영국도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의견을 내비치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큰 거점으로 성장한 중국이 쿼터제를 시행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비춰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전기차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석유 고갈론과 음모론 등을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패러다임이 급격한 속도로 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경적인 문제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알려졌던 디젤이 이산화질소를 많이 배출한다고 밝혀져 불신감이 커졌고 국내를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는 디젤 차량을 옭아맸다. 그런 와중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직격탄까지 맞았다. 그러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시각이 더욱 까다로워졌고 상대적으로 대체 동력 이동수단인 전기차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것.

하지만 전기차를 완전한 친환경 자동차라 할 수만은 없다. 비록 주행하는 동안 매연을 뿜어내지는 않지만 생산 및 폐차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더구나 국내 에너지원은 약 40%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충당한다. 화력발전은 미세먼지와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과 거리가 있다. 앞서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했던 노르웨이의 경우는 수력발전이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전기차 도입이 적극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11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하 MIT)에서는 테슬라 모델 S, BMW 7시리즈, 미쓰비시 미라지를 가지고 탄소 배출량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MIT에서는 생산부터 폐차까지의 수명주기를 고려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 테슬라 모델 S의 CO2의 배출량은 1km당 226g, BMW 7시리즈 385g, 미쓰비시 미라지는 192g였다. 환경적인면에서 전기차가 탁월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결과라는 걸 알 수있다.

아직까지 전기차 비중은 전 세계 평균 약 1.2% 정도로 작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해가는 과정이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다면 폐차 문제와 배터리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중금속 등으로 인해 인체 및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리튬은 한정되어 있는 자원이기에 고갈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고 자원 확보 경쟁으로 지나치게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일이다. 또한 국내의 경우는 여전히 지나치게 긴 충전 시간과 인프라 부족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환경 및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정부와 연구기관, 자동차 제조사의 간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내연기관 퇴출 분위기 속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가 완전히 손을 떼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았던 것도 내연기관의 포기보다 개선이 더 큰 이득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은 디젤엔진을 포기하는 것보다 개선하는 방향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BMW는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나 충전소 등 최적화 시켜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의견을 보였다. 중장기 전략으로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친환경 차량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있는 과정은 정말 빠르다. 5년 전, 아니 불과1, 2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과 인프라 부족 등 아직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전기차, 나아가 최종적인 국면에 수소차가 안착하고 대체 동력 수단으로 자리할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전체 비중에서 전기차는 약 0.7% 정도다. 크게 본다면 이제 초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환경,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가 맞물려 있는 만큼 복잡한 이해관계로 내연기관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사라진다 해도 그 시기는 한참 나중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내연기관이 가진 원초적인 배기 사운드를 쉽게 포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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