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트는 왜 '쿠프라'를 독립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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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트는 왜 '쿠프라'를 독립시켰나
  • 윤현수
  • 승인 2018.03.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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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제국의 매스 브랜드 스페셜 팀을 형성하는 한 축, 세아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자사의 고성능 모델에 붙이던 '쿠프라(CUPRA)'를 서브 브랜드화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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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트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자단을 모아놓고 자사의 고성능 모델 서브 네이밍이었던 '쿠프라'를 독립 브랜드로 내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태생 브랜드답게 중소형차를 위주로 제작하는 세아트는 폭스바겐 그룹에게 수혈받은 탄탄한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버무려 유럽 내 성능 고관여 소비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7년 쿠프라 모델들은 전년대비 50% 이상의 판매 상승을 보이며 시장에서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B / C 세그먼트 해치백인 이비지와 레온의 고성능 모델이 꾸준히 좋은 평가를 기록한 것이 쿠프라 브랜드가 독립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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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고성능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아니다. 세아트는 현재 유럽 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업체 중 하나로, 쿠프라 브랜드의 런칭은 이 기세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쿠프라 브랜드는 단순히 고성능 제품을 빚는 것뿐이 아니라, 모터스포츠와 레이싱 디비전을 다뤘던 '세아트 스포트'까지 아우르며, 세아트의 진취적 이미지를 주도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가치 상승을 이룩하는 것이 쿠프라 브랜드 런칭의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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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트는 고성능 디비전의 런칭과 함께 전용 로고까지 새롭게 만들었다. 독립 브랜드로의 출범 이전, 쿠프라 모델에 단골로 사용되었던 브론즈 컬러를 통해 열정과 결단력, 용기를 표현한 엠블럼에서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고성능 모델의 상징적 소재인 탄소섬유 위에 자리한 엠블럼의 모습은 일말의 카리스마마저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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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트가 쿠프라를 통해 내세우는 가치는 '특별함'과 '세련미', 그리고 '퍼포먼스'로, 주로 중저가 시장을 바라봤던 세아트에게 있어 쿠프라는 이 아쉬웠던 부분들을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는 배출구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창했던 브랜드 런칭 이후, 최초로 쿠프라 엠블럼을 달고 등장하는 주인공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컴팩트 SUV, '아테카'의 고성능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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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트의 최신 패밀리룩을 잘 담고 있는 아테카는 폭스바겐 그룹이 만든 최신 아키텍처 기반으로 빚어져 높은 가격대비 가치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쿠프라는 여기에 고성능 모델 전용으로 다듬은 스타일의 범퍼와 허니컴 패턴 그릴을 장착시키고 꽁무니에는 쿼드 머플러까지 달아 고성능 모델임을 넌지시 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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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는 어느덧 고성능 브랜드라면 응당 써야 하는 '클리셰'들을 가득 담았다. 이렇다 보니 언뜻 보기엔 신선한 모양새는 아닐지라도, 어엿한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과감하게 헤드레스트 일체형으로 제작된 버킷시트를 제공한다든가, 알칸타라 소재를 듬뿍 바르고 실내의 모든 실밥은 브랜드 컬러인 브론즈로 통일하여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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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점은 신생 브랜드답지 않게 초장부터 화끈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는 것. 폭스바겐 그룹의 2.0 TSI 엔진을 300마력까지 부풀려 앞머리에 얹고, AWD 시스템을 끼얹어 안정감 넘치면서도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자아내고자 했다. 여기에 300마력짜리 엔진과 합을 맞추는 7단 DSG 변속기는 더욱 빠르고 정교한 변속을 구현하도록 다듬어졌다.

당연히 폐활량만 키운 것은 아니다. 정확성을 향상시킨 스티어링 시스템과 무게 중심을 낮춘 서스펜션으로 어디서든 재빠른 몸놀림을 보여줄 셈이다. 하체를 탄탄히 다지고 강력한 심장을 탑재한 쿠프라 아테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시속은 245km까지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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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머지않은 미래에 쿠프라는 B세그먼트에 속한 이비지와 아로나의 고성능 모델까지 제작하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히 다질 전망이다. 특히 가장 수요가 많은 B세그먼트 신 모델의 투입은 매출 향상에도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아트는 엄선된 260여 개의 딜러십에 쿠프라 전용 브랜드관을 구비하여 소비자들에게 쿠프라의 매력을 알릴 계획이며, 세아트 회장 '루카 드 메오'는 쿠프라 브랜드를 통해 2022년까지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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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프라는 향후 매스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 포지셔닝하며 기반이 되는 세아트 모델보다 높은 가치를 실현시킬 것이며,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우며 고유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현재 매스 브랜드들은 꾸준히 진입 장벽을 낮추려 하위 모델들을 내놓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대응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충성도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접근성 높은 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결국 매스 브랜드들이 설 곳은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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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세아트가 쿠프라를 독립 브랜드로 야심 차게 내놓은 연유도 이에 있다. 고성능 이미지의 부각과 새로운 가치 창출로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가치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물론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고성능 시장에서 존재감을 내비치겠다는 열정과 의지도 담아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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