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에비에이터' 컴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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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에비에이터' 컴백의 의미
  • 윤현수
  • 승인 2018.03.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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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초. 광활한 美 대륙에선 그 위상에 걸맞은 SUV들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였다. 개중에는 역대 최고 크기의 포드 '익스커젼(Excursion)'이라는 괴물도 있었으나 그 이름에 걸맞게 짧고 굵은 삶을 살았을 뿐이었고, 현재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익스페디션과 에스컬레이드를 비롯한 고급 및 대형 SUV들이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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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호화 SUV들은 치솟는 유가, 그리고 맥락없이 덩치만 키우고 몸값만 올리다 SUV 본연의 매력 부족을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발발한 글로벌 시장 위기는 호화 SUV들이 무덤으로 직행하는 원인이 되어 시장은 잠시 잠잠해져왔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며 무덤에서 잠들었던 '망자'들이 슬금슬금 현실 세계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포드는 최근 대형 럭셔리 SUV들의 득세에 가장 신이 난 브랜드 중 하나다.

포드 익스페디션은 꾸역꾸역 목숨을 연명해오다가 풀체인지와 함께 '잭팟'이 터져 공급 부족 현상까지 맞이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익스페디션의 고급 버전인 '내비게이터' 역시 2018년을 맞이하며 대형 럭셔리 SUV 카테고리에서 존재감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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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포드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2000년대 초반, 아주 잠깐의 불꽃을 피우다가 사라진 에비에이터(Aviator)까지 끄집어내겠다는 의도를 표한 것이다. 단종된 지 어느덧 13년이나 지난 이 망자의 차세대 모델이 뉴욕 오토쇼 무대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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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터'는 내비게이터의 하위급 모델로, 익스플로러를 기반으로 등장한 고급 SUV였다. 5미터가 살짝 안되는 기름진 차체에 4.6리터 심장을 집어넣은 에비에이터는 대형 SUV에 호의적이었던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출시 첫해부터 3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하락하다가 출시 4년 만에 단명하고 말았다.

이후 링컨은 에비에이터 컨셉트를 통해 후속 모델까지 내놓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차세대 라인업 모델들에 'MK' 네이밍을 사용하게 되며 에비에이터 컨셉트의 스타일링은 'MKX'에게 전수되어 에비에이터는 명이 끊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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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3년이 흘러 에이베이터는 뉴욕 오토쇼를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 복귀한다. 오래간만에 등장하는 2세대 에비에이터는 초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포드 익스플로러가 사용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탄생한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어도, 내비게이터의 축소판이었던 과거와 동일한 맥락을 보일 것이다.

특히 에비에이터의 혼을 이어받은 MKX는 네이밍을 버리고 노틸러스로 개명했기에 둘은 서로 다른 노선을 바라볼 것으로 전망된다. 에비에이터는 노틸러스와 내비게이터 사이에 포지셔닝하여 듬직한 라인업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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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에비에이터는 현재 범람하는 럭셔리 SUV 시장에서 상당히 주요한 역할을 해낸다. 주력 모델인 MKX와 내비게이터의 시작 가격 격차는 무려 3만 3천불에 달하는데, 이 가격대 사이에 추가 모델이 들어서는 순간 링컨의 모델 포트폴리오는 더욱 촘촘해지며 그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끝을 모르고 수요가 상승하는 럭셔리 대형 SUV시장에서 링컨의 존재감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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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링컨의 행보는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행위를 아주 잘 실천하는 것으로, 브랜드 라인업 완성과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기도 하다. 

한편, 링컨은 에비에이터에 전동화 모델을 추가하여 기업 평균 연비 상승과 이미지 리딩이란 임무를 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링컨은 'MK' 네이밍의 굴레에서도 점점 벗어나고 있다. 이는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라는 색깔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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