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과 합리성 사이 캐딜락 CT6 2.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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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과 합리성 사이 캐딜락 CT6 2.0T
  • 김상혁
  • 승인 2018.06.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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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캐딜락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주력 모델 3대의 시승행사를 열었다. 에스컬레이드, XT5, CT6가 그 주인공이다.시승 행사가 열린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의 ‘더 드림핑’으로,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휴가를 내고 수상스키를 타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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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로 에스컬레이드와 XT5가 나란히 마주 보고 섰다. 트렁크는 열어둔 채 안팎으로 웨이크 보드, 아이스박스, 캐치볼 등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드와 XT5를 글램핑장에서 눈에 가장 잘 띠는 곳에 전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건 훌륭한 이미지메이킹이었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에게도 단연 돋보이는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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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한편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CT6는 외로워 보였다. CT6는 세단이라는 차종의 특성 상,이러한 자리에서 상대적으로 뒤편으로 밀려난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외로움을 달래줄 겸 CT6에게 다가가 눈을 맞췄다. 눈을 맞춘 모델은 지난 해 추가된 2.0 터보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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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의 외모는 나날이 원숙함을 더해가고 있는 캐딜락의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로 그려져 있다. 독보적으로 확실한 아이덴티티와 현대적인 세련미를 챙긴 CT6의 외관은 고급 세단으로서 한 점의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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넑직한 보닛에 굵고 가는 선을 연달아 새기면서 강인한 인상을 심었다. 선을 따라 이어진 곳엔 캐딜락 엠블럼과 같은 형태의 프런트 그릴이 풍모의 깊이를 더한다. 캐딜락 디자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가냘픈 세로 헤드라이트 배치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세로로 떨어진 가녀린 헤드라이트 선이나 가로 배치한 프런트 그릴의 조화, 과하지 않은 크롬 및 볼륨까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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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에서 이어진 벨트라인과 프런트 팬더에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시원하게 측면을 가로질러 후면까지 이어진다.트렁크 도어 아랫부분도 움푹 집어넣고 엠블럼과 같은 방패 형태를 띠고 있다. 전체적으로 후면부는 캐딜락 고성능을 표현하는 V 형상으로 디자인하며 기대감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CT6의 디자인은 점잖으면서도 카리스마는 은은하게 전해온다. 마치 말쑥한 검정색 정장을 입고 한 손엔 마티니 한 잔을 든 채 그윽한 눈빛을 보내는 제임스 본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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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눈빛과 와인 잔 대신, 짙은 커피향이 담긴 아메리카노를 든채 뒷좌석에 올렸다 캐딜락이 주장하는 쇼퍼 드리븐으로서의 성향과 감각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캐딜락은 CT6를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고급 세단 시장에 동일선상에 올리고 싶을 테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 및 상품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현실, 시선을 돌려 쇼퍼&오너 드리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단 점을 내세운 이유다. 뒷좌석의 착좌감이나 헤드룸, 레그룸 모두 넑직하며 기본적인 사항에선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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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것은 도어 트림 부분에 재떨이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대다수의 모델은 재떨이를 아예 빼버리는 추세 속에 이색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시트와 재떨이 간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지 않아 국내 소비자 체형을 고려하면 사용 빈도는 낮아 보인다. 암레스트는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두 개의 컵홀더를 적용했다. 

시승했던 CT6는 2.0 터보 모델로 마사지 기능이나 멀티미디어 시청을 할 순 없었지만 안락함이라는 면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내외부 소음을 적절히 차단하여 정숙성 면에서도 크게 아쉬운부분은 없다. 다만, 트렁크를 타고 뒤쪽에서 넘어오는 타이어 소음은 민감한 사람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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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트림인 플래티넘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돼 한결 안정적이겠으나 2.0 터보 모델은 요철 구간 혹은 노면이 불규칙한 도로를 지날 경우 울컥거림을 재빠르게 잡아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또한 특별히 다룰 기능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특장점을 드러내기 어려운 점은 구매자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갈릴 요소다. 가령 다양한 기능과 기술 적용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가 있는 반면 불필요한 요소는 배제하고 필수적 기능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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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드리븐을 위해 운전석으로 옮겨도 특별한 기능적 요소는 없다. 스티어링 휠에 조작이 편하도록 배치된 버튼들은 스티어링 열선이나 차선이탈 경고, 추돌 경고, 오디오 시스템 등 일상적인 것들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주 사용 기능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편의성을 높인 것. 

항공기 레버를 연상시키는 기어 노브나 운전석, 조수석 양쪽에 버튼이 배치돼 열고 닫기 편리한 센터 콘솔 수납장, 운전자 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터치 패드 등도 편의성을 높이려 노력한 흔적이다. 길쭉하게 뻗은 대시보드에 V 형상 가미로 엣지를 주는 것까진 좋았으나, 적어도 급작스럽게 반응, 조작해야 하는 비상등은 전자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버튼을 적용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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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T6 터보 모델에 얹어진 2.0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은 캐딜락 ATS나 CTS뿐 아니라 쉐보레 카마로, 말리부 등에도 얹어진 엔진으로 5,500rpm에서 최고 출력 269마력, 3,000~4,500rpm에서 최대토크 41.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CT6의 전장은 5,185mm, 전폭 1,880mm, 전고 1,485mm, 휠베이스 3,109mm다. 공차 중량은 1,735 kg다. 2.0리터 4기통 엔진이 크고 무거운 차체를 잘 이끌어갈지 걱정이 되겠지만 무리 없이 차체를 이끌어나간다. 

또한 2.0 터보 모델은 AWD를 걷어내고 후륜구동을 채택했다. 덕분에 차체가 가벼워져 부족한 출력을 어느정도 상쇄시켰다. 실제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코너를 진입하거나 탈출 시 가벼우면서 부드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 세단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날랜 움직임도 매력적 요소다. 뒷좌석에 앉아 주행할때보다 노면 충격이나 차체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도 훌륭한 편이다. 물론 급가속이나 역동적인 주행을 추구한다면 출력 부족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주로 도심지역이나 일상적인 주행을 하는 운전자라면 오히려 3.6보다 2.0모델이 유리하다. 차 값뿐만 아니라 기름값에서도 2.0터보 모델의 공인연비 10.2km/l(복합연비)로 3.6 모델의 8.2km/l보다 뛰어나 걱정거리를 줄여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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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 2.0 터보 모델의 가격은 6,980만 원이다. 수입 대형 세단임에도 프리미엄 타이틀을 내걸고 있는 일부 중형 세단 모델과 비슷한 가격대다. 또한 사회적 체면, 그에 걸맞은 이미지와 성능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수준급 성능과 디자인, 거기에 합리적인 가격은 CT6 2.0 터보의 최대 매력이자 최고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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