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다른 집 자식이다? – 자동차 세계 출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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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다른 집 자식이다? – 자동차 세계 출생의 비밀
  • 박병하
  • 승인 2018.04.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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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서민층의 자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이더라”는 ‘출생의 비밀’은 각종국내산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로, 이제는 진부하다고 비판 받고 있는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출생의 비밀은 비단 드라마 속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존재한다. 물론 정확히는 이미 전부 공개되어 있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비밀처럼느껴지는 것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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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특정 제조사의 이름을 달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다른 기업에서 생산을 전담한 차들이 더러 존재한다. 이렇게 특정한 제조사가 다른기업에 생산을 위탁하는 형태의 위탁 생산 체계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서는 꽤나 자주 나타난다. 그리고이러한 경우는 비단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사에도 엄연히 존재했다. 자동차 세계에서 ‘알고 보니 다른 집 자식’이었던 차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본다.

현대자동차 갤로퍼, 테라칸, 싼타모(구 현대정공)

국산 사륜구동 SUV의전설 중 하나로 꼽히는 갤로퍼는 이미 태생부터 미쓰비시의 1세대 파제로(Pajero)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차는 미쓰비시와의제휴관계에 있었던 현대자동차가 직접 생산한 차가 아니었다. 이 차의 기획과 생산을 전담했던 곳은 구‘현대정공’으로 오늘날 현대 모비스(Mobis)와 현대 위아(WIA) 등의 전신이 되는 회사다. 그리고 갤로퍼의 기획 당시, 이 회사의 수장이 바로 현재 현대차그룹의회장인 정몽구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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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AR 프로젝트로 시작한 갤로퍼는 초기에는 독자모델로 기획되었으나, 거듭된시행착오 끝에 최종적으로는 당시 현대자동차가 기술제휴 관계에 있었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동사의 1세대파제로를 면허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1990년도부터기술 도입계약을 체결, 생산 설비의 신설과 준비에 들어 가 1991년부터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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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991년부터생산을 시작한 갤로퍼는 분명 현대정공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현대자동차에서 담당했다. 또한 현대정공의 이름 대신 현대자동차의 ‘HYUNDAI’ 상표명을그대로 사용했고, 후기형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는 아예 라디에이터 그릴에 현대자동차의 CI를 사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이름을 등에 업은 이전략은 제대로 먹혀 들어서 갤로퍼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게다가 세계적인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검증된 1세대 파제로의 성능과 신뢰성은 그야말로 흥행 보증수표와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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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공의 갤로퍼는 이후 몇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거치며 현대자동차 SUV 라인업의 토대를 닦았다. 그리고현대 정공의 파제로 기반 모델은 갤로퍼에 대대적인 현대화 작업을 거친 신모델 테라칸으로 명맥을 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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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출시된 싼타모 역시 현대정공의 작품이다. 프로젝트M-2로 기획된 싼타모는 당시 현대자동차와 기술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자동차의 MPV(Multi Purpose Vehicle), 샤리오(Chariot)의 2세대 모델을 라이센스 생산한 차종이다. 싼타모는 대한민국 자동차시장 최초로 시도된 7인승 MPV 모델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에도 넉넉한 실내공간, 풀플랫 시트, LPG 파워트레인 등, 현대적인 MPV에요구되는 사항 전반을 충족시키는 차였다. 또한 미쓰비시가 랜서 에볼루션을 통해 갈고 닦은 상시사륜구동계역시 도입되었으나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대우자동차 티코, 다마스, 라보(구 대우국민차)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티코(Tico),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경상용차인 다마스(Damas)와라보(Labo)는 대우자동차의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가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그 개발 및 생산의 주체는 대우자동차가 아니었다. 정확히는당시 같은 대우그룹 소속이었던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의자동차 사업부, ‘대우국민차’였다. 대우국민차는 독자적으로 운영되다가 1999년부로 대우자동차로 합병되어현재의 ‘한국GM 창원공장’으로거듭나며 비로소 한 식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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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국민차는1980년대 말 대우조선공업이 당시 대한민국 정부에서 추진한 ‘국민차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발족되었다. 대한민국 상공부는 이미 1983년부터 에너지 절감의 일환으로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을 세운 바 있으며,그 결실이 바로 티코라고 할 수 있다. 차명인 티코(Tico)는 Tiny, Tight의 ‘Ti’와Convenient, Cozy, Companion, Economics의 ‘Co’를 합친것이다.

대우국민차의 티코의 모체는 전통의 경차 왕국, 일본에서 왔다. 그 중에서도 다이하쓰와 함께 오늘날 일본 경차 시장을양분하고 있는 스즈키 알토(Alto)의 3세대 모델을 바탕으로했다. 스즈키 알토는 경차 제조사로서의 스즈키를 대표하는 간판급 경차 모델이다. 티코의 전반적인 구조와 파워트레인은 스즈키 알토의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지만 전폭을 넓히고 배기량을 키우는등의 개량은 있었다. 또한 가격을 최대한으로 낮추기 위해 상당수의 편의장비를 삭제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출시 초기 290만원의 시작가를 맞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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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국민차는 경승용차 티코 외에도 경상용차인 다마스와라보도 생산했다. 이 두 차종은 대한민국 최초의 경상용차라고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면서도 도입후 지금까지 무려 27년동안 영세 자영업자의 든든한 파트너로 장수하고 있다.

