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는 전통적으로 자동차의 성능, 안전, 고급화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으로 스포츠 분야에 힘써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터스포츠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의 원초적인 본능이 빠르게 달리고 돌고 서는 모습을 통해 성능을 드러낸다.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주행이 가능한 모습은 내구성을 엿보게 하는 부분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잠재적으로 끌어올리기 적합하다.
눈을 돌려보면 둥그런 공을 가지고 뛰고 달리는 축구에서도 자동차 제조사는 활발하게 활동한다. 현대자동차는 매번 월드컵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있으며, 아우디, 지프, 오펠 등도 유럽 유수의 클럽에 스폰서로 참여하며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각 제조사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새겨 넣기 위해 선택한 장기 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땅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모터스포츠나 축구, 테니스, 골프 등과 조립하지 않고 바다와 조합한 제조사도 있다. 안전의 대명사, 스웨디시 럭셔리를 지향하는 볼보다. 볼보 그룹은 ‘볼보 오션 레이스’라는 이름의 요트 대회를 열어 세계 각국에 볼보를 알리고 있다. 볼보 오션 레이스는 세계 3대 요트대회를 꼽힐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해상 스포츠다.
자동차 제조사와 요트 대회 조합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렵지 않다. 볼보 오션 레이스는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11개 도시의 항구를 거치며 약 60,000km를 항해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항해를 하는 동안 선수들은 파도, 비바람, 암초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이한다.
당연히 ‘안전의 볼보’를 지향하고 볼보라는 이름이 들어간 만큼 오션 레이스 참가 요트는 끊임없이 업데이트가 이뤄지며 ‘안전=볼보’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더구나 볼보는 최근 럭셔리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요트 같은 해상 스포츠는 상당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는 스포츠다. 금전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가 갖춰져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럭셔리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안전, 럭셔리, 여유, 역동성, 장기적 마케팅이 어우러진 볼보 오션 레이스의 실제 현장은 어떨까? 실제 오션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 항만을 찾아보니 축제 현장과 같았다.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기념품을 판매했다. 항구에 정박해 늘어선 요트 위에선 연신 음악과 방송이 흘러나와 흥을 돋구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관광객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항구를 찾아들었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오션 레이스 현장을 즐겼다. 그런 축제 현장 속에서 볼보의 부스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볼보 오션 레이스에 대한 영상과 요트 전시는 물론이고 볼보 자동차의 모델 라인업, 볼보 트럭 및 버스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시승까지 경험해볼 수 있다.
예테보리 항만을 찾았던 날은 마침 오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7개 팀이 다음 거점을 향해 출항하는 날이었고 선수들 출항에 맞춰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선수들이 요트를 향하는 동안 관람객들은 발길을 멈춰세우고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 존중과 응원을 받는 선수들의 유니폼과 요트, 선착장에 볼보의 이름이 새겨져 브랜드 노출은 극대화된다. 또한 퍼레이드 거리에는 볼보 그룹의 신형 모델이 배치되어 있어 퍼레이드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볼보 트럭, 자동차를 둘러보고 시승을 한다.
이처럼 볼보 오션 레이스는 요트 경기와 볼보 브랜드를 결합하며 직, 간접적인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 더구나 볼보 오션 레이스는 3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주목도도 남다르며 스페인 알리칸테, 포르투갈 리스본, 남아공 케이프 타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중국 홍콩, 광저우, 뉴질랜드 오클랜드, 브라질 이타자이, 미국 뉴포트, 웨일스 카디프의 11개 거점 항구마다 글로벌하게 브랜드 가치를 전한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땅과 바다, 자동차와 요트를 조합한 볼보 오션 레이스는 볼보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볼보의 정체성, 방향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 거점 항구, 레이스 팀, 회차에 따른 스토리가 더해지며 그 가치는 농익을 테다.
