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는 볼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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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는 볼보가 될 수 있을까?
  • 김상혁
  • 승인 2018.05.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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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의 이슈메이커였다. 한국 철수설 무성하게 퍼져나갔으며 그와 동시에 에퀴녹스, 트래버스 등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무성한 소문 속에 국내 시장에서 잔류로 방향은 잡혔으나 군산 공장 폐쇄,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아슬아슬한 칼 날 위에 서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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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국내 시장 잔류로 방향을 돌리면서 더 뉴 스파크를 첫 주자로 내세웠다. 스파크는 국내 시장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모델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와 전체 라인업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쉐보레는 간접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모양새다. 인기 드라마에 쉐보레 라인업 전체를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말이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무법 변호사’에 카마로, 볼트, 말리부, 아베오 등 쉐보레 모델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자막을 통해 쉐보레가 제작 지원을 했음을 알리는데 배우 이준기는 극중 변호사로 등장해 카마로 SS를 타고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하고 고속 주행신을 내보이기도 한다. 배우 서예지는 볼트 EV를 애용하며 또 다른 케미를 발생시킨다. 여기에 중간중간 말리부, 아베오 등이 내비치면서 직, 간접적으로 쉐보레를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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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 자동차를 등장시켜 직,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PPL은 타 제조사도 많이 애용하는 방법이다.방영 전, 후 1분 내외 CF를 내보내는 것보다 비용적인 면에서 절감될 뿐 아니라 드라마의 인기, 배우의 인기가 높아지면 덩달아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효리네 민박’과 볼보의 케미를 들 수 있다. 

효리네 민박에 볼보 자동차가 등장하는데 실제 이상순 씨가 V60을 타고 다닌 터라 자연스럽게 XC90를 협찬하게 된 것이다. 가족과 여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북유럽의 정서에 맞게 만들어진 V60이었기에 프로그램 취지와도 맞아떨어졌다. 또한 프로그램 배경이 되는 제주도의 경치와도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거기다 ‘효리네 민박’에 등장한 이후 문의가 늘었다고 하니 판매량은 차치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볼보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XC90은 그런 볼보의 첨병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델이었다. 볼보는 XC90, 이효리 부부의 케미가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과 더불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줄 것을 기대했을 터. 그리고 볼보의 기대는 정확하게 적중하며 연일 XC90과 효리네 민박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당시 연관 검색어도 끈끈한 관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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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효리네 민박을 통해 모델의 고급화 및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볼보의 사례가 쉐보레에게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반감을 불러일으켜 비호감 이미지가 가중될 수도 있다. 극 흐름상 불필요한 장면에서 자동차를 노출시키거나 너무 자주 노출시켜 시나리오 완성도를 떨어뜨리면 시청자는 반감이 생긴다. 또한 적절하게 노출시키지 못하면 해당 드라마에 간접광고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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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방영됐던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극중 등장했던 현대자동차 투싼 판매량을 견인했다. 반면 자율 주행 간 키스하는 장면으로 인해 좋지 않은 PPL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도 쉐보레가 자사 모델을 대거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드라마와 배우의 인지도 및 인기는 끌어올렸지만 쉐보레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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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 변호사에서는 쉐보레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현재 무법 변호사는 시청률 5~6%대를 유지하며 드라마 부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주연, 조연할 거 없이 호평을 받는 덕에 모방심리가 적용될 영향도 있다. 악수가 될 수 있는 과도한 노출도 없으며, 오히려 간간이 노출되는 자동차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로 찾아보는 일이 늘고 있다. 특히 무법 변호사는 없을 무(無) 아닌, 싸울 무(武), 즉 법으로 불의와 싸우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드라마다.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인 셈. 과연 쉐보레는 무법 변호사를 등에 없고 제2의 볼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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