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다 – 메서슈미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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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다 – 메서슈미트 편
  • 박병하
  • 승인 2018.01.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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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항공기. 둘사이에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자동차와 항공기는 비슷한 시점에서 개발되어 서로가 함께 발전되어 왔다. 항공기 역사의 초기, 항공기는 자동차에 사용된 가솔린 엔진으로 힘을얻었지만 오늘날에는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역으로 그 기술들을 자동차에게 전수하고 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점도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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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세계의 자동차 기업 중에는 항공기를 만들다가자동차로 전향한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를 만들다가 항공기까지 손을 뻗은 경우도 존재한다. 본 기사에서 다루게 될 이야기들은 항공기 기업으로 시작하여 자동차로 손을 뻗은 사례들에 대하여 다룬다.

루프트바페의 상징, 생존을 위해 차를 만들다

제 2차세계대전의 유럽 전역(戰役)에서 나치 독일 공군(Luftwaffe, 現 독일연방공군) 전투기로 꼬박꼬박 등장하는 기체가 있다.기체 앞뒤에 노란색 도색을 하고 철십자 마킹이 그려진, 작고 날렵한 이 기체의 이름은 ‘Bf109’. 제 2차 세계대전 내내 나치 독일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활약한 상징적인 기체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단발 전투기이기도 하다. 이 Bf109를 생산한 항공기 제작사가 ‘메서슈미트(Messerschmitt A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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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슈미트社는 1938년, 독일의항공학자인 빌리 메서슈미트(Willy Messerschmitt)가 세운 항공기 제작사로, 나치 독일 공군의 상징인 Bf109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군용항공기를 제작하여 나치 독일 공군에 제공했다. 2차대전 발발 전에는 주로 스포츠용 경비행기를 제작하였으나전쟁 이후로는 단발 단좌식의 전투기를 주력으로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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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슈미트의 Bf109는2차대전 독일 공군 최고의 에이스들을 배출한 명기였다. 격추숫자로 전 세계 파일럿 중 1위인 에리히 하르트만(ErichAlfred Hartmann, 격추 수 357기)과 3위인 귄터 랄(Günther Rall, 격추 수 275기)이이 기체를 애용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독일 공군의 에이스들이 이 전투기에 올라 전과를 올렸다. Bf109 외에 메서슈미트가 만든 전투기 중 유명한 것은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제트 전투기, Me262가 있다.

메서슈미트는 나치 독일에 무기를 제공한 전범기업이다. 따라서 종전 이후, 메서슈미트는 항공기 제작을 금지당해 더 이상‘본업’에 손을 댈 수 없게 되었다. 위에서 소개한 사브와 마찬가지로, 메서슈미트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것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품을 만들기시작했다. 그 대체품이란, 바로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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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트바페의 상징을 만들던 이들이 만들어 낸 자동차는‘마이크로카(Microcar)’였다. 1953년에 발표한 메서슈미트의 첫 자동차는 ‘KR175’. 세개의 바퀴를 가지고 좌석이 앞뒤로 하나씩 배치되어 있으며, 항공기와 유사한 캐노피를 통해 승하차하는삼륜차였다. 메서슈미트 KR175는 2차대전 이후인 1950년대의 유럽에서 유행했던 버블카(Bubble car)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극단적으로 작은 차체에캐노피까지 도입한 극단적으로 간소한 구성을 가진 버블카는 전쟁 이후 피폐해진 유럽의 시민들에게 있어 가장 값싸게 구할 수 있는 탈 것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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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슈미트 KR175의KR은 독일어 Kabinenroller를 줄인 말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객석이 달린 스쿠터’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자동차였다. 방향 전환은 통상의 자동차와 같은 스티어링 휠이 아닌, 이륜차의핸들 바를 사용했으며, 엔진은 173cc의 모터사이클용 공랭식 2행정 엔진을 사용했다. 전장은 고작 2,820mm에, 전폭은 1,220mm,전고는 1,200mm에 불과했고 공차중량도 220kg에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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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내놓은 후속 모델인 KR200에는 향상된 성능의 191cc 엔진을 사용하여 성능을 더 확보하였다. 메서슈미트의 작고간소한 삼륜차 KR175는 53년부터 55년까지 약 1만 5천여대가생산되었고, KR200은  약 4만대에 달하는 숫자가 생산되었다.

하지만 서유럽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버블카 시장이 작아지기시작했고, 자동차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메서슈미트는1964년을 끝으로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1968년, 민간용의 항공기를 제작하고 있었던 항공기 제작사인 뵐코프(Bölkow)를 합병, 메서슈미트-뵐코프(Messerschmitt-Bölkow)로 출범하여 본업으로 복귀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듬해 블롬 운트 포스(Blohm und Voss)사의 항공기 개발 부문을 인수, ‘메서슈미트-뵐코프-블롬’이라는 대형항공기 제작사로 덩치를 키워나갔다. 다시금 항공기 명가로의 재도약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1989년, 메서슈미트그룹은 다임러-벤츠 항공우주사업부에 흡수되었고, 오늘날 에어버스그룹 방위사업 부문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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