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식 작명법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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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식 작명법은 어디로 가는가?
  • 윤현수
  • 승인 2017.12.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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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작과 함께 성대한 막을 올린 2017 LA 오토쇼가 얼마 전 폐막했다. 영원한 미 대륙의 오프로드 아이콘, 랭글러가 10년 만에 옷을 갈아입었고, 4도어 쿠페 열풍을 주도한 메르세데스-벤츠 CLS 역시 풀체인지를 이뤘던 무대였다.

이 와중에 미국에서 열리는 한 해의 마지막 모터쇼인 만큼 주목받는 메이커가 있었다. 링컨이었다. 아메리칸 럭셔리의 한 축을 맡는 링컨은 신 모델을 두 점 출품했다. 하나는 MKC 부분변경 모델, 하나는 ‘노틸러스’라는 새로운 이름의 자동차였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링컨의 작명법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터이다. 가령 주력 모델인MKZ나 MKC와 마찬가지로, '마크'를 의미하는 ‘MK’ 이니셜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면서 각 차량의 색깔에 맞는 알파벳 하나를 부여하여 세 글자 이름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다. 링컨은 자사의 세단 및 SUV 기함 모델에 이전부터 사용했던 고유의 이름을 지켜오거나, 부활시켰다. 자신들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름인 ‘컨티넨탈’을 다시 일으켜 세워 낡은 MKS를 대체했다. 그리고 럭셔리 SUV 바람을 타고 등장했던 내비게이터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혹은 체계화된 차명을 사용하는 여느 브랜드도 동일한 맥락을 보이곤 한다. 소수의 모델은 자신들이 다져놓은 ‘ 정도(正道)’를 벗어난 차명을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나 푸조 RCZ 등이 그렇다. 대부분 역사가 깊고 네임밸류가 높거나, 정규 라인업에서 크게 벗어난 컨셉트 차량들에게 사용하는 작명법이다. 
 
다만 알파뉴메릭 방식의 작명법이 대중화된 럭셔리 브랜드들 사이에선 사실 통일성과 작명법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그러나 링컨 입장에선 자신들의 MK 작명법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걸 인지했나 보다. 결국 이름 짓기 방식을 ‘부분적으로’ 고치기로 매듭지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MK’ 시리즈 작명법은 2016년 MKC까지 가지를 뻗어가다 결국 시들기 시작했다. 링컨을 선택하는 단골손님, 그러니까 미국 소비자들이 이 링컨식 이름 짓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컨티넨탈부터 보였다. 2008년 출시된 MKS가 인지도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링컨이 잠들어있던 컨티넨탈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2016년 다시금 부활한 컨티넨탈은 MK 작명법과의 결별과 더불어 MKS 후속 모델의 의미를 담았다. 한편, 내비게이터는 새로운 작명법이 나왔을 때도 굳건히 이름을 지켰다.

그리고 다시 노틸러스 이야기로 돌아가자. 노틸러스의 정체는 다름 아닌 MKX다. 2016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링컨이 바로 MKX였다. 제법 잘 팔리고 있었던 MKX의 이름에 손을 대는 링컨의 생각이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타이틀을 지녔던 미 해군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의 이름을 빌린 MKX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MK 시리즈의 산물인 날렵한 ‘스플릿 윙 (Split Wing)’ 그릴을 버리고 시그니처 그릴을 받아들였다.
 
MKX는 묵직한 차체에 스플릿 윙이 자아내는 특유의 가벼운 얼굴은 살짝 부조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그니처 그릴로 장식한 ‘노틸러스’의 새로운 얼굴은 듬직한 차체와 잘 어울리는 진중한 얼굴로 거듭났다.

이와 더불어 링컨은 LA 오토쇼 무대에 노틸러스 이외에도 컴팩트 SUV 모델인 MKC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함께 내놓았다. MKX와 마찬가지로 시그니처 그릴을 새로 얹는 성형 수술을 받았는데도 MKC는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MKZ의 F/L 당시도 그랬듯 일관성이 없는 이름 짓기다. 링컨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모델 체인지가 되었다는 가정하에 링컨 모델들의 차림상을 보고 있자면 상당히 중구난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세단은 MKZ, 컨티넨탈이 있고 크로스오버 라인업은 MKC / 노틸러스 / MKT / 내비게이터로 구성된다. 링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링컨 홈페이지에 들어가 라인업을 확인하면 통일성 없는 이름 짓기에 머릿속이 복잡할 것 같다.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 세계에선 알파뉴메릭 혹은 통일화된 명명법이 보편화가 되어 개별적인 차명을 구성하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 답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링컨과 같이 비교적 한정된 시장에서 활동하는 브랜드라면 굳이 유럽 및 아시아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명명법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특색이 다른데 순전히 쫓아가기에만 바쁘다면 자기도 모르게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

아울러 링컨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쌓아온 컨티넨탈이라는 빛나는 이름을 묵혀둘 필요가 없다. 시그니처 그릴로 꾸민 새로운 링컨 모델들은 다시금 아메리칸 럭셔리를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 주역들이다. 그리고 ‘노틸러스’라는 이름이 제 2의 컨티넨탈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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