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P+ 단골 손님들의 대거 탈락, IIHS 충돌테스트 대격변의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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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P+ 단골 손님들의 대거 탈락, IIHS 충돌테스트 대격변의 원인은?
  • 윤현수
  • 승인 2017.12.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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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구매하는 데에 있어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안전성’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의 안전성을 이야기할 때 필연적으로 언급되는 수동적인 충돌 안전성은 물론, 최근에는 각종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으로 자아내는 차량의 능동적 안전성까지 고려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각국의 자동차 안전 테스트를 관할하는 기관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춰 안전도 테스트의 기준도 서서히 높여가고 있는 와중이다. 가령 미국의 고속도로 안전 보험 협회 (이하 IIHS)는 자사의 안전 테스트에서 최고점 (Top Safety Pick+)을 획득하려면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 등, 종전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평가 기준에 포함하고 있는 추세다.

이 자동차 안전도 평가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이라고 한다면 단연, 방금 언급한 IIHS라 할 수 있다. IIHS의 안전도 평가 결과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하는 안전도 평가와 더불어 북미 시장에 시판 중인 자동차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잣대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들은 매년 차량 안전도 평가 결과를 고지하여 소비자들에게는 차량 구매에 큰 도움을 주고, 제조사들에게는 더욱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라는 경각심을 던진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2018년형 차량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자동차 컨테스트’를 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IIHS가 가장 안전한 차에게 부여하는 타이틀은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 이하 TSP+)’다. 그리고 안전한 자동차이긴 해도, 완벽함을 기하지 않은 차량에게는 TSP(Top Safety Pick) 뱃지를 부여한다. TSP+가 충돌 테스트계의 금메달이라면, TSP는 '은메달'인 셈이다.

올해 영예의 TSP+ 뱃지를 받은 차량들 리스트를 들여다보니, 작년보다 수가 크게 줄었음을 한눈에 알아챘다. 실제로 작년에 TSP+ 등급을 부여받은 차종은 38개였으나, 올해는 15개 차종만이 최고 등급의 영예를 안으며 안전 기준이 상향되었음을 넌지시 알렸다.
 
어찌 된 영문일까?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IIHS의 평가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 탓이다. IIHS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평가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왔으며, 이번 평가 항목에 신설된 '헤드램프'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차량들이 TSP+ 리스트에서 대거 탈락한 것이다.

IIHS가 제시하는 ‘안전한 헤드램프’의 조건은 이렇다. 야간 주행 시 직진과 거리에 따른 선회 상황 등에서 램프의 조도가 높아 투사 거리가 길어야 하며, 마주 오는 차량의 운전자가 눈부심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야간 주행이나 안개 낀 날에 운전자는 물론 상대방의 시야 확보에 매우 중요기에 헤드램프가 평가항목에 새로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IIHS의 의견이다.
 
IIHS 측은 이 기준들이 제법 복잡한 조건인 터라, ADAS 기술 중 하나로 분류되는 어댑티브 헤드램프의 장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즉 선회 시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램프의 방향이 바뀌고 교행 차량이 있으면 상대방 운전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사 각을 조절하는 등의 기술이 포함되어야 TSP+ 등극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편, 차급별로 TSP+ 차량들을 살펴보면 소형차 카테고리에선 기아차 포르테 (국내명 K3)와 쏘울, 스바루 임프레자와 WRX가 선정되었다. 무려 13개 차량이 TSP+ 등급을 받았던 작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소형차 클래스에서만 3개 모델이 TSP+ 등급을 받던 토요타는 결국 IIHS 세운 헤드램프 기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형차 카테고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개 차종이 TSP+에 선정되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달랑 세 차종만 TSP+ 뱃지를 달았다. 거기다 셋 중 둘은 또 스바루 모델이다.

중형 SUV 부문에선 현대차만이 웃었다. 싼타페 스포트(국내명 싼타페)와 싼타페(국내명 맥스크루즈)만이 TSP+ 뱃지를 손에 쥐었다. 아울러 중형 럭셔리 SUV 부문에선 메르세데스-벤츠 GLC가 홀로 최고 등급을 기록하여 쾌재를 불렀다.
 
특히 이 중형 럭셔리 SUV 부문은 지난해 볼보나 렉서스, 뷰익, 아우디, 심지어 어큐라까지 고루고루 TSP+를 받았던 그야말로 격전지였다. 그러나 작년에 TSP+ 뱃지를 거머쥔 10개 모델 중 올해는 헤드램프의 벽을 넘지 못하며 9개 모델이 뱃지를 내려놓았다.

아울러 대형 럭셔리카 부문에선 제네시스 G80과 G90 (국내명 EQ900), BMW 5시리즈, 링컨 컨티넨탈,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가 최고 동급을 기록했다. 안전성이야말로 럭셔리 브랜드들의 자존심을 말하는 부문인지라 럭셔리카 시장에서의 반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엄격해진 평가 기준 덕에 TSP+의 영예를 받은 차량들의 숫자가 아주 초라해졌다. 특히 미니밴이나 픽업 트럭, 소형 SUV, 대형차, 중형 럭셔리카 부문에선 최고 등급을 받은 차량이 아예 없었다. 참고로 지난해 소형 SUV 카테고리에서 TSP+를 기록한 차량은 무려 9대였다.

대격변을 이룬 이번 IIHS 안전도 평가 기준 개정에서 빛을 발한 브랜드는 단연 현대차그룹과 스바루다. 현대차 그룹은 제값 받기와 기본기 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차량 충돌 안전성 강화 전략이 빛을 발했다.
 
특히 괄목할 점은 차급을 불문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형차와 SUV, 나아가 럭셔리카 시장과 같이 자사가 손을 뻗은 어느 곳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TSP+ 15개 차종 중에서 무려 6개 차종이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한편, 스바루는 미국 시장 진출 이후부터 꾸준히 우수한 품질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아온 브랜드다. 다만 성의 없어 보이는 내외장 디자인 덕에 아주 대중적인 선택지로는 각광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엔지니어링 측면에선 꾸준히 대중차 브랜드 중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던 브랜드다.
 
그리고 그 꾸준히 기본기를 다져오던 노력은 다시금 결실을 맺었다. 스바루는 소형차와 중형차 시장에서 네 개 모델이 TSP+ 등급을 받았다. 스바루가 미국에 시판 중인 모델이 7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헤드램프 하나가 모두를 울고 웃게 만든 IIHS의 2018 Top Safety PICKs는 그간 차량 안전도 강화에 치밀하게 신경 써 온 브랜드들이 희미한 미소를 지은 일련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고배를 마신 브랜드들 역시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을 이뤄야 하는 반성의 시간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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