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축제 위상 잃어가는 '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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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축제 위상 잃어가는 '모터쇼'
  • 윤현수
  • 승인 2018.05.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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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축제의 장으로 여겨지던 모터쇼가 슬슬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 모터쇼 불참 의사를 연이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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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한 해 자동차 축제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북미 국제오토쇼, NAIAS)는 시간이 지날수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메르세데스-벤츠 및 메르세데스-AMG 등을 품고 있는 다임러 그룹은 이미 2019 NAIAS에 대한 불참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여기에 NAIAS뿐이 아닌 2019년에 열리는 모든 모터쇼 불참 가능성을 덧붙이기도 했다.

다임러가 모터쇼를 회의적으로 바라본 이유는 신차 출시 시기와 관련이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이긴 해도, 자사가 한 해 동안 짜놓은 신 모델 포트폴리오 출시 시기가 대략적인 모터쇼 개최 시기의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디터 제체 회장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으로 보아, 모터쇼는 더 이상 신차를 공개하는 데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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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흔히 유럽 3대 프리미엄 브랜드로 취급되는 BMW와 아우디도 NAIAS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가장 규모가 큰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불참이 연이어 확정되며 NAIAS 주최 측에게 있어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올 전망. 

여기에 실제로 NAIAS는 미국 최대 모터쇼라는 타이틀도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다분히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신차를 2018 NAIAS가 아닌 뉴욕 오토쇼를 통해 공개하는 브랜드들도 이전보다 많아졌고, 유사한 시기에 개최되는 CES도 NAIAS의 흥행을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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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NAIAS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폭스바겐이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파리모터쇼'에 폭스바겐 브랜드 차량들을 전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비용 절감을 이유로 NAIAS와 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일부 불참한 폭스바겐이 파리모터쇼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폭스바겐 브랜드에 한정된 이야기이나, 유럽에서 가장 볼륨이 큰 브랜드의 불참은 파리모터쇼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터쇼 조직위가 메이커들의 불참으로 골머리를 앓는 건 가까운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개막을 앞둔 2018 부산모터쇼는 한국 토종기업인 쌍용차는 2014년부터 3회 연속으로 참가하지 않으며,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캐딜락, 폭스바겐, 혼다, 마세라티 등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 중 절반이 불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흔히 말하는 '반쪽짜리 모터쇼'라는 이야기가 체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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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모터쇼가 자동차 축제로 여겨졌던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가하여 새로운 자동차와 기술을 뽐내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양한 자동차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의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자동차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하여 신차 공개 시기를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시대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모터쇼와 같이 여타 업체들과 신차 공개가 겹치게 되어 상대적으로 이슈화가 되지 않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메이커 입장에선 홍보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오롯이 자신들만 주목받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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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와 더불어 '커넥티비티'라는 단어가 산업을 관통하게 되면서 자동차가 슬슬 전자제품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도 전통적인 모터쇼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 일례로, NAIAS 참가 업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반해,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하는 자동차 업체 수는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제는 자동차 세계 꼭대기에 있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아닌 이상 재래식 엔진과 변속기로 만들어내는 퍼포먼스와 디자인이 자동차 업체의 가치를 말하는 시대가 아니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신경망과 같은 첨단 IT 기술을 자동차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내냐가 가치의 척도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 그렇기에 자동차 업체들이 모터쇼보다는 CES와 같은 전자제품 박람회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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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모터쇼의 존재 의의가 완전히 희미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여러 자동차들이 모이는 모터쇼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은 넘쳐나며, 소비자들이 관심 있는 자동차들을 한 곳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장소는 모터쇼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참하는 메이커들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메리트는 결국 사라지게 된다. 이에 NAIAS 측은 CES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자 매년 1월에 막을 올렸던 전통을 깨뜨리고 일정을 대폭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모터쇼라고 변하지 말라는 법 있나? 과거의 위상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모터쇼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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