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아닌 '생존' 택한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떤가
상태바
'철수' 아닌 '생존' 택한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떤가
  • 윤현수
  • 승인 2018.05.23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지엠은 23일, '더 뉴 스파크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스파크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그러나 단순한 신차 출시 행사 자리라고 보긴 분위기는 제법 엄숙했다.

01.jpg

해당 행사에서 한국지엠은 단순히 신차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위기에 처한 기업 경영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주력 모델들의 판매 부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한국지엠은 결국 주요 생산기지 중 한 곳이었던 군산 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기업의 불안정성에 소비자들은 동요했고, 신차 판매량은 더욱 곤두박질쳤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한국지엠은 꾸준히 호성적을 기록하는 스파크를 제외하면 '킬러 타이틀'이라고 말할 만한 제품이 없다. 각 모델들의 역사는 한없이 짧기만 하고, 시장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 모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업체들은 주기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신차 효과의 텀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생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02.jpg

모기업의 모델 포트폴리오만 보면, 한국지엠은 이러한 '이상'을 실현할 만한 충분한 조건을 지녔다. GM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차종들이 무수히 갖춘 글로벌 기업다운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한국 내수시장의 규모는 미국 현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소비자들이 지닌 한국지엠 제품에 대한 인식도 매우 호의적이진 않다. 따라서 모기업이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03.jpg

그럼에도 한국지엠이 '철수'가 아닌, '생존'을 선택한 만큼 이러한 이상은 꼭 이뤄져야 한다. 한국지엠은 효과적인 생존을 위해 향후 5년 내로 15종의 신차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23일 발표한 스파크 F/L 모델이 바로 그 선봉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작 가격 인하와 편의사양 및 안전사양 구성 강화로 가치를 높인 스파크는 경차 시장에서 모닝은 꺾지 못할지 언정, 레이에게 빼앗긴 2위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군산 공장 폐쇄가 이뤄지며 완전히 시즌 아웃 돼버린 크루즈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현재 북미 내에서 페이스리프트를 예고한 말리부 역시 르노삼성 SM6와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던 그 과거를 되찾아야 한다. 주력들이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말리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졌다.

04.jpg

스파크 이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는 한국지엠의 신차는 '이쿼녹스'다. 중형 SUV로 포지셔닝하여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QM6와 맞붙게 될 이쿼녹스는 다음 달 막이 오르는 2018 부산모터쇼에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초로 선보이며, 6월 내로 출시도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신형 싼타페 출시와 함께 볼륨이 절정에 달한 중형 SUV 시장에 투입되는 만큼,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의 새로운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미국에서 월 3만 대 이상이 팔리고 있을 정도로 현지 소비자들에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도 알맞을지는 미지수다.

05.jpg

한편, 한국지엠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어떠한 모델을 원하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사는 이와 같은 소비자 분석을 통해 시장에 적합한 신모델 출시를 계획 중에 있으며, 방대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가진 GM의 장점을 활용하여 꾸준히 실적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는 후보는 대형 SUV인 트래버스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다. 예컨대 트래버스는 미국 MSRP 기준 시판 가격도 3만 달러 미만으로 저렴한 편이고, 풀체인지가 이뤄진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모델이기 때문. 무엇보다 전장이 5.2미터에 달하는 체구 덕에 광활한 승차 공간과 적재 공간을 자랑하기도 한다.

틈틈이 소식이 전해지는 기아차 텔루라이드나, 그 플랫폼을 활용한 현대차 맥스크루즈 후속이 내수 시장에 출시된다면, 트래버스는 이에 대응할 모델이 마땅히 없는 한국지엠에게도 어느 정도 필요한 차종이기도 하다.

06.jpg

여담이지만 '미디어 쇼케이스' 자리에서 열린 Q&A 자리에서 쉐보레의 초대형 SUV인 '서버번(Suburban) 이야기가 꺼내지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실시했던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서버번에 관련된 요구가 있었으며 해당 모델에 관한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한국지엠 측도 적정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되거나, 미국과는 판이한 도로 사정이나 주차 환경과 같은 조건에 서버번 투입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국내 시장에도 출시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생산 기지 셋 중에 하나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이후 한국지엠은 자체 생산보다는 이쿼녹스와 같이 수입 판매를 통한 라인업 보충 및 강화를 이룰 것이 유력해 보인다.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입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07.jpg

한편, 한국지엠을 이끄는 카허 카젬과 영업 마케팅을 담당하는 데일 설리번 부사장을 비롯해 이번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한 한국지엠 임원진들의 이야기에는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끝이 없어 보이는 어둑한 터널을 걷는 그들에게 꾸준한 신차 러시와 지속적인 소비자 소통이 이뤄진다면 신뢰 회복은 물론, 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마주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보여준 자신감이 결코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