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쉘비 코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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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쉘비 코브라
  • 김상혁
  • 승인 2017.12.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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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TV를 틀었더니 영화 ‘아이언맨’을 방송해주고 있었다. 아이언맨에서 유독 눈이 갔던 것이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재력이었다. 연신 부럽다를 연발하던 중 토니 스타크가 연구실에서 실험 도중 자신의 자동차를 박살 내는 장면이 나왔다. 미니어처 같이 곱상한 외모에 초록 빛깔 찬란했던 그 차는 아메리칸 스포츠카, ‘쉘비 코브라’였다.  

쉘비 코브라는 1950년대 미국의 유명 레이서 캐롤 쉘비에 의해 만들어진 명마다. 그는 비행교관, 양계업자, 레이서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스포츠카 제작자'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1952년에 레이서로 데뷔해 르망 24시에서 우승하는 등 뛰어난 실력으로 성적을 쌓아올렸다. 그러던 그가 자동차 제작자의 길로 돌아서게 된 이유는 지병인 심장질환이 악화돼 더 이상 레이서로서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캐롤 쉘비가 스포츠카 제작자로 인생의 나침반을 돌리면서 주목한 것은 영국의 'AC 자동차(AC Cars)'였다. 이 때 AC 자동차는 자사의 스포츠카 모델 중 하나였던 AC 에이스(Ace)를 단종시키려던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엔진 출력이 부족한 브리스톨 6기통 엔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캐롤 쉘비의 눈에 AC 에이스는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토대였다. ​ AC에이스는 전통적인 유럽식 스포츠카의 작고 가벼운 차체와 탄탄한 섀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것은 오로지 동력성능 뿐이었던 셈이다. 이에 캐롤 쉘비는 AC에이스의 작고 가벼운 차체에 강력한 미국식 V8 엔진을 얹는다면 이상적인 자동차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유럽식의 작고 가벼운 차체와 강력한 성능의 V8 미국식 엔진의 접목. 이는 쉐보레 콜벳과 닷지 바이퍼에서도 통용되는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정석에 가까운 작법이었다. 쉘비는 AC자동차와 포드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양사를 오가며 협​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1961년, 대서양을 건너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AC의 섀시와 포드의 3.6리터 V8기통 엔진이 결합했다. 쉘비 코브라의 첫 시제차가 완성된 것이다. 3.6리터 엔진을 실은 프로토 타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자 포드는 곧바로 4.3리터 엔진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쉘비 코브라는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쉘비 코브라는 배기량에 따라 4,261cc의 260, 4,727cc의 289 모델로 선보였다. 프런트 미드십 방식으로 고출력 엔진을 얹은 덕분에 가벼운 차체와 균형 잡힌 중량배분을 자랑했다. 캐롤 쉘비는 코브라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한층 더 강력한 모델의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바로 코브라 427이다. 코브라 427은 포드의 빅 블록 엔진을 얹고 큰 타이어를 끼워야 했기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기존 코브라의 디자인 언어는 유지한 채 보디를 조금 더 늘리고 넓혔다. 유럽식의 차체를 온전히 고수하고 있었던 초기의 쉘비 코브라와는 달리, 미국식의 벌크업이 더해졌다.​  

궁극의 쉘비 코브라라 할 수 있는 코브라 427은 7.0(6,989cc) 리터 엔진에 4단 수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약 345마력에 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약 10.3초가 걸렸다고 한다.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성능이다.  뛰어난 성능에 힘입어, 쉘비 코브라는 레이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레이스를 위한 코브라인 '데이토나 쿠페'는​​ 본래 로드스터였던 쉘비 코브라에 지붕을 얹고 전면 카울을 덧대어 만들어졌​​다. 이 차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와 FIA 월드 챔피언십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포드와의 계약이 끝나게 되면서 포드는 자사에서 직접 개발한 GT40을 르망에 출전시키기로 결정,​ 쉘비 코브라는 GT40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쉘비 코브라는 1967년까지 약 1천 여대가 생산되었다. 뛰어난 성능과 희소성, 한때 미국을 대표 스포츠카로서의 가치 때문에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쉘비 코브라는 여러 제작사를 통해​​​ 레플리카(복제품)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복제품만 해도 품질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는 4.2리터 엔진은 얹은 모델이 약 150억 원에 낙찰되며 가장 비싼 가격표를 달기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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