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대우 M-TEC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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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대우 M-TEC엔진 편
  • 박병하
  • 승인 2018.04.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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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스물 세 번째 이야기는 대한민국 경차의 역사를 써 내려간 엔진의이야기다. 이 엔진의 이름은 ‘M-TEC’ 엔진.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전용 엔진이다.

스즈키 알토의 심장으로부터 태어난, 국내 최초의 경차 전용 엔진

대우 M-TEC 엔진의역사는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대우국민차(대우조선공업 자동차사업부)의 티코(Tico)로부터 시작되었다.대우국민차 티코는 다이하쓰와 함께 오늘날 일본의 경차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스즈키의 3세대알토(Alto)의 수출용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이에따라 엔진 역시 0.8리터급의 직렬 3기통 F8B 엔진을 바탕으로 했다. 스즈키의 F8B 엔진은 8~90년대 스즈키의 다른 수출용 모델들에 두루 사용된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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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대우 M-TEC엔진은 스즈키 F8B 엔진과 대부분의 사양을 공유한다. 실린더배치는 직렬 3기통에 실린더 블록은 주철, 실린더 헤드는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었다. 보어(실린더 내경)는 68.5mm, 스트로크(행정길이)는 72.0mm로, 보어에비해 스트로크가 긴 엔진이었다. 밸브트레인은 SOHC(SingleOverHead Cam) 기구를, 연료 공급 방식은 카뷰레터 방식을 채용했다. 또한 F8B 엔진에 비해 출력을 조금 더 높은 41마력으로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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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티코의 엔진은 스즈키에서는 ‘F8C’ 엔진으로 따로 분류된다. 이 사양의 엔진은 ‘헬리오스’ 엔진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렸으며, 이후 오로지 티코, 다마스, 라보에만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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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대우자동차가 새로운 독자개발 경차 모델, ‘마티즈’를 내놓으며 M-TEC 엔진도변화를 맞았다. M-TEC이라는 이름은 이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F8C 엔진을 개량한 형태인 M-TEC 엔진은 기존에 비해 한층 높아진 동력 성능을 자랑했다.

기존 41마력에불과한 최고출력을 52마력까지 끌어 올리고 연료공급 방식을 기존 F8C의카뷰레터에서 벗어나, 멀티 포인트 인젝션(MPI) 방식으로전환했다. 이를 통해 기존 엔빈에 비해 연비 면에서도 큰 폭의 향상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엔진을 탑재하게 된 마티즈가 티코에 비해 100kg 이상무거워지는 바람에 티코에 비해 실질적인 성능 향상을 느끼기 어려웠다.

GM대우 시절인 2005년, M-TEC 엔진은 M-TEC II로 또 한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이는 기아 모닝의 등장에 그 이유가 있었다. 1리터 경차인 모닝의등장과 그에 발이라도 맞춘 듯한 경차 세제의 변화는 1리터 경차의 시대를 불렀다. 그리고 본격적인 1리터 경차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모닝이 폭발적인인기를 끌자, 마티즈의 뒤를 이을 신모델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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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GM대우가새롭게 개발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인 1리터급 경차가 아닌, 기존마티즈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된 0.8리터급 경차, ‘올-뉴 마티즈’였다. M-TEC II 엔진은신모델인 올-뉴 마티즈를 위해 여러 부분을 개선했다. 저마찰알루미늄 캠, 흡배기 구조 개선 등의 손실 저감 대책을 동원하여 기존에 비해 연비 면에서 개선을 이루었다.

하지만 1리터경차 시대의 도래는 M-TEC 엔진의 도태를 불러 왔다. 1마력의출력과 1cc의 배기량도 아쉬운 경차 규격 내에서 200cc가량의패널티는 뼈 아픈 약점이었다. 1리터 경차 시대의 도래는 당대엔 맞설 자가 없었던 대한민국 최고 인기경차 마티즈 시리즈를 경차의 왕좌에서 끌어 내렸다. 그리고 GM이 최초의 경차용 엔진으로서 등장하여 꾸준한 향상을 거듭한 M-TEC 엔진 역시 시장에서 퇴장하게 되었다.

데뷔 27년차, 아직도현역?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승용차’ 시장의 이야기다. M-TEC엔진은 현재 다마스와 라보만 남은 ‘경상용차’ 시장에서는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다마스와 라보의 M-TEC 엔진은초기에는 가솔린 연료만 사용했으나 93년도부터 LPG 사양이추가되었다. LPG 사양은 가솔린 사양에 비해 출력이 더 부족했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LPG의 가격이 가솔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에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그리고 유일한 경쟁상대였던 기아 타우너가 단종된 이래로 지금까지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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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와 라보는 2007년과2014년 경에 생산이 중단된 전적이 있다. 다마스와 라보가몇 차례의 단종 위기를 겪게 된 이유로는 안전장비의 미비와 함께 M-TEC 엔진의 배출가스 문제가 주효했다. M-TEC 엔진은 80년대에 기본 설계가 이루어진 구식 엔진인 만큼, 배출가스 측면에서는 오늘날의 엔진들에 비해 여러 불리한 점을 안고 있다.

2018년 현재 한국GM에서 생산 중인 다마스와 라보에 사용되고있는 M-TEC 엔진은 LPGi 기구 채용, 2개의 ECU를 이용한 전자제어 기술의 적용 등을 통해 4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KUELV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한다. 그러나 한국GM이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을 2019년까지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2020년경에는 30여년에 달하는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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