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가치 - 혼다 어코드 2.0 터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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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가치 - 혼다 어코드 2.0 터보 시승기
  • 윤현수
  • 승인 2018.06.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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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은 숫자 ‘5’와 알파벳 ‘E’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올해는 뉘앙스가 제법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입 중형 세단 시장이 ‘천하 삼분지계’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 각자의 개성과 상품성을 한껏 자랑하는 최신예 일본 세단들이 한국에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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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자는 토요타였다. 환골탈태를 이룬 신형 캠리는 출시 이후 파격적인 실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진보적이고 스포티한 스타일링과 한층 수준 높아진 섀시 만듦새와 패키징에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캠리를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재팬 트리오의 한 축을 이루는 혼다는 10세대 어코드를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알티마가 투입되기 이전 두 번째 출전권을 거머쥔 것이다. 일본 3사 중형 세단 중 가장 진보적 성향을 품었던 어코드는 10세대로 탈바꿈하며 그 고유의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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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외관 스타일링에서도 그 변화는 쉽게 체감된다. 전장은 선대 모델과 같으나, 폭은 더 넓어지고 (+10mm) 전고는 더욱 낮아졌다. 여기에 휠베이스는 55mm나 늘어 전반적인 프로포션이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가령 오버행은 짧아지고 루프라인은 패스트백 형태로 빚어져 공격적인 형상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울러 변혁을 이룬 얼굴도 이러한 성향을 짙게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한다. 혹자는 SF 메카닉인 ‘건담’을 닮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계적이면서 호전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에 2.0 터보 엔진을 장착한 시승차에는 전용 파츠인 다크 크롬 그릴이나 19인치 스포츠 알로이 휠, 트렁크 리드 스포일러가 더해져 인상은 더욱 험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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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안쪽은 종전보다 차분해졌다. 자신들의 색깔을 진하게 그려낸 외관과는 달리 세계적인 인테리어 만들기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가령 센터페시아에 모니터 두 개를 계단식으로 얹어 혼란스러운 인터페이스를 구성했던 과거를 넘어, 플로팅 타입 모니터를 최상단에 두고 그 아래로 가로형으로 설계한 에어벤트와 공조장치 컨트롤러 순으로 나열하여 안정감 있는 조형과 구성 배치를 보였다.
 
그러면서 종전보다 고급스러운 감각을 가미하기 위해 대시보드에는 낮은 톤의 우드 트림을 사용하고 실버 트림으로 엑센트를 더했다. 또한 흔히 이야기하는 HMI (Human-Machine Interface)에 집중하여 스티어링 휠 리모컨 버튼들도 스포크 좌우에 옹기종기 모아놨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모드 변경 버튼은 터치식이 아닌 물리적 버튼으로 구성하여 오조작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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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사용성 향상을 위한 레이아웃 변경 이외에도, 10세대 어코드는 보다 하이 테크한 장비들을 받아들이며 상품성을 높였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기어노브가 위치하는 곳에 버튼식 변속기를 구비했다. 그리고 앞 유리창에 주행 관련 핵심 정보를 띄워주는 HUD가 모델 최초로 적용되었다.
 
특히 이 HUD는 지극히 단순화된 인터페이스를 자랑했다. ADAS의 작동 여부나 속도와 같이 주행에 필요한 부분들을 단색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풀 컬러로 정보를 띄워주는 여타 제품보다는 유려함 측면에선 다소 뒤처지지만, 반대로 오롯이 주행 정보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트립 컴퓨터 파트와 타코미터 파트만 부분적으로 컬러 LCD를 사용한 계기판 역시 단순한 디자인에 큼직한 숫자 표기로 시인성이 우수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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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고가 낮아진 터라 1, 2열 헤드룸은 이전보다 살짝 줄어든 눈치다. 크게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아도 머리 윗부분에 여유가 이전보단 적어졌다. 그럼에도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를 55mm 늘린 결과물은 매우 훌륭했다. 2열에 착석하면 대형차에 탑승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무릎 공간을 선사한다. 혼다의 주장에 따르면 무릎 공간은 선대 모델 대비 48mm 늘어났다고 한다. 휠베이스를 늘린 설계가 고스란히 뒷좌석 승객의 여유로움으로 전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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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의 큰 변화. 그리고 패키징의 진일보로 어코드는 이미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0세대 어코드를 향해 혼다 측이 강조한 부분은 바로 드라이빙이었다. 특히 혼다는 이 주행 측면에서 완전 신형 파워트레인과 ACE 바디 사용으로 인한 저중심 설계, ‘혼다 센싱’으로 대변되는 ADAS 시스템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이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자면, 결과적으로 보다 파워풀하면서 안전한 주행 성능을 갖췄다는 말이 된다.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바라보는 곳을 지향했다는 이야기였다. 가장 쉬운 방향성이면서도, 사실 가장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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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든 면에서 한 걸음 이상 나아갔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10세대 어코드는 살짝 늦은 감이 있긴 해도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를테면 2.4리터 자연흡기 엔진 및 CVT 조합의 엔트리 파워트레인은 1.5리터 터보 엔진에게 자리를 넘겨줬고, 북미에서 주력으로 여겨지는 육중한 V형 6기통3.5리터 엔진도 4기통 2리터 터보 엔진이 대체했다.

