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2.0HD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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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08 2.0HDi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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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8은 푸조의 컴팩트 SUV다. 폭스바겐 티구안과 BMW X1, 아우디 Q3 등과 경쟁한다. 하지만 3008은 MPV(Multi Purpose Vehicle, 다목적 차) 성격이 짙은 모델. 때문에 3008의 생김새와 쓰임새는 경쟁자와 조금 다르다.



3008은 푸조의 펠린(Feline, 고양이과) 룩을 따랐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입을 크게 벌린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위쪽에 붙은 커다란 사자 엠블럼 등 푸조 고유의 디자인이 앞모습에 녹아있다. 하지만 다른 모델처럼 사나운 인상은 아니다. 봉긋 솟은 콧등 덕분에 3008엔 푸근한 느낌이 가득하다. 옆집 아저씨와 같은 인상은 여유롭게 늘어진 턱 선도 한 몫 한다. 3008은 SUV치고 비교적 낮은 지상고를 가졌다. 게다가 A필러는 앞바퀴 위에서 시작한다. 때문에 미니밴 느낌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타고 내릴 때 낑낑 댈 필요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앞쪽으로 당겨진 A필러는 쾌적한 실내공간도 만든다.



옆 창문 윗변과 도어 아랫변에 붙은 크롬띠는 날렵한 느낌을, 낮은 지붕선과 넓적한 도어 면은 탄탄한 느낌을 낸다. 앞뒤 범퍼의 아래쪽은 검게 처리하고 금속 재질의 패널도 덧댔다. 때문에 SUV의 다부진 느낌도 물씬 난다. 삼각형 테일램프는 왜건 느낌마저 낸다. 뒷모습엔 왜건과 해치백, SUV 느낌이 모두 녹아들어있다. 짐 공간은 쓰임새 좋고 넉넉한 크기를 뽐낸다. 트렁크는 상하 2분할 방식. 일단 위쪽 도어를 열면, 드러나는 레버로 아래쪽 도어를 열 수 있다. 짐칸 바닥 패널은 높이를 바꿀 수 있다. 위쪽 도어만 열었을 때 높이에 맞추면 위아래 공간을 나눠 쓸 수 있다. 짐 공간 크기는 바닥 패널을 낮추면 512L, 올리면 432L다. 시트를 접었을 경우엔 1604L로도 늘어난다.




앞좌석은 운전자 중심으로 꾸몄다. 높고 넓은 센터콘솔과 운전석 방향으로 감싸 돌린 센터페시아, 두툼한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 등은 스포츠카의 운전석을 연상시킨다. 이런 실내 구성은 운전에 집중하긴 좋지만, 답답한 느낌을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3008은 기본인 파노라마 루프와 앞쪽으로 길게 뻗은 A필러 등으로 인해 개방감이 뛰어나다. SUV처럼 높직한 시트 덕분에 시야도 매우 좋다. 뒷좌석은 성인 2명이 타도 불편 없을 만큼 넉넉하다. 3008엔 동급에서 볼 수 없는 고급 편의장비가 몇 있다. 가령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차간 거리 경고 시스템이 좋은 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가 시선을 전방에 두면서도 각종 주행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장비다. 3008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위에서 손바닥만 한 투명패널이 튀어 나와 그곳에 속도 및 각종 정보를 띄운다.



차간 거리 경고는 앞차와의 충돌을 방지하는 장비. 시속 70㎞~ 150㎞ 사이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좁을 때 작동한다. 앞차와의 거리는 센터페시아 위쪽에 붙은 스위치로 설정한다. 동력계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속도를 줄이진 않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 패널에 경고를 지속적으로 띄워 사고를 예방한다.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스티어링 칼럼 아래엔 글러브박스만한 서랍이 있다. 콘솔박스는 온갖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을 만큼 깊다. 글러브박스와 도어트림의 수납공간도 큰 편이다. 뒷좌석 바닥 발 놓는 공간에도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다. 손닿기 편한 위치는 아니지만 가끔 사용하는 물건을 넣어두기엔 딱 좋다.



시승차는 3008 2.0HDi. 최고 163마력, 34.6㎏·m의 힘을 내는 2.0 디젤 엔진을 얹는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변속기는 경쟁력이 조금 떨어진다. 경쟁자는 7~ 8단 변속기를 기본으로 단다. 하지만 가속 성능과 효율은 부족하지 않다. 최고출력을 비교적 낮은 회전에서(3750rpm) 쏟아내는 엔진과 경쟁자에 비해 200㎏ 이상 가벼운 차체 무게 때문이다. 푸조가 밝힌 3008 2.0HDi의 0→ 시속 100㎞ 가속시간은 10.2초, 최고속도는 190㎞/h, 연비는 15.6㎞/L다. 댐핑 스트로크는 긴 편이다. 때문에 승차감이 부드럽고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거침없이 치고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무게 중심도 조금 높아 거동도 크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면 휘청대는 감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자칫 승차감은 좋지만 몸놀림은 별 볼일 없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길어야 운전대를 잡은 첫 30분까지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푸조의 서스펜션은 완성도가 매우 높다. 첨단 장비로 무장할 수 없는 대중차 브랜드라 관절의 구조 설계에 큰 공을 들인다. 그래서 움직임이 솔직하고 반듯하다. 3008에도 이런 푸조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008은 큰 거동을 가다듬는 과정을 매우 민첩하게 해결한다. 아울러 3008은 작은 무게 이동도 손끝과 허리에 고스란히 전한다. 때문에 차체의 움직임과 스티어링의 반응을 언제나 쉽게 예측 할 수 있다. 3008과 함께 하는 시간에 비례해 차와 하나 된 느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손맛 좋은 핸들링까지 더해져 자꾸만 굽이진 길로 가고 싶었다.



3008의 매력은 다양했다. 경쾌한 성능과 뛰어난 연비, 활용도가 높고 쾌적한 실내. 특히 생긴 것과 다른 반듯한 몸놀림은 3008을 매우 특별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3008 1.6 e-HDi를 타봤을 때 느꼈던 점은 틀리지 않았다. 그때 느낀 3008의 매력은 이제 확신으로 굳어졌다. 3008의 매력은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다. 3008을 경험하고 나면 푸근한 인상의 외모도 달라 보일 것이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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