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에 뺏긴 시장, 그들만의 치열한 리그
상태바
SUV에 뺏긴 시장, 그들만의 치열한 리그
  • 김상혁
  • 승인 2018.04.27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1-1.jpg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RV, MPV는 타 차종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다. 힐링과 아웃도어 열풍이 불며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으나 SUV에 밀려 외면받았다. 자동차 시장이 SUV 열풍에 휩싸일 때도 마찬가지로 그저 병풍 역할만 감당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세단이 주름 잡는 가운데 SUV가 서서히 영역을 침범해가며 차종에 따른 색채를 흐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02-2.jpg

국내 캠핑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보다 넓고, 보다 큰 자동차를 추구한다. 이런 흐름에서 소비자들이 시선을 돌린 차종은 SUV였다. RV, MPV는 생태계에서 도태되고 한숨만 깊어지는 상황. 하지만 그마저도 기아 카니발의 독주로 경쟁 모델들은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다. 

종종 슈퍼카 시장을 빗대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한다.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RV, MPV 시장은 카니발 왕좌가 굳건한 가운데 코란도 투리스모, 올란도, 카렌스가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기아 카니발은 3월에만 5,708대가 팔렸다. 포터를 제외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판매량이다. 세단과 SUV가 이끄는 자동차 시장에서 RV, MPV를 홀로 지탱하는 모양새인데 그를 뒤따르는 경쟁 모델들은 처참하다. 

03-3.jpg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의 경우 286대로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법하다. 사이즈를 조금 줄여 들여다보면 쉐보레 올란도가 438대, 카렌스 187대다. 3차종의 3월 판매량을 모두 합쳐도 911대로 3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다. 올해 1월~3월까지 판매량을 모두 더해봐도 총 2,562대다. 카니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나마 판매량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모델은 코란도 투리스모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지난 1월 상품성을 강화하면서 2018년 목표 판매량을 1만 2,000대로 설정한 바 있다. 현시점의 판매량을 보면 턱 없이 모자란 목표치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웅장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외관을 다듬는 한편 실내 공간 확보에 주력했다. 시트 슬라이딩 폭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2열 암레스트 길이도 약 61mm 늘렸다. 적재공간도 2,3,4열 폴딩 시 최대 약 3,230리터가량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04-4.jpg

무엇보다 경쟁 모델 대비 두드러진 상품성으로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이 4WD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는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여건과 레저, 캠핑 등 온전한 도로만을 다니지 않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상품성이다. 

더구나 카니발과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 버스 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적극 어필할만하다. 꼭 주말 캠핑이나 여가활동이 아니라도 명절 연휴 기간 버스 전용 차로를 달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테니 말이다. 

05-5.jpg

쉐보레 올란도는 차체 사이즈로 보면  직접적인 비교 경쟁 대상은 아니지만 '넘치느니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마음을 가진 소비자라면 눈독 들일만하다. 올란도의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박스형 차체에서 알아챌 수 있듯 넓은 실내공간과 적재공간을 앞세운 실용성이다. 기본적인 트렁크 용량만 863리터이며, 여기에2, 3열을 완전히 접으면 최대 1,594리터의 공간이 나온다. 실을 물건이 많은 소비자가 눈독 들일만한 장점을 갖춘 것이다.

06-1.jpg

여기에 MPV임에도 높이가 낮아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승차감을 발휘하며, 탄탄한 하체를 기반으로 선회 주행에서도 쉽사리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71% 이상 사용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도 가족 단위의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점이다. 

07-2.jpg

카렌스는 순수 국산 기술의 최초 MPV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델이다. 영광적인 타이틀이지만 과거가 그립기만 하다. 카렌스는 한때 국내 소형 MPV 시장을 대표하며 연간 전체 판매량 3위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SUV 득세와 함께 판매량은 떨어져갔고 2011년 올란도라는 경쟁자까지 등장하며 판매량을 나누게 됐다. 

카렌스는 전장 4,525mm, 전폭 1,805mm, 전고 1,610mm로 차체 사이즈는 크지 않다. 적재 공간도 7인승의 경우 2, 3열을 모두 폴딩, 즉 앞으로 완전히 접을 경우 1,643리터, 5인승의 경우 기본 트렁크 공간 495리터 정도뿐이다. 

하지만 동승석 우측과 글로브 박스, 센터 콘솔에 작은 수납공간이 있고 2열 앞바닥에는 신발 같은 작은 물건들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으며, 트렁크 바닥에는 각종 청소용품이나 우산 등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돼 공간 활용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08-6.jpg

경쟁 모델 대비 카렌스가 무기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일상 영역에서의 편의성과 연비라 할 수 있다. 차체 사이즈가 작다는 단점은 반대로 주차하기 쉽고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 장거리 여행 및 캠핑이 아닐지라도 대형마트 등 차량과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나름 유용하다는 것. 또한 작은 사이즈는 복합 연비 14.4km/l(1.7 디젤 7인승 기준)로 주머니 사정을 배려한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SUV의 성장은 RV, MPV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카니발은 그런 상황에서 마땅한 SUV 대체 모델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쌍용자동차가 SUV 전문 명가로 거듭나며 대체할 자사 SUV가 구축되어있다. 올란도, 카렌스는 수시로 단종설에 휩싸이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모양새에 소형 SUV 열풍까지 더해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카니발을 제외하고 SUV라는 거대한 태풍을 만나 경쟁력은 많이 잃었지만 RV, MPV 모델들은 잔잔한 태풍의 눈 속에서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