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것 같은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300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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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것 같은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300SL
  • 김상혁
  • 승인 2017.12.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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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날개를 편 형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걸윙 도어(Gull-wing) 도어. 자동차 역사상 세계 최초의 걸윙 도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300SL로부터 시작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300SL은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양산형 스포츠​카이기도 하다.

반세기를 훌쩍 넘은 지금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300SL은 처음부터 양산을 목표로 만들어진 차는 아니었다. 그 실체는 1분, 1초를 다투는 레이스를 위한 종마였다. 300SL은 양산화에 돌입하기 2년 전인 1952년에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다.   

​레이스를 위한 종마로 태어난 300SL이 양산화로 발길을 옮기게 된 데는 당시 메르데세스-벤츠​의 판매를 맡고 있었던 맥스 호프만의 사업적 눈썰미 덕분이다. 뉴욕에서 벤츠 판매업을 하던 그는 미국의 부호들과 스포츠카 수집광 등이 300SL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을 파악하고 메르세데스-벤츠에 양산화를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메르세데스-벤츠는 1000대 한정으로 양산형 300SL을 만들게 된다. 3.0리터 6기통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215마력과 최대 토크 28.0kg.m의 성능을 지닌, 당대 최고 성능의 스포츠카였다. 여기에 양산차 최초로 가솔린 직분사 방식을 채택했던 모델이기도 했다. 변속기는 4단 수동 변속기를 달았고 가벼운 차체와 뛰어난 동력 성능으로 약 260km/h의 최고 속도를 자랑했다. 이는 당시 시판 중인 양산차 기준으로 가장 빠른 것이었다. 

하지만 300SL의 레이싱 DNA가 담긴 동력성능 보다 관심을 집중 시킨 것이 독특한 형태의 도어다. 하늘을 향해 개폐되는 방식이 갈매기 날개 같다고 해서 걸 윙 도어(Gull-wing Doors)라 불린다. 300SL의 양산형 모델은 1954년 뉴욕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스용으로 제작 당시 비틀림 강성 및 차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보디와 항공기술을 접목한 ‘튜브 스페이스 프레임’을 사용했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체도 낮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문턱이 높아져 사람이 오르고 내리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또한, 창문을 여닫기도 어려워 엔진 열기가 실내로 고스란히 유입됐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에 에어컨이 없는 시절이라 운전자는 지옥문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듯싶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극단적인 설계를 떠올리는 계기가 됐고 지붕에 경첩을 달아 갈매기가 날개를 펼치듯 도어를 여는 방식이 탄생한 것이다.

300SL은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단숨에 관심을 끌어당기며 팔려나갔다. 1957년에는 걸 윙 도어가 아닌 일반적인 형태의 레귤러 도어에 지붕을 드러낸 로드스터 버전이 출시돼 또다시 인기를 끌었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폴로’ 설립자인 랄프 로렌은 자동차 수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11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 컬렉션 전시회를 통해 1955년형 300SL 모델을 전시한 바 있으며 ‘플레이 보이’ 창업자이자 발행인이었던 휴 헤프너 역시 300SL(로드스터)를 애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RM 옥션에서 브루나이 국왕이 AMG에 튜닝을 요청했던 모델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을 정도로 인기와 상징성을 고루 담은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적인 모델 300SL은 반세기가 흘러 ‘더 뉴 SLS AMG’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화려한 날개를 펼치며 공개된 더 뉴 SLS AMG는 300SL의 DNA를 끄집어냈음을 공공연히 밝혔고 300SL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와 상징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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