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전의 또 다른 세계, 방탄차
상태바
자동차 안전의 또 다른 세계, 방탄차
  • 박병하
  • 승인 2018.05.31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안전’이라는 개념은 주로 ‘충돌 안전’을가리킨다. 충돌사고나 전복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부의 승객에게 가해지는 상해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 차는안전한 차로 불리게 된다. 근래에는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충돌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위험을 감지하여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아예 차가 스스로 제동이나 회피기동을 보조하여 적극적으로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능동안전 개념이 양산차에도 적용되고있다.

01.jpg

하지만 자동차의 세계에는 이와 같은 개념 외에도 다른 의미의 안전 개념이 존재하는 세상이 있다. 바로 ‘방탄차’의 세계다. 방탄차에서 말하는 안전의 개념은 충돌 안전보다는 ‘총탄으로부터의안전’에 무게가 실린다. 방탄차는 총기를 이용한 외부의 습격으로부터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동차로, 주로 국가원수나 요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 밖에도 분쟁지대나 치안이 불안정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 또는모종의 이유로 신변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극소수의 개인을 위해 만들어진다.

02.jpg

일반적인 자동차와 방탄차를 구분하는 기준은 총탄에 대한 방어능력, 즉‘방탄’이 가능한가의 여부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방탄 능력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자동차의 도어는 겉보기에는 두터워보여도 내부는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이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감싸고 있는 강철판이라고 해봐야 그 두께는 1mm조차 되지 않는다. 간혹미국의 경찰들이 도어를 엄폐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부 순찰차 도어에 별도의 방탄용 패널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03.jpg

게임이나 영화 등의 매체에서 방탄차는 그 방어력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묘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십 발을 맞아도 뚫리지 않는 방어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그러한 예다. 반면다소 현실에 가까운 묘사를 보여주는 경우는 영화 ‘아저씨’에서원빈이 방탄 유리의 한 지점을 연속으로 사격하여 구멍을 내는 장면 정도가 있겠다.

04.jpg

현실에서 운용되고 있는 방탄차의 방어력은 일반인들의 상상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방탄차의 방어 개념은 지속적인 공격을 방어하며 맞서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닌, 최초의 습격에서살아 남아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개념에 더 가깝기때문이다. 방탄차의 방어력은 지속적인 것이 아닌, 일시적인것에 가까우며, 대비할 수 있는 공격의 형태 역시 ‘총격’이라는 제한이 있다. 여기에 방호능력이 높은 차량의 경우에는 수류탄등의 일부 폭발물에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되기도 한다.

05.jpg

방탄차는 총탄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적인 자동차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차체 패널에 사용되는 강판의 두께부터 다르다. 일반적인자동차가 차체 외부 패널에 통상 0.4mm 가량의 강판을 사용하는 데 반해, 방탄차는 그의 10배에 해당하는 4mm가량의 강판을 사용한다. 이 강판 또한 일반적인 강판이 아닌, 특수하게 제작된 강판으로 일반 강판과는 물성이 다르다. 유리 또한두께 30mm를 우습게 넘나드는 방탄 유리를 사용한다.

06.jpg

이 때문에 방탄차는 동형의 일반 차량에 비해 중량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나며, 그때문에 서스펜션, 차축 등 하체에도 필수적으로 보강이 가해진다. 타이어가손상돼도 80km/h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는 기본이며,경우에 따라 자가수복 기능이나 자동 공기주입 기능이 적용된 타이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총격으로부터전자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전기장치 쪽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방탄차는 되도록고성능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늘어난 중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07.jpg

한 가지 예로 2009년에 만들어진 BMW X5(2세대)의 50ixDrive 모델의 공차중량은 2,190kg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X5 시큐리티 모델은 공차중량만 무려 2,898kg에 달한다. 총탄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토바이 약 3~4대분에 해당하는 708kg의 중량이 증가한 것이다. 장비중량은 무려 3,370kg에 달한다.

방탄차는 그 방어력에 따라 등급이 존재한다. 이 등급이란 방탄차에만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방탄복이나 헬멧 등의 다른 방탄 장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의 방탄 장비들의 등급 체계는 미국 법무성의 NIJ Standard-0108.01과유럽의 VPAM 등이 표준으로 통하고 있다. 참고를 위해준비한 하기의 표는 이들 표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화한 내용이다.

08.jpg

09.jpg

예를 들어 <표-1>을기준으로 어떤 방탄 차량이 출고 시 NIJ 레벨 III 등급을만족한 차종이라고 한다면, 그 차는 제작 이후 6년간 7.62x51mm NATO 이하의 탄환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군용 소총탄에 대한 방어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NIJ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제조일자로부터 6년간 각각 다른위치에 최소 6발의 탄환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탄차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직접 제작하거나 별도의 외부 전문 업체가 제작하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제조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BMW의 시큐리티 라인업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풀만 가드 등을 들 수 있다. 외부 전문업체가 제작하는 경우는베이스 차량의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 사양에 따라 방어력 또한 천차만별이며, 아예 군용 장갑차량에 가깝게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10.jpg

현재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방탄차로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들 수 있다. 이 차량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전차로 알려졌다. 이차는 유럽 VPAM 기준으로 VR9 등급의 방탄소재로 무장하고있어, 경기관총이나 전투소총에 주로 사용되는 7.62mmX51mmNATO 보통탄을 방어할 수 있다. 또한 차체 하부에서 15kg급의 TNT 폭약이 폭발해도 견딜 수 있는 방어력을 자랑한다.

내부는 4개의 독립식 좌석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마이바흐의 이름에 걸맞은 호화로운 소재로 가득 채웠다. 또한 방탄소재의적용으로 인해 도어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바람에 도어의 개폐에는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는다. 공차중량부터5톤을 넘는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한다.

11.jpg

BMW에서 만들어진 비교적 최근의 방탄 차량으로는 BMW X5 시큐리티 플러스가 있다. 이 차는 독일 DIN 52290 기준 VR6 등급의 방탄차로, 적층식 방탄유리와 특수 강판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BMW는 X5 시큐리티 플러스가 수 백회의 소총탄 피격에 견딜 수 있으면서도 일반 X5가지니는 에어백 등의 안전 사양과 내부 공간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12.jpg

또한 최근에 등장한 신예로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의전차로 채택된 방탄차, 코르테즈 리무진이 있다. 롤스로이스와 크라이슬러 300을 닮은 외관으로 화제가 된 이 차는 자세한 제원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국가원수의 의전용으로 사용될 것을 상정하고 제작되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방어 능력을 갖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차는 추후 ‘아우러스(Aurus)’라는브랜드를 달고 2019년경부터 일반에 판매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