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다 – 사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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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다 – 사브 편
  • 박병하
  • 승인 2018.01.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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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항공기. 둘사이에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자동차와 항공기는 비슷한 시점에서 개발되어 서로가 함께 발전되어 왔다. 항공기 역사의 초기, 항공기는 자동차에 사용된 가솔린 엔진으로 힘을얻었지만 오늘날에는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역으로 그 기술들을 자동차에게 전수하고 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점도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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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세계의 자동차 기업 중에는 항공기를 만들다가자동차로 전향한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를 만들다가 항공기까지 손을 뻗은 경우도 존재한다. 본 기사에서 다루게 될 이야기들은 항공기 기업으로 시작하여 자동차로 손을 뻗은 사례들에 대하여 다룬다.

‘비행기 만드는 자동차회사’, 사브

비행기를 만들다 자동차를 만들게 된 기업으로 가장잘 알려진 사례는 스웨덴의 ‘사브(Saab AutomobileAB)’다. 사브는 본래 ‘스웨덴 항공 유한회사(Svenska Aeroplan AkiteBolag)’를 축약한 표기였다. 하지만이것을 항공업계에서 고유명사처럼 부르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부문의 이름도 이것으로 굳어졌다. 이름의 연원에서보다시피, 사브는 자동차 제작이 본업이 아니었다. 전간기(戰間期: 제 1차세계대전과 제 2차세계대전 사이의 기간을 이르는 말)의 끝 무렵인 1937년에 세워진 이 회사는 스웨덴공군이 대대로 사용한 전술기들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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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를 제작해 왔던 사브가 돌연 자동차 사업에 손을대기 시작한 데에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있었다. 이러한상황은 사브에게 있어서 위기의 순간이었다. 종전에 의해 각국이 군비 축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군비 축소는 곧 전투기 등의 신규도입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고, 전투기의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었던 사브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만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 낸 미래 먹거리는 바로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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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는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이래, 줄곧 자신들을 ‘비행기 만드는 자동차 기업’이라 소개 해 왔으며, 광고로 이를 꾸준히 어필해 왔다. 심지어 항공기에 사용된 기능이나 기술들을 자동차에 꽤나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한 편으로는 선진적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괴짜와도 같은 인상을 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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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의 자동차는1970년대를 전후하여 상당한 고성능차 제조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는데, 이는 그들이 그토록집착했던 터보 엔진 덕분이었다. 자동차에 최초로 터보차저를 도입한 것은 쉐보레였지만 ‘터보 자동차’는 강력하다는 인상을 심어 준 자동차 제조사는 바로 사브다. 1970년대 사브의 엔진은 2.0리터의 배기량으로 145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었다. 오늘날 고성능으로 유명한 BMW가 110마력대에 머물던 시기에 이미 그를 상회하는 출력을 내고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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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89년, 사브의 자동차 부문은 제너럴 모터스(GM)에 합병되었다. 하지만 GM과 결합한 이래, 사브는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힘을 잃기 시작했다. 비좁은 자국의 내수시장만을 고려한 제품개발사상을 굽히지 않았다. 트렌디한 외관 디자인이 중시되고 있었던 당시의 경향을 무시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한 GM식의 설계 사상에도 따르지 않았다.

사브의 이러한 태도는 꾸준한 비용 상승과 재정난을초래했다. 물론 GM에서도 손을 안 쓴 것은 아니어서, 90년대를 전후하여 GM식의 뱃지 엔지니어링과 모델 라인업 확대등을 실행했다. 그러나, 브랜드의 개성만 잃고 고성능 제조사로서의이미지도 무너져버리는 등의 역효과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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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동안 사브 자동차는 2011년에 파산 보호 신청을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후 2012년경에 중국계 대체 에너지 기업 내셔널 모던 에너지 홀딩스(NationalModern Energy Holdings)와 일본계 투자기업 선 인베스트먼트(SunInvestment)가 합작으로 세운 법인인 NEVS(National Electric VehicleSweden AB)에게 매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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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본가에해당하는 사브 AB는 결국 사라져버린 사브 자동차와는 달리, 현재도살아 남아 있다. 특히, 스웨덴을 대표하는 방위산업체로서유명하다. 사브의 전투기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스웨덴 공군의 교리에 맞춰서 제작된다는 점이 가장큰 특징이다. 스웨덴은 냉전시절, 핀란드와 함께 소련군의대대적인 도발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개전 후 소련군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면 전 국토와 비행장이 공격받는 상황을 전제로 교리를 정비해 왔다. 따라서 스웨덴군의 무기체계는 이에 맞게 철저하게 방어적이고 높은 생존성 및 유연성을 고루 갖춘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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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의 전투기들은 대부분 정규 활주로가 없는 상태에서도이착륙이 가능하게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크기도 대체로 작은 편이며,작은 크기에서도 초음속을 내야 하기 때문에 초음속기들은 대부분 델타익 구조를 취한다. 현재사브의 최신예기인 JAS39는 정규 활주로가 없어도, 700m 가량의비포장 지방도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 여기에 5~6명에불과한 인원으로 구성된 야전정비팀이 불과 30분~1시간 안에임무 변화에 따른 장비교체 및 재급유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유연한 적응력과 크기에 비해 넉넉한 페이로드는물론,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며, 비교적 우수한 비행 안정성, 데이터링크 전투 체계의 도입 등이 특징인 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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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사브는 스웨덴 내 다른 방산업체들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현재 칼 구스타프, AT-4 등의 화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스텔스 군함`으로 유명한 비스비급 초계함의 전투 지휘 시스템과 PESA 레이더 등을 공급했다. 또한, 스웨덴군이 새롭게 추진 중인 신형 잠수함의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그외에 레이더, UAV, 대함미사일 등의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또한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해군에 새롭게 개발한 다목적 해상초계작전체계인 소드피쉬(Swordfish)를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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