시승차는 혼다 센싱을 품은 2리터 VTEC 터보 모델로, 혼다가 손수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와 합을 맞춰 최고출력 256마력에 최대토크 37.7kg.m의 성능을 자랑했다. 3.5리터 급을 2리터 터보 엔진으로 교체한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동력성능 측면에선 우수한 면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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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혼다가 파워트레인을 언급할 때 표현한 ‘압도적인’과 같은 표현에는 동의할 순 없어도, 파워트레인 퍼포먼스는 V6 엔진을 대체하는 것도 모자라 제법 힘이 느껴지는 주행을 선사한다. 초기 가속 시 반 템포 정도 숨을 고르고 튀어나가는 모습에는 다분히 과급기 차량 다운 강력한 면모가 드러나며 변속감에 초점을 맞춘 세팅 덕에 기어를 바꿔 무는 순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신형 어코드는 속도계 바늘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제조사 측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는 ‘저중심 설계’가 빛을 발한 건지, 초고속 영역으로 치달아도 한치의 불안감도 전하지 않았다. 하체는 속도를 더할수록 단단하게 조여지고 요철과 만나면 그저 뭔가를 즈려 밟았다는 신호만 줄 뿐, 운전자를 도통 거슬리게 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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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시 다듬기가 예상보다 훌륭했던 탓인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졌던 건 방음 대책이었다. 기존에 적용되었던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에 측면 마이크를 하나 더하고 각종 차음재를 더한 방음 패키지를 더하는 공을 들여 선대 모델보다는 정숙성이 향상되었으나, 실제 고속주행 시엔 노면 소음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었다. 물론 대중적인 중형 세단임을 감안하면 수긍할 만 했다.
 
사실 파워트레인 퍼포먼스보다도 관심이 갔던 부분은 좌우 선회 시 느껴지는 몸놀림이었다. 그러나 고속 주행 위주의 시승이었기에 이 부분에서의 진보를 체감할 새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속 주행 시에 스티어링에 무게감을 더하는 솜씨는 훌륭했고, 조향 감각 역시 개발 방향에 어울리는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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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컴팩트 클래스 이상만 되도 ADAS 패키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시대다. 혼다가 자랑하는 ‘혼다 센싱(Honda Sensing)’에는 저속 추종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with Low Speed Follow)과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LKAS), 오토 하이빔,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과 같은 ADAS 기술들을 가득 품었다. 혼다 센싱 적용 모델이 2.0 터보 모델에 한정된 건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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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혼다 센싱 컨셉트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레인 와치 시스템’의 경우 사각지대에 감지된 차량을 단순히 센서를 통해 경보음을 울리는 것뿐 아니라,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카메라가 사각지대를 촬영하여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코드가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은 아니기에 기능적인 측면이나 수비 범위가 최고 수준에 있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으나, ADAS 각자가 지닌 고유의 기능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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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모델답게 10세대 어코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진보를 이뤘다. 새롭게 물갈이된 파워트레인으로 퍼포먼스와 연비를 끌어올렸고, 종전에 없던 첨단 장비들도 가득히 품어 운전자의 사용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사실 이런 것들은 신형이라면 으레 갖춰야 할 덕목들이기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싶지는 않다만 내용에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시승한 2리터 터보 모델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9세대 3.5 모델에 비해 30만 원이 올랐다.(4,290만 원) 그러나 물가 상승과 이전에 없던 ADAS 패키지 추가를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가격 인상이다. 물론 엔트리 트림은 100만 원 인상이 이뤄졌기에, 소비자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음을 부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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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10세대 어코드는 수입차 시장에서 한창 흥행을 이끌고 있는 토요타 캠리와 얼굴을 맞대도 결코 꿇릴 것이 없다. 한국닛산이 신형 알티마를 투입하기 이전, 수입 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자동차임은 틀림없다. 다만 캠리와 달리 ADAS 패키지의 부재와 CVT가 적용된 엔트리 트림의 다소 낮은 경쟁력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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