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 2.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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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2.5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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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는 토요타의 중형세단이다. 1982년 처음 등장했다. 이후 6번의 진화를 거쳤다. 토요타는 3세대부터 캠리를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구분해서 생산했다. 5세대까지는 수출용의 차체가 컸다. 6세대부터 크기는 같다. 내수용이 수출용에 맞춰 몸집을 키웠다. 안팎 디자인만 조금 다르다. 올해 국내에 데뷔한 신형 캠리는 7세대, 미국에서 태어난 수출용이다.



토요타는 일본 최대의 자동차 기업이다. 2008년,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자리에 오른 적도 있었다.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곳은 미국이다. 2008년엔 총 판매량의 32%를 미국시장에다 팔았다. 이런 토요타에게 캠리는 특별한 존재다. 토요타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파는 차가 바로 캠리이기 때문이다. 수출용 캠리도 사실은 미국시장을 위한 것이다. 한편,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세단이기도 하다. 높은 내구성과 편안한 감각을 내세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베스트셀러 자리는 무려 10년 넘게 지켜왔고 중형세단 판매 1위 자리도 여간해선 내준 적 없다. 이제는 ´반듯한 중산층´의 아이콘으로 여겨질 정도다. 지난 6세대 캠리 역시 높은 인기를 끌었었다.



7세대로 거듭난 신형 캠리는 이전 세대를 밑바탕 삼는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의 연관성은 찾아 볼 수 없다. 뼈대만 대물림했을 뿐, 공유하는 패널이나 부품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상 역시 전혀 다르다. 앞뒤에 남성미를 한껏 강조해 이전의 밋밋했던 느낌은 사라졌다. 길이를 10㎜ 줄였지만 차체도 오히려 커 보인다. 앞모습엔 존재감이 넘친다. 헤드램프도, 라디에이터 그릴도, 앞 범퍼도 이전에 비해 한층 더 입체적이다. 각각의 모서리는 날을 뾰족하게 세웠다. 헤드램프는 아랫변을 비틀었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두툼한 크롬 패널을 품어 날렵한 느낌을 낸다. 앞 범퍼는 전에 없이 과격하다. ´이게 캠리의 부품이 맞나?´ 싶을 정도다.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바깥쪽으로 바짝 밀어 붙였다. 그래서 차체가 이전보다 더욱 넓적해 보인다. 특유의 매끈한 옆모습은 유지했다. 창문라인과 사이드미러만 조금 더 날렵해졌다. 뒷모습 역시 크게 변했다. 이전에 비해 한층 더 크고, 단단해 보인다. 트렁크 윗면과 뒤 펜더가 만나는 면, 범퍼 모서리 등을 판판하게 다듬고 테일램프를 큼직하게 빚은 덕분이다. 캠리는 반듯한 이미지로 사랑받아 온 차다. 그런데 이번 캠리는 박력이 넘친다. 캠리도 전 세계를 휩쓴, ´스포티´라는 트랜드를 피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타는 정도를 지켰다. 신형 캠리와 경쟁자를 나란히 두고 보면 알 수 있다. 신형에도 캠리 고유의 따뜻한 느낌이 담겨있음을. 뛰어난 균형 감각을 가진 토요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토요타의 균형감각은 실내에서도 빛을 발한다. 솔직히 캠리의 실내가 화려한 편은 아니다. 경쟁자에 비해선 단순하기 그지없다. 나 역시 캠리에 처음 올랐을 때, 단조로운 느낌에 조금 실망했었다. 입체감을 살리려 대시보드 위아래를 나누고 센터페시아를 살짝 띄웠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별 다른 특징 없이 센터페시아에 턱 붙인 모니터에도 실망했었다. 하지만 곧 조화로운 실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신형 캠리의 실내엔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넉넉함이 공존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납작한 대시보드, 넓적한 센터콘솔 등은 스포티한 느낌을 냈고 은은한 광택의 우드패널과 대시보드를 수놓은 촘촘한 바느질 등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



아울러 보기 좋은 것과 쓰기 좋은 것은 다르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센터페시아에 붙은 각종 편의 장비는 손에 쏙 들어왔다. 여기저기 놓인 큼직큼직한 버튼들도 쓰기 편했다. 구석구석 마련한 수납공간 역시 큰 매력이었다. 캠리를 타는 동안은 장비 사용법을 익히느라, 물건 둘 공간을 찾느라 아등바등 댈 필요가 없었다. 운전자세도 편했다. 양옆을 두툼하게 부풀린 시트 등받이는 몸을 단단하게 붙들었다. 하지만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앉았을 땐 양옆이 넉넉했고, 타고 내릴 땐 수월했다. 시트의 방석 부분은 판판하게, 도어트림의 팔 닿는 곳은 얇게 다졌기 때문이다. 뒷좌석도 쾌적하다. 이전세대도 성인 네 명 편히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신형은 한결 더 여유롭다. 뒷좌석 무릎공간을 15㎜ 늘렸기 때문이다. 6:4 폴딩, 스키스루 기능을 갖춘 뒷좌석 덕분에 짐 공간도 실용적이다.



시승차는 뉴 캠리 2.5다. 이름 그대로 직렬 4기통 2.5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힘은 최고 181마력, 23.6㎏․m를 낸다. 직분사 방식이 아니라서 최고 출력은 조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고 출력은 말 그대로 최고 출력이다. 일상적인 운전에서 성능 차이를 느끼긴 쉽지 않다. 연비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뉴 캠리 2.5의 공인연비는 12.8㎞/L. 동급 최고 수준이다. 또한, 정숙성을 자랑삼는 토요타의 모델답게 조용하다. 숨고르기를 마친 캠리의 엔진은 시동 유무를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차분하다. 아울러 가속도 매끄럽다. 가속페달을 툭 치면, 제법 커다란 덩치를 가볍게 훅하고 밀어낸다.



변속 과정 역시 매우 부드럽다. 변속 충격도 없고 기어를 갈아 탈 때 엔진 회전만 치솟는 일도 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수동 모드에서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사실이다. 물론 가속페달과 변속레버를 휘저으며 타는 성격의 차는 아니다. 예상외로 든든한 고속 안정성과 반듯한 거동 때문에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샘솟았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토요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리먼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의 경기 침체와 급발진 사고로 인한 신뢰도 하락 등이 원인이었다. 지속되는 엔고현상도 수출의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캠리는 탄탄하게 버텼다. ´최악의 해´라 할 수 있는 2010년에도 32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반사이익의 주인공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던 현대 쏘나타보다 약 60% 많은 판매량이었다. 이제 토요타는 부활을 꿈꾸고 있다. 다시 한 번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에 이런 의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리고 신형 캠리를 통해 말하고 있다. "관리대상을 원가에서 다시 품질로 옮겼다"고. 신형 캠리에서는 이전 세대에서 불거졌던 원가절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신형 캠리는 더욱 매력적으로 거듭났다. 존재감도 늘었고 고급스러움의 수위도 한층 더 높아졌다. 하지만 넉넉하고 편안한 고유의 가치는 그대로 지켰다. 만약 쏘나타나 그랜져와 같은 세단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이젠 캠리를 한번 고려할만 하다. 뉴 캠리 2.5의 가격은 3,350만원이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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