다마스는 스즈키의 밴(Van)형 경상용차 에브리(Every)의 2세대 모델을, 라보는 스즈키의 경화물차 캐리(Carry)의 8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마스와 라보는 최초 출시 때부터 법적으로 경차로 분류되는 세제 상의 이점과 550kg의 적재중량을 내세우며 경상용차라는 분야를 빠르게 정립해 나갔다. 다마스와라보의 성공은 경쟁자를 낳아, 경쟁사였던 기아자동차가 다이하쓰 하이제트(Hi-Jet)를 기반으로 한 타우너를 내놓았지만 다마스와 라보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다마스와 라보는 최초 출시 당시에는 가솔린 엔진을탑재하였으나, 이후 LPG 사양을 추가되었고 경쟁자가 일찌감치사라진 지금은 국내 경상용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첫 출시 후 지금까지 두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기아 모닝, 레이(동희오토)

기아자동차의 유이한 경차라고 할 수 있는 모닝과 레이. 그 중에서도 모닝은 과거 비스토 시절 내내 대우 티코와 마티즈에게 밀렸던 역사를 설욕하기 위한 야심작이었다. 모닝은 당시 대한민국 경차의 배기량 규정이 800cc 미만에서 1,000cc 미만으로 변경되는 시점에 출시가 진행되었다. 이 때문에일각에서는 정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특혜로 보는 의견들이 나오는 등, 잡음이 다소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잡음과는 별개로, 모닝은 배기량 규정 변경에 따라경차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초대 모델이 출시된 지 14년이 흐른 지금은 3세대 모델이 등장하여 대한민국 경차 시장을 틀어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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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레이는 ‘미니MPV’ 컨셉트로 만들어진 기아의 또 다른 경차 모델로, 2세대모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레이는 다이하쓰 탄토 등, 일본에서유행하고 있는 박스형 경차를 상당부분 참고하여 만들어진 경차로, 뒷좌석 슬라이딩 도어와 드넓은 실내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는 모델이다. 최근 외관 디자인과 사양을 재조정한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어 팔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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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모닝과 레이는 엠블럼은 기아의 것을 달고 있고부품도 기아의 것을 사용하지만 생산은 기아자동차에서 하지 않는다. 이 두 경차의 생산은 ‘동희오토’라는 곳에서 수행하고 있다.동희오토는 기아자동차의 협력사인 동희그룹의 계열사로, 동 그룹의 동희산업이 45%, 기아차가 3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위탁 생산 전문가 - 마그나 슈타이어

서두에 언급하였듯이,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위탁생산이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로 행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각기 다른 제조사의 차량을 생산중인 오스트리아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의 사례가 좋은 예다. 마그나 슈타이어의 대표적인생산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가 있다. 흔히 G-바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G-클래스는 메르세데스의 공장이 아닌, 이곳에서 전량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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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 슈타이어는 1864년도에세워진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및 방산 기업, 슈타이어-다임러-푸흐(Steyr-Daimler-Puch)라는 기업에서부터 출발했으며 1998년부터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성장한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일원이 되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1970년대부터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아우디, 크라이슬러의각종 차량을 위탁 생산해 왔다. 이는 마그나 슈타이어가 설계, 조립, 전장, 파워트레인, 심지어는전기차 제조 공정까지 소화 가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 기인한다. 사실상 자사의 이름을 달고 있는 독자모델만 없을 뿐,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차 제조사나 마찬가지인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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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 슈타이어가 생산한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0, W211),M클래스, 사브 9-3 컨버터블, BMW X3(E83), 크라이슬러 300C 및 보이저, 애스턴마틴 라피드, 미니 컨트리맨 및 페이스맨 등이 있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향후 공개될 BMW의 새로운 로드스터 Z5,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신형의 수프라 등의 생산을 맡을 계획이라 알려졌다.

컨버터블 생산부터 루프 개발까지 - 발멧 오토모티브

핀란드는 우리에게는 그저 자연친화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져있지만 실상은 상당한 제조업 강국이자 IT 강국이다. 지금은쓰러졌지만 한 때 전세계의 휴대전화 시장을 쥐고 있었던 노키아(Nokia)가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이었으며, 승강기 업체인 코네(KONE), 그리고 국영 기업인 발멧(Valmet)사도 핀란드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51년세워진 발멧은 ‘Valtion Metallitehtaat’의 약칭으로,전후 기존의 중공업 업체들을 규합하여 항공기, 철도차량,총포류 등을 생산하는 종합 중공업 회사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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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발멧의 자동차 사업부라 할 수 있는 발멧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는 이웃나라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 사브 자동차(SAAB)의 자동차를 위탁생산하기 위해 발멧과 사브양사가 합작하여 만들어졌다. 사브 9-3의 리트랙터블 소프트톱모듈을 생산하면서 기술을 습득한 발멧 오토모티브는 이후 사브 자동차의 승용차 물량 상당 수를 담당했다. 물론, 이 외에도 포르쉐, 오펠 등과 같은 독일계 제조사의 자동차를 위탁생산해 오고 있다. 발멧의 사브자동차 생산은 1969년을시작으로 2003년까지 이어졌으며, 이들이 생산한 사브자동차의총 대수는 약 74만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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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멧 오토모티브는 지난 해 약 9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발멧 오토모티브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와 GLC 클래스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2018년 중에는 신형 A클래스의생산도 예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발멧은 포르쉐 박스터 및 카이맨, 피스커카르마 등의 컨버터블형 스포츠카들을 생산한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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