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CT 200h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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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CT 200h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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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프리우스의 렉서스 버전. CT 200h에 대한 내 생각이었다. 이런 선입견은 프리우스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됐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아보고 금세 깨닫게 됐다. 내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뼈대와 서스펜션이 다른 까닭에 둘의 성격은 확연히 차이 났다. CT 200h의 핸들링과 고속안정성이 월등히 뛰어났다. 안팎 디자인과 실내 품질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다웠다.


최근 렉서스는 고유의 우아함을 유지하며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는데 열심이다. 겉모습은 박력 있는 디자인의 ‘스핀들 그릴’로 완성한다. 실내는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게 다듬는다. 뒤로 누워있던 스티어링 휠은 반듯하게 세우고 높직했던 시트는 바닥으로 붙인다. 몸놀림도 한층 더 날렵해 지고 있다. 뼈대와 관절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지기 때문이다. 유럽차를 의식한 이런 특성은 2012년 등장한 신형 GS와 ES에 그대로 담겨있다.

새로운 렉서스를 알리는 신호탄은 신형 GS였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CT 200h에서 읽을 수 있었다. CT 200h는 데뷔한지 거의 2년이 되어 가지만, 최근 렉서스의 성향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GS를 통해 선보인 스핀들 그릴은 사실 CT 200h에서 꽃피운 디자인이다. 테두리를 감싸 돈 라인이 좀 덜 뚜렷할 뿐 형태가 그대로 겹친다. 시승차는 공기흡입구가 넓은 앞 범퍼를 달고 있었지만 공기흡입구가 작은 범퍼를 단 모델에선 스핀들 그릴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안쪽을 뾰족하게 다듬고 밑변을 따라 창백한 LED를 수놓은 최신 렉서스의 헤드램프도 달고 있다.


하지만 옆모습과 뒷모습은 생소하다. 다른 렉서스에선 볼 수 없던 모습이다. CT 200h는 렉서스 최초의 해치백. 뒤쪽까지 길게 뻗은 지붕이 낯설다. 별다른 장식 없는 도어 면과 두툼한 C필러는 탄탄한 느낌을 낸다. 높은 어깨선과 낮은 지붕 덕분에 차체도 납작해 보인다. 어깨선을 따라 쫑긋 솟은 트렁크 리드도 낯선 부분. 하지만 L자로 불빛을 밝히는 테일램프는 영락없는 렉서스다.

CT 200h의 인상은 프리우스처럼 온순하지 않다. 날카로운 앞모습부터 탄탄한 느낌 내는 옆모습과 뒷모습까지. CT 200h는 빈틈을 찾기 힘들만큼 높은 짜임새와 날렵한 인상을 자랑한다. 실내 역시 프리우스와 딴판이다. 프리우스엔 하이브리드란 첨단 기술을 강조하기 위한 인위적인 장식이 가득하다. CT 200h의 실내에선 그런 낯선 느낌을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스포츠성이 짙은 프리미엄 해치백의 실내를 연출했다.


아울러 프리우스보다 한결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실내 곳곳의 쓰인 플라스틱 패널과 가죽의 질감, 각종 스위치의 작동감이 렉서스답다. 적당히 촉촉하고 말랑거린다. 내구성과 고급스러움의 경계를 적절하게 지켜냈다. 또한 정숙성도 더 높다. 각종 소음을 실내에 여과 없이 전달하는 프리우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렉서스의 실내 디자인도 반영됐다. 시트가 신형 GS나 ES처럼 낮은 건 아니지만, 스포티한 느낌은 CT 200h가 한수 위다. 납작한 대시보드와 높고 넓은 센터콘솔 때문에 앞좌석에 오르면 스포츠카에 앉은 기분이 난다.

이런 느낌은 운전석에서 더욱 강해진다. 스티어링 휠은 포르쉐처럼 바짝 세웠다. 직경도 작고 림도 두툼해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시트의 모서리는 봉긋 솟아 몸을 단단히 붙들어 준다. 뒷좌석은 아늑한 수준이다. 다리를 쭉 뻗을 만큼의 공간은 아니지만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CT 200h는 하이브리드 전용 플렛폼. 따라서 배터리로 인한 공간 손실이 없다. 짐 공간 크기는 345L, 뒷좌석 시트를 접을 경우 985L로 늘어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계기판 오른쪽에 붙은 ‘파워’ 버튼을 누르면 파워트레인의 전원이 켜진다. 엔진을 깨우는 시동 버튼은 아니다. 배터리가 바닥난 경우가 아니라면 시동을 걸지 않는다. 계기판에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로 ‘레디’라는 글자만 띄운다. 전원을 켜도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니 ‘차가 움직이긴 하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짤막한 변속레버를 왼쪽으로 밀어 아래로 당기면 전기모터가 바퀴를 스르륵 굴린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어 속도를 붙이면 어느새 엔진이 깨어난다. 엔진이 고개를 드는 시점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한 눈치 채기 어렵다. 그만큼 아주 부드럽게 개입한다. 변속과정이 없는 무단 변속기(ECVT)도 미끄러지는 듯한 가속감각에 한 몫 한다. CT 200h는 배터리와 주행환경이 허락할 경우에 저속주행을 전기모터로만 한다. 변속레버 아래 붙은 EV 모드를 누르면 전기모터 활용도는 더욱 높아진다. 상황에 따라 최고 시속 45㎞까지 속도로, 최대 2㎞의 거리를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다.


CT 200h엔 EV 모드 외에 세 가지 주행 모드가 더 있다. EV 모드 스위치 옆, 센터페시아에 붙은 다이얼로 설정한다. 왼쪽으로 꺾으면 에코, 누르면 노멀, 오른쪽으로 꺾으면 스포츠 모드로 바뀐다. 에코와 노멀 모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화를 이루며 차를 이끈다. 스포츠는 EV처럼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드다. 하지만 EV 모드와는 정반대다. 엔진의 힘까지 모두 쥐어짜내 출력을 쏟아낸다. 

스포츠 모드에선 스티어링 휠도 무거워진다. 아울러 계기판도 변한다. 연비운전을 재촉하던 왼편의 전력량계가 붉은 띠를 두른 타코미터로 바뀐다. 계기판 위쪽의 퍼런 불빛도 붉게 물든다. 가속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박력 있다. 렉서스가 밝힌 CT 200h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10.3초. 다소 평범한 수치다. 하지만 회전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쏟아내는 전기모터의 특성으로 인해 초중반 가속이 마치 2.5L 이상의 엔진을 단 것처럼 경쾌했다. 그래서 경쟁자로 손꼽을 수 있는 디젤 터보 엔진을 단 모델들 보다 다루기가 수월했다. 터보차저 세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지만, 아직까진 초반에 살짝 뜸 들이는 특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차를 깨워 움직이는 이 모든 과정은 프리우스와 판박이다. 출력도 가속성능도 마찬가지다. 둘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CT 200h는 최대 99마력, 14.5㎏·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1.8L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최대 82마력, 21.1㎏·m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를 맞물려 단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합한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5.6㎏·m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엮은 방식은 직병렬식. 따라서 엔진과 모터가 상황에 따라 따로 또는 같이 바퀴를 굴린다.

속도를 줄일 땐 모터가 발전기로 변신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변속레버를 ‘B’ 단계에 두면 충전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CT 200h의 공인연비는 25.4㎞/L. 스마트 포투 CDI와 프리우스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다. 실제 연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 닦는 기분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해도 평균 20㎞/L를 가볍게 넘겼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엔진을 괴롭혀대도 17㎞/L 이상은 유지했다.


CT 200h와 프리우스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차체 강성과 하체 셋팅이다. CT 200h는 차체 강성이 프리우스보다 높다. 뼈대가 다르고 고장력 강판을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용접 부위도 많다. 뒤쪽 서스펜션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 프리우스는 좌우 바퀴의 거동이 한데 묶인 토션 빔, CT 200h는 좌우 바퀴가 따로 노는 더블 위시본이다. 아울러 CT 200h는 앞쪽 서스펜션 마운트와 차체 뒤 패널 아래쪽을 야마하제 퍼포먼스 댐퍼로 단단히 여몄다. 퍼포먼스 댐퍼는 스트럿바와 같은 역할을 하는 보강 구조물로 중간에 댐퍼를 달아 신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CT 200h의 주행감각은 프리우스와 딴판이다. 프리우스는 연비를 중시한 모델. 때문에 고속안정성과 좌우 몸놀림이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CT 200h에선 그런 면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과장 좀 보태 CT 200h의 차체와 하체는 필요 이상으로 탄탄했다. 최고속도로 내달려도 작은 차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굽이진 길에선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다. 연비용 타이어가 아니었음에도, 연신 비명을 질러대는 타이어에 불만을 가질 정도였다. 이정도 몸놀림이라면 짱짱한 유럽산 해치백이 부럽지 않겠다.


CT 200h에 대한 선입견은 완전히 무너졌다. 프리우스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차였다. 나아가 하이브리드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CT 200h는 운전이 즐거운 차였다. 고속주행 때는 안정적이었고 꼬부랑길에서는 내 의도대로 움직여줬다. 연비 또한 훌륭했다. 고급스럽되 스포티한 안팎 디자인, 소리 없이 골목을 누빌 때면 휘둥그런 눈으로 쳐다보던 사람들의 시선은 덤이었다. 미국 시장에 뿌리를 둔 렉서스가 CT 200h를 유럽 시장용 모델이라며, 유럽 시장에 먼저 선보인 자신감이 납득이 갔다. 기동성과 연비, 쓰임새 좋은 유럽산 디젤 해치백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CT 200h도 충분히 고려할만 하다.

글 류민 | 